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항지역 한인회가 회비를 낸 회원들에게만 한인회장 투표에 참가할 수 있도록 회칙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이 사안이 한인사회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상항지역 한인회의 유근배 회장은 지난 이사회에서 한인회장 선거세칙을 개정해 회비를 낸 한인들에만 투표권을 주도록 회칙을 변경할 것임을 밝혔다. 유회장은 한인회장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선거 2년전부터 회비를 납부한 회원들에게 국한하고 회비를 낸 한인의 수가 500명 이하일 경우에는 모든 한인들이 선거에 참가하도록 함으로써 회비를 내는 한인들을 독려하고 회비로 한인회 운영을 할 수 있는 종자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유회장은 이같이 회칙을 개정하게 되면 후보들이 1인당 10만달러가 넘는 과다한 지출을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근배 회장의 제안은 보다 많은 한인들이 자의로 회비를 납부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한인회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금도 생기고 회비를 납부함으로써 회비를 낸 한인들이 한인회 운영이나 활동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갖게 하는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반면에 회원제를 택할 경우 그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실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가 하는점 의문이 들수 있고 회원들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후유증들도 있다.
유회장은 이사회 인원 2/3이상이 제안에 서명을 하고 정기총회 또는 임시총회를 열경우 제적이사 과반수 참석에 참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을 통해 회원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회칙개정에 자신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차기 한인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정흠 부회장도 회원제를 찬성하면서 자신이 회장이 될 경우 적어도 4,000명은 회원으로 가입하게 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회원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는 제도는 한인회장 선거에 처음 시도되는 것은 아니며 2년동안 회비 납부를 한 사람들에게라는 제한 조항은 없었지만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같은 제도로 출마자들의 선거자금 지출이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회장에 출마한 후보들이 자신의 돈으로 회비를 납부해 주고 표를 모으기 위한 활동을 했었기 때문이다. 결국 회원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제도는 한인회에 회비로 인한 수입을 안겨주는 것 외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었다. 또 18/19대 한인회와 21대 한인회에서도 한인회비를 모으기 위한 시도를 했었다. 이정순 21대 회장은 회원가입 독려를 위해 일부 한인업소 이용시 할인 카드까지 발급했으나 그 결과는 참담했었다. 유근배 회장과 정흠부회장이 무엇에 근거를 두고 4,000명 회원가입을 장담하는 지 알수 없는 노릇이다.
또 한인회는 소규모 관련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친목단체 또는 이익단체등과는 달리 달리 전체 한인들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그런 기관에서 회비를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장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회비를 내지 않거나 못낸 사람들은 한인이 될 수 없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인회 회칙에는 상항지역에 거주하는 자로서 한국혈통을 가진 자는 모두 정회원이 될 수 있으며(제1장 제3조 1항) 모든 정회원들은 선거권과 피선거권 및 총회에서 발언권을 가진다(제1장 제5조 1항)고 명시하고 있다. 한인회가 단지 선거관련 회칙개정만을 통해 한인들의 투표권을 제한할 수 없으며 총체적인 회칙 개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총체적인 회칙개정이 있으려면 20여명의 이사들만이 참여하는 투표가 아닌 전체 한인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500명을 간신히 넘겨 회원들만이 투표를 한다면 그선거의 결과로 인해 탄생된 회장에게 전체 한인을 대표하는 대표자로서의 권한을 주고 인정을 해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과거 21대 회장선거에 참여한 한인의 수는 2,000여명, 22대 회장선거에 참여한 한인의 수는 4,000여명이었으나 이같은 수가 참여했음에도 5만명 이상(한인회 관할 9개 카운티 거주 한인들의 수를 대략 짐작한 수)의 한인들을 대변하기에는 참여자가 적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 4,000명이 투표할 때에도 대표성 논란이 있었던 한인회장이 500명이 참가하는 투표로 당선될 경우 과연 우리는 그에게 대표성을 부여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한인회장에게서 한인의 대표라는 상징이 없어져 버린다면 더 이상 한인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어려운 한인회 운영때문에라도 회비를 받아야 한다고 현 집행부는 말하면서 비영리 단체이므로 회비를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한인회는 과거 샌프란시스코 시정부로부터 기금(KADC 기금)을 받아 운영에 보태곤 했다. 19대 한인회때 서류미비등 여러 가지 이유로 기금이 중단된 이후 집행부를 맡았던 회장들은 모두 시기금을 다시 받겠다고 말을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회장은 아무도 없었다.
가까이에서만 보더라도 이스트베이 한인봉사회나 한인센터등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들의 경우 한인회보다도 보수를 지급하는 직원수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회비를 걷지도 않으며 행사때 마다 한인업소들에게 손을 내밀지는 않는다. 이들은 내실을 기해 우리가 세금을 내고 있는 정부의 기금을 받아서 한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한인회장 선거는 20대부터 직접선거로 선출됐다. 또 그때부터 한인들로부터 관심을 받았고 한인회 운영도 정상화 되기 시작했다. 현한인회가 주장하는 후보들간의 지나친 금전 선거활동이 회원제 도입으로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직접 선거를 치를 경우 한후보당 10만 달러는 써야 한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다. 차라리 직접 선거를 통한 공약발표때 이렇게 술값, 밥값으로 써야 할 돈 10만달러를 회장이 되면 한인회에 기부하겠다고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수많은 한인들이 그 약속을 한 후보에게 앞다투어 표를 던져줄 것이다.
한인회가 회원제 도입이라는 고육책을 생각해 낸데는 나름대로의 생각과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근배 회장은 유대인들이 자발적으로 유대인사회를 위해 돈을 모아 유대인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고 일본인들도 3세, 4세가 되었지만 구심점 역할을 하는 단체들에게 기부를 통해 일본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것에 대한 부러운 감정을 여러차례 사석에서 토로한 바 있다. 아마도 이민 1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한인사회에서 한인정체성을 지켜가고 2세들의 한인사회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한인회에 대한 한인들의 무관심이 이같은 시도를 유발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갖고 있더라 하더라도 대다수 한인들이나 한인회 운영을 통해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전직 회장단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아무도 사먹지 않는다면 약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어 병을 고치지 못한다. 회비를 거두기 위해 투표권에 제한을 두기 보다는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회비를 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한인회 운영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를 머리를 맞대고 토의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지난 13년간 한인회를 취재해 오면서 한인회장 직접 선거로 인해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훨씬 많다는 판단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라는 말이 있다. 한인회가 이번에 회칙개정을 통해 투표권에 제한을 둘 경우 한인들의 외면이나 대표성 상실등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한인회장과 집행부, 이사들이 과연 한인들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먼저 생각해 보고 회칙개정을 논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홍 남<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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