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료에 회비까지 수백달러씩…
국립공원 각종 공사
1-2주일 자원 중노동
18세에서 70세까지
해마다 참여 늘어
바야흐로 한 여름. 휴가철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꿈같은 휴가란 키다리 유리잔 가장자리의 빨대를 움직이는 것 이상의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얼굴에 온통 진흙을 바르고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누워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유타주의 관광 명소 브라이스 캐년 내셔널 파크에 모인 시에라 클럽 회원들은 작업복에 등산화 차림으로 손에는 연장들을 들고 있다. 각자 비행기 값 이외에 395달러씩이나 내고 1주일동안 이 공원의 곳곳을 수리하는 중노동을 하려고 모인 이들은 18~70세의 제 정신이 똑똑히 박힌 사람들이다.
이들처럼 소위 ‘봉사 휴가’를 갖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봉사 휴가라면 ‘시에라 클럽’이 1958년부터 시작해 한팀에 평균 15명씩 연간 90건을 주선하고 있고, ‘아메리칸 하이킹 소사이어티’ ‘애팔래치안 마운틴 클럽’ ‘네이처 컨서번시’ ‘해비탓 포 휴매니티’등이 비슷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끝도 없고, 매우 다양하다. 올해 브라이스 캐년에 온 플로리다 거주 수잔 발렌시아(70)는 1997년부터 20번이상 이런 휴가를 가져왔다. 한 해 여름은 7번이나 봉사휴가를 다니며 유타의 아치스 내셔널 팍에서 타마리스크를 뽑고, 노스 캐롤라이나의 아우터 뱅크스 연못에서 히야신스들을 제거했으며, 오키피노키 늪에서 늘어진 나뭇가지를 쳐내 카누가 다니는 길을 넓혔다.
그러나 무슨 일을 하건 간에 첫날, 깨끗한 옷차림으로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에 사람들이 말하는 이 일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비슷하다. 뉴저지주 로렌스빌에서 온 물리요법사 매리앤 캠프먼은 “10년전 브라이스 캐년에 와보고 너무 맘에 들어 다른 사람들도 이 경치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일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간호사인 발렌시아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 친구가 되고, 그들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임을 알게 되므로 한번만 와보면 자꾸 오게 된다. 무슨 일을 하는가는 전혀 문제가 안된다”고 말한다.
현재 49억달러 어치의 유지, 보수 작업이 밀려 있는 국립공원국은 물론 이들 자원봉사자들의 휴가 여행을 두손 들어 환영한다. “너무 많은 곳에 너무 많은 일이 밀려 있는 국립공원국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고 국립공원국의 자원봉사자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조이 피추만은 고마와했다.
국립공원국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은 1970년에 시작된 이래 크게 확장되어 1970년에 100명이 1980년에는 6,000명, 1990년에는 7만명, 올해는 12만1,000명으로 늘었다. 피추만에 따르면 작년에 자원봉사자가 기증한 시간은 450만 시간으로 2,160명이 풀타임으로 일한 분량이자 국립공원국 인력의 10%와 맞먹는다.
발렌시아 팀의 첫날 임무는 페어리랜드 캐년 트레일이 무너져내리지 않도록 막는 일. 그렇게 하려면 빗물이 바위벽에 면한 트레일 안쪽으로 흐르도록 도랑을 파고, 벼랑쪽으로는 흘러내린 흙을 모아 돋워 줘야 한다. 해마다 100만명쯤이 찾는 이 공원의 기막힌 바위 경치를 가끔 바라보기만 하면서 자원봉사자들은 오래된 기름통으로 쓰레기통을 만들고, 화장실에 장애자를 위한 램프도 만들고, 셔틀버스 정거장을 청소한다.
1990년부터 10여회 이와 비슷한 여행을 해온 컴퓨터 과학자 린 디보어(60)는 “4월부터 비 한방울 오지 않는 브라이스 캐년은 경치는 좋지만 바람 한 점, 그늘 한 군데가 없어 일하기는 어려운 곳”이라고 말한다. 그도 처음엔 망설였지만, 희한하게 일단 시작하고 보니 계속 다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처음엔 서툴던 사람들의 작업 속도도 리듬을 타고 빨라져 간다. 오후가 되면서 오색찬란한 바위들은 쳐다볼 겨를도 없이 일에 열중하는 사람들은 자연에 대한 경외보다 그 자연을 접할 수 있게 해준 인력에 대해 더 감탄한다. 맨 처음에 그곳에 등산로를 만든 사람들도 바로 그렇게 했을테니 말이다.
첫날 5시간의 노동으로 이 트레일을 보수한 이들은 둘쨋날은 브라이스 캐년의 자생 식물들을 몰아내며 빨리 자라고 죽어 산불을 번지게 하는 일등공신인 잡초 칫그래스 뽑는 일에 투입된다. 정형외과의사 프레드 맨스필드(56)는 “트레일 다듬기보다 지루하지 않다. 정신이 집중돼 마치 도 닦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바로 옆에서 일하던 위장내과 전문의인 그의 아내 조앤도 “어떤 풀을 뽑을지만 구별하면 되지, 하루 종일 결정할 일이 별로 없으니 아주 느긋하다”고 말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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