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엔 갈비등 한식이…
소수계 겨냥 우리 음식 비행기로 공수
포도주와의 조화 직접 경험토록 배려
나파 밸리를 방문하는 중에 라운드 힐(Round Hill) 와이너리에서 테이스팅 할 기회가 있었다.
라운드 힐 와이너리는 밴 애스퍼렌(Van Asperen), 라운드 힐(Round Hill), 러더포드 랜치(Rutherford Ranch), 아로요 델 솔(Arroyo del sol) 등 네가지 브랜드의 와인을 출시하는 와이너리로, 중저가급 와인들이지만 가격에 비해 상당히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 프라이빗 레이블의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라운드 힐 와이너리에는 병을 소독하여 와인을 넣고 코르크 마개를 씌운 후 레이블을 붙여 박스에 집어넣는 여러 공정과정이 쉬지 않고 돌아가는 대형공장이 있다.
가장 비싼 밴 애스퍼렌의 경우 36달러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20달러 미만인데 특히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브랜드인 러더포드 랜치의 경우 와이너리가 나파 밸리에서도 황금지대라 일컬어지는 러더포드에 위치하고 있어 나파의 떼루아를 잘 표현하는 부드러운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마다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서 많은 상을 받는데, 특히 1999년 러더포드 랜치 스테이지코치-크럽(Stagecoach-Krupp) 카버네 소비뇽은 Wine Enthusiast 매거진으로 부터 91점을 받은 바 있고, 1999년 러더포드 랜치 실버라도 트레일 카버네 소비뇽은 동 매거진으로 부터 89점을 받았다.
러더포드 랜치의 경우, 스테이지코치-크럽 카버네 소비뇽과 실버라도 트레일 카버네 소비뇽만 제외하고는 모두 12~14달러의 가격이니, 가격 대비 품질에 있어서 적어도 나파 밸리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무엇보다 가장 감동스러운 점은, 라운드 힐 와이너리가 소수계 와인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선구적 역할을 하는 와이너리라는 점이다. 그들이 소수계 마케팅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가는 우리 일행을 위한 시음회 준비에서부터 잘 알 수 있었다.
테이스팅과 함께 할 음식을 특별히 준비했다며 우리를 데려간 테이블 앞에서 우리는 모두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다. 식탁에는 한식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남가주 소수계 마케팅 매니저인 잔 폰테스씨가 일부러 남가주에서 비행기로 실어 나른 음식이었다. 가든그로브의 한식당에 가서 돼지불고기, 갈비, 오징어볶음, 김치, 무짠지, 오이 무침, 밥 등을 구입한 후 냉동고에 밤새 얼려두었다가 아침 일찍 비행기로 공수해온 음식이라니 그 정성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의 의도는 와인이 반드시 서양 음식에만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동양권의 음식, 특히 한식과도 얼마나 잘 어울리는 지를 직접 음식과 함께 시음하도록 함으로써 고정관념을 깨뜨리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러더포드 랜치(Rutherford Ranch) 레이블의 와인들이 맵고 짜고 맛이 강한 한식과 어떠한 조화를 이루는지 한가지씩 맛을 보며 새로운 미각의 경지를 개발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오징어 볶음은 소비뇽 블랑과 함께 먹었을 때 맵고 짠맛이 너무 강해서 와인의 맛을 거의 느낄 수 없었지만, 짠지나 오이 무침을 밥과 함께 먹을 때 샤도네와 소비뇽 블랑이 매우 잘 어울렸는가 하면, 평소보다 약간 연하게 간이 밴 갈비는 카버네 소비뇽과 꽤 잘 어울리는 한 쌍을 이루었다. 가장 놀라운 페어링은 돼지 불고기와 러더포드 진판델이었다. 진판델의 후추향이 돼지 불고기의 약간 느끼한 맛을 없애주었고, 와인의 풍만한 느낌과 매콤한 돼지 불고기가 다른 어떤 음식과 와인의 매치보다 훌륭했다.
라운드 힐 와이너리가 다른 와이너리와 구별되는 또 다른 점은 지난 20년간 사유 레이블(private label) 와인을 판매해왔다는 것이다.
라운드 힐의 프라이빗 레이블 생산량은 연간 무려 11만 케이스에 이르고 약 350개의 클라이언트를 갖고 있는데, 그 중에는 샌디에고의 유명 호텔인 ‘호텔 델 코로나도’도 있고, 레스토랑 ‘로리스 프라임 립(Lawry’s Prime Rib)’도 있다.
뿐만 아니라 플로리다의 ‘보카 라톤 리조트 & 클럽’, ‘파인허스트 리조트 & 클럽’, ‘PGA 내셔널 골프 리조트’ 등 최고급 리조트도 여러 곳이 라운드 힐의 클라이언트이다.
라운드 힐에서는 이들 프라이빗 레이블에 사용되는 와인이 ‘러더포드 랜치’ 브랜드로 생산되는 와인과 품질에 있어서 동일하게 생산된 와인임을 보장하고 있다.
가끔 유명한 레스토랑이나 최고급 호텔에서 그들의 이름이 프린트 된 레이블의 와인을 제공할 때, ‘와인을 직접 생산하는가 보다’ 하고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라운드 힐이 그러한 곳에 와인을 제공하는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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