누군가가 내가 아는 선교사 중에 최고의 선교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루스를 추천할 것이다. 지난해에 루스를 처음 만났을 때 받은 인상은 그녀의 항상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아프리카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노래 부르고, 생전 목욕 한번 하지 못한 고름이 온몸에서 흐르는 아이들을 서슴없이 안아주며 사랑하여 주는 그녀를 볼 적마다 나의 마음이 훈훈하여졌던 생각이 난다.
루스는 열 여섯 살이지만 성경지식은 신학생 못지 않고, 군인과 같은 집중력과 성자와 같은 인내를 가진 소녀이다. 아내의 친구인 루스의 어머니는 한국사람이고 아버지는 미국사람이다. 그녀는 여덟 아이들 중 맏이로 오리건주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산다. 그녀의 부모는 메네 파 기독교 신도로 자녀들을 가정에서 교육한다. 첫딸인 루스는 집에서 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그리고 멘토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자랐다.
이번 여름 루스는 열 다섯살 난 남동생을 데리고 다시 아프리카 선교에 참여하였다. 아프리카 사람들과 그리고 한인 단기 선교단원들 속에 섞여 항상 기뻐하며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참여하는 어린 루스를 볼 적마다 아내와 나는 흐뭇한 미소를 교환하곤 하였다.
나는 단기선교를 하면서 단기선교사 자질을 측량하는 잣대를 개발하였다. 이 잣대는 선교단원의 전문적인 지식을 재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태도를 재는 잣대이다. ‘참여와 기쁨’의 잣대라고 이름 지었다. 이 잣대는 선교단원의 참여와 기쁨의 도를 재어 그 비례 관계를 보여 준다.
예를 들어 Y축을 ‘긍정적인 태도’의 축으로 정하고, 스케일을 1부터 10으로 정한다고 하자. 1=항상 불평하는 사람, 10=나쁜 상황에도 항상 긍정적이고 기뻐하는 사람이다. X축을 ‘참여’ 축으로 정하여 본다. 1=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동의를 하였으면서도 이리저리 핑계를 대면서 일을 하지 않는 사람, 10=갑자기 변동된 상황에 불평 없이 빨리 적응하는 사람이다.
나는 이 ‘참여와 기쁨’의 잣대로 나 자신을 재어본다. 솔직히 고백하는데 10점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 자신이 잘 안다. 불편한 환경 속에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일할 때 항상 기뻐하였는가. 그렇지 못하였다. 한국말로 진행되는 모든 행사마다 100% 참여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가끔 혼자 조용히 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아마 나는 기쁨에 7점, 참여에 8점쯤 될 것 같다. 어린 루스는 참여와 기쁨 양쪽 모두 10점 만점을 받고도 남는다.
지난해에 루스도 나도 짐 가방을 잃었다가 선교가 끝난 후 두달만에 가방이 집으로 배달되었던 경험을 하였다. 두 달만에 돌아온 가방을 열었을 때 나는 곰팡이 냄새가 난 것을 이야기하였다. 루스는 자기 가방을 열었을 때 샴푸 병이 깨져서 향기로 가득 찼더라고 말하였다.
루스는 배탈이 난 상태에서 고통 중에 여행을 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루스의 가장 큰 기쁨은 아프리카 사람들 집을 방문하여 그들에게 크리스천의 믿음을 나누는 것이다. 그녀는 스와힐리 말도 잘하고 노래도 잘 하여 현지인들의 환심을 샀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마지막 순간 선교 스케줄이 바뀌었다. 나는 루스에게 변경된 스케줄을 설명하려고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나 우리들의 대화는 간단하였다. 그녀는 나에게 “크리스 목사님, 저는 어디로 가든지 상관없어요.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든지 가겠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선교사의 마음자세이다.
루스는 아프리카 선교를 떠나기 며칠 전에 엄마가 불치의 병으로 진단을 받았다. 사십이 조금 넘은 루스 엄마는 아직도 젊다. 어떤 사람들은 몇 달밖에 살 수 없다는 선고를 받았으면서 자녀들을 어떻게 아프리카로 선교를 보내느냐고 묻는다. 나는 루스의 선교사의 마음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안다. 그녀의 엄마로부터이다. ‘언제든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마음’을 루스에게 심어준 루스 엄마를 위해 기도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