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재회 선장 전제용(왼쪽)씨와 그를 미국에 초청한 피터 누엔이 공항 출구를 메운 취재진과 환영객 사이를 빠져나가고 있다. 부인 낸시 누엔(오른쪽)은 감격과 감회가 겹쳐 눈시울이 빨갛다.
베트남‘보트피플’의 은인 전제용씨 LA도착
“망망대해 ‘살려달라’절규 외면할 선장 없었을 것”
전씨 회견
베트남계 대대적 환영
“저를 영웅으로 부르지 마십시오. 날씨는 어둡고 파고가 제법 높은 망망대해에서 ‘살려 달라’로 애타게 부르짖는 사람들을 외면할 선장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5일 오후 6시 가든그로브 라마다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OC 방문을 알리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전제용(64)씨는 “일생을 사는 동안 가장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다”며 한인·베트남·주류 언론들의 질문 공세에 대한 답변을 시작했다.
노란색 바탕에 ‘우리에게 삶을 안겨준 선장, 당신의 사랑에 진정으로 감사합니다’라고 쓰여진 배너가 부착된 기자회견 장에서 전씨는 장시간 비행기 여행에 따른 여독에도 불구, 침착한 모습으로 베트남인 ‘보트 피플’ 96명의 생명을 구했던 당시의 상황, 자신을 애타게 찾았던 피터 누엔과 헤어진 후 다시 연락이 닿았을 때 심정 등을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
그는 “원래 베트남인들에게 음식과 물 등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필요한 것을 제공할 생각이었으나 엔진이 멈췄고 물이 새는 등 배가 침몰 직전인 것을 알았으며 이들을 구조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것이라고 판단, 구조의 손길을 내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뜨거운 공항 환영에 이어 오렌지카운티로 이동한 전제용씨가 가든그로브 부루스 브로드워터 시장으로부터 베트남 난민을 구조한 공로를 치하하는 감사패를 전달받고 있다.
<이승관 기자>
회견장은 공항에서 전씨를 마중했던 OC 한인사회 주요 단체장 및 가든그로브·웨스트민스터 시 관계자들로 다시 한번 북새통을 이뤘다.
범 OC 베트남 커뮤니티의 전씨 환영 모임이 열리는 8일을 ‘한인·베트남 커뮤니티 우호의 날’로 선포한 브루스 브로드워터 가든그로브 전씨를 ‘영웅중의 영웅’으로 지칭하며 첫 번째로 전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OC에서 베트남인들이 밀집거주하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시의원 엔디 콰치는 “아무리 많은 감사패를 전달하고 화려한 말로 공을 치하한다 해도 베트남 커뮤니티는 전씨의 행동을 보상할 수 없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백방으로 전씨의 소재를 수소문, 그를 초청했던 피터 누엔은 “누구 나에게 19년만에 다시 만나는 전씨를 기억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다면 그는 나의 마음속에 언제나 살아있었다”고 대답할 것이라며 “가슴이 두근거려 할 말을 다할 수 없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공항의 휴먼 드라마’
베트남·한인 언론사 취재 경쟁
전씨 초등생때 옛친구들도 마중
전제용씨는 이날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이상 가는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환영객들은 가족과 함께 출국장 램프를 나오는 전씨를 발견하고는 환호성을 질렀고, 초조하게 기다리던 초청자 피터 누엔씨는 껑충껑충 뛰며 전씨에게 달려갔다. 휴먼드라마를 연출했던 이날 공항 표정은 정리했다.
○…공항에는 전씨를 환영나온 오렌지카운티 베트남 단체, 한인 단체들과 한인언론, 10여개의 베트남 언론, 주류 언론5개사 등 취재진 50여명이 뒤섞여 96명의 보트피플의 생명을 구해낸 한인 영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특히 전씨 도착 취재를 위해 캐나다 토론토에서 날아온 TV-비엣의 비엣 티엔 기자는 “전세계 베트남 커뮤니티의 화제가 되고 있다”며 “양 이민자 커뮤니티의 우정을 다지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씨의 딸 휘진(16·충무여중 3년)양은 쏟아지는 카메라 세례와 취재진의 질문 세례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전양은 “아빠가 피터 누엔 아저씨로부터 초청을 받고 평소 볼 수 없었던 기쁜 표정을 지었다”며 전씨의 설렘을 전했다. 전양은 “아빠가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한 줄 몰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전씨는 공항에서 또다른 해후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공항서 버스를 타려던 전씨는 전씨와 초등학교, 중학교를 함께 다닌 옛 친구 김규일(62)씨를 만난 것.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전씨 소식을 듣고 오전 10시부터 기다리던 김씨는 “어렸을 적 함께 낚시할 때 배에 구멍이 나자 전씨가 손수 물을 퍼내고 노를 젓던 기억이 난다”며 반가워했다.
<황동휘 기자>
<김경원·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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