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모라자도‘깊은 인상’심어야
2세로 SATⅡ한국어 시험 거의 만점
꾸준한 봉사활동에 리더십 양성 적극
에세이 통해 장래 확고한 의지등 알려
자녀 좋은 대학 보내기가 쉽지 않다는 학부모들의 푸념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특히 올해처럼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예산난 때문에 입학정원 축소라는 홍역을 치르고 난 뒤 학생과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소위 UC 명문대 입학의 문턱은 더욱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 대입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최근 몇 년 새 UC의 입학사정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생기면서 웬만한 SAT 고득점자들도 UCLA나 버클리 같은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쉽게 들리는 게 몇 년 새의 일이다. 특히 UC의 입학사정에서 모든 지원자에 대해 학업 성적 이외의 기준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포괄적 사정방식’(Comprehensive Review)의 도입으로 더 이상 점수만 좋다고 해서 반드시 버클리나 UCLA 입학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눈에 띄는 현상이 됐다. 그렇지만 동시에 다소 평범한 점수에도 불구하고 입학사정관들이 매우 높게 평가하는 훌륭한 자격 조건을 갖춰 UC 상위권대 합격에 성공하는 경우를 발견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올해 LA에서 고교를 졸업한 한인 줄리 이(17·한국명 은혜)양도 SAT I 점수와 GPA가 다소 평범하다는 점을 극복하고 ‘포괄적 입학 사정’을 통해 높은 평가를 받아 당당히 UCLA에 진학하는 케이스. 본인의 설명을 통해 이 양의 UCLA 합격 비결을 알아보고 더불어 UC 각 캠퍼스 별로 포괄적 입학 사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 지를 살펴본다.
줄리 이양이 UC에 지원하면서 제출한 학업 성적표는 많은 한인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눈부신 점수와는 거리가 있다. AP 과목 등을 포함한 고교 과정 가중치 평점(GPA)은 4.0에도 모자라고 SAT I 점수도 UC 합격자 평균을 밑도는 정도다.
그러나 이 양은 원서를 낸 6곳의 UC 캠퍼스 중에서 버클리만 제외하고는 UCLA를 포함 샌디에고와 어바인, 샌타바바라, 데이비스 등에서 모두 합격통지를 받았다. 이중 이 양이 선택한 대학은 부모님과 본인이 원하고 집에서도 가까운 UCLA.
LA한인타운에서 태어나 줄곧 살아온 이 양은 호바트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LA통합교육구 소속 6년제 매그닛 스쿨인 LACES(Los Angeles Center for Enriched Studies)를 졸업했다.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페어팩스와 18가 인근에 자리잡은 LACES는 소위 명문 학군지역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AP과목 개설과 참여율을 기준으로 하는 뉴스위크지의 최우수 공립학교 리스트에서 지난해 전국 10위에 랭크될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학교다.
인문 과목이 적성이 맞고 역사 과목을 특히 좋아한다는 이 양은 수학이나 과학 과목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해 SAT 학원을 1년 정도 다녔지만 성적을 그다지 올리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 양이 고교 과정에서 수강한 고급 과목은 AP와 아너 클래스를 합해 8개 과목 정도. 소위 공부 잘한다는 학생들이 보통 명문대 진학을 위해 AP 과목을 열 몇 개씩 듣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양이 UCLA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에세이를 잘 써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는 게 본인의 말이다.
“미국에서 함께 살다가 한국에 가신 할머니가 계신데 함께 있을 때는 때론 싫기도 했던 할머니가 한국에 가신 뒤 그리워져서 양로병원에 가서 봉사를 하면서 더욱 할머니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경험을 썼죠. 그리고 테러 문제와 같은 내용은 에세이에 쓰기에 적합지 않다고 카운슬러 선생님이 말렸지만 이것을 과감히 소재로 택해 9·11 이후 한인들을 예로 들며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시안 아메리칸 스터디를 전공하고 싶은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는데, 내가 봐도 잘쓴 것 같다”며 웃었다.
또 이 양은 적극적인 성격을 십분 드러내 3개의 학교 클럽활동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고 학교 테니스팀 주장도 맡아 활약했으며 양로원과 병원 봉사활동도 꾸준히 했다.
평소 활발한 성격으로 클럽 활동과 봉사 활동을 통해 드러내온 남다른 리더십과 봉사심, 그리고 창의성과 자기 장래에 대한 확고한 의지 등을 입학 원서에 쓰는 에세이를 통해 입학사정관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것이 크게 평가됐다는 이야기다.
이 양의 장점은 또 하나가 있다. 바로 거의 완벽한 한국어 실력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2세로 한국에는 두어 번 방문한 경험밖에 없지만 이 양은 한국말을 너무 잘한다.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노라면 한국에서 이민 온지 얼마 안된 학생같은 착각이 들고, 한국어 글솜씨도 뛰어나 2세라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어떻게 한국말을 그렇게 잘 하냐는 질문에 “대화를 좋아하는 부모님과 늘 한국말로 많은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어가 유창하게 됐다”며 평소 한국 비디오와 만화책을 열심히 본 것도 한국어의 입과 귀를 트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귀띔한다. 또 SAT II 한국어 시험을 준비하느라 한국학교에 다니면서 글쓰기도 배워 상을 타기도 했다고 한다.
덕분에 SAT II 한국어 시험에서 만점에 가까운 790점을 기록한 이양은 SAT II 부문의 총점에서 UC 합격생 평균보다 200점 가량을 높게 받았다. SAT I 성적에 비해 SAT II를 더 중시하는 UC의 입학사정 제도에서 이 양의 높은 SAT II 한국어 점수가 유리하게 작용했으리라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 양은 “걱정을 하면서도 큰 부담을 주기보다는 저에게 맡겨놓으시고 조용히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며 “대학에 가면 더 경쟁이 심하겠지만 열심히 공부해 외국에 나가 가교 역할을 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장래 포부를 밝혔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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