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가 넘으면 매년 한차례 정도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잔 병 잡아 큰 병 막는다
암도 초기에 발견하면 90%이상 완치 가능
위내시경·복부초음파·CT 검사는 기본
주치의와 상의 ‘맞춤 진단 프로그램’짜야
버뱅크에 사는 40세의 회사원 최 모씨가 차 두 대 보험금으로 한 달에 내는 돈은 231.15달러다. 1년으로 치면 2,800달러에 가까운 돈이다. 만일에 발생할 지도 모르는 교통사고 피해에 대처하기 1년에 2,800달러를 쓰는 최씨가 그럼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쓰는 돈은 얼마나 될까.
초기암 발견을 위해서는 CT촬영을 해보는 것이 좋다. 전문의들은 특히 20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은 저선량 나선형 CT를 찍어볼 것을 권한다.
이제 이민 2년 차인 최씨는 최근 들어 가만히 있는 데도 마치 100미터 달리기를 전력질주하고 난 뒤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 것 같은 증세를 가끔씩 겪고 있다. 병원에서 피검사, 소변검사, 심전도를 했지만 결과는 정상이었다. 주치의는 위산역류 때문일 수도 있다며 위내시경을 권유했다. 혹시나 있을 위암의 조기발견을 위해 40세가 되면 증세가 없어도 1년에 한 번씩은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보험사에선 커버를 못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지나친 일부담과 스트레스 때문에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고 생각해온 최씨는 위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기로 했다. 조직검사를 포함해 주치의가 말한 위내시경 검사비는 330달러였다.
사실 이런 일이 최씨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병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초음파 한 번에 150달러에서 300달러, CT(컴퓨터 단층촬영)는 파트당 400달러, MRI(자기공명 영상촬영)도 파트당 400∼500달러나 한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별 이상도 없는데 만일의 경우를 위해 선뜻 쓰기엔 적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차 보험료와 비교해본다면, 정기검진을 소홀히 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병에 걸려 온 가족이 치뤄야 할 대가를 생각한다면, 결코 아까운 돈이라고 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걸리면 1년 안에 죽을 확률이 50%나 되는 소세포 폐암이나 조기에 발견해도 완치율이 50∼70% 밖에 안되는 췌장암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암은 크기가 1㎝ 이하인 초기 암 상태에서 발견하면 완치율이 90% 이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거의 모든 암이 3기 이상으로 진행될 때까지 별 증세가 없다는 것이다.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리게 된다. 한마디로 정기검진을 통해 미리미리 찾아내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얘기다.
차민영 내과 전문의는 “병원에 따라 플랜 A, B, C로 검사항목을 묶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데, 환자들이 자신의 증세는 알지만 어디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는 만큼 절대 자기 마음대로 플랜을 정해 검진을 받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차 전문의는 “명치가 아프고 소화가 안되니 위장만 찍겠다고 우기던 환자가 결국은 심장마비로 병원에 실려오거나 가슴이 답답하니 심장병 같다며 심장검사만 하겠다던 환자가 검사결과 위산역류 때문으로 밝혀진 경우도 적지 않다”며 “효과적인 건강검진을 위해선 주치의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검사항목을 정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또 한가지, 병원마다 검진 결과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하는 피, 소변, 심전도에서 각 기관의 기능을 나타내는 수치는 같겠지만 초음파, CT, MRI를 통해 병의 유무와 진행정도를 읽어내는 건 의사들마다 다르다. 실력이나 통찰력 그리고 적극적으로 병을 찾아내려는 태도에서 의사들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병원에선 염증 덩어리라는 진단을 내리지만 다른 곳에선 위암으로 밝혀내기도 한다. 참고할 수 있는 방법은 병원의 기계가 몇 년도 무슨 모델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초음파만 해도 5,000달러에서 20만달러까지 천차만별이고 오래된 것일수록 질이 떨어지는 만큼 적어도 5년 내의 것을 택하는 것이 좋다.
구체적인 정기검진과 관련, 차 전문의는 “일반적으로 하는 종합 피검사, 소변검사, 심전도로는 암을 찾을 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40세가 되면 위내시경, 복부 초음파나 CT를 기본적으로 받아볼 것”을 권한다. 피검사에서 간기능이 좋게 나온 사람이었는데 초음파에서 5cm가 넘는 암덩어리를 발견한 경우도 있었다는 것. 특히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나 만성 간염 환자라면 피검사가 정상이어도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40세 이상에 담배를 피운 경력이 20년이 넘는 사람은 1년에 한 번은 저선량 나선형 CT를 찍어볼 것도 권했다. 차 전문의는 “담배가 폐암의 1등 원인이긴 하지만 전체 폐암 환자의 30%가 비흡연자로 담배를 안 피워도 폐암이 생기는 만큼 기침이 3∼4주 이상 갈 때는 흉부 CT사진을 찍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종합검진에서 시행하는 흉부 X선 검사로는 초기암을 발견할 확률이 10∼20% 밖에 안되기 때문에 CT를 찍어보는 것이 정확하다는 것. 여성의 경우, 20세부터는 자궁경부암 검진을 위해 매 2년마다 자궁세포진검사를 받고, 40세 이상은 유방촬영과 함께 유방초음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고지혈증 환자의 경우, 동맥경화가 빨리 진행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운동 중 심장기능을 검사하는 운동부하검사나 경동맥(뇌로 가는 혈관)의 딱딱함 정도를 측정하는 경동맥 초음파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눈, 발, 신장 등에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키므로 의사와의 상담을 거쳐 주기적으로 망막이나 신경, 신장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차 전문의는 “한 번 할 때 제대로 하려면 주치의와 생활습관, 병력,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 맞춤 진단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또 다시 강조하면서 “종합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었으니 괜찮겠지 하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이상이 느껴지면 몇 달 후라도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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