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이슬람 성지 폭파 가능성 구실
`정착촌 철수 반대’ 10만 인간띠 잇기도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이스라엘 보안당국이 내부 극우세력의 테러 가능성을 연일 경고하고 있다. 대내 정보기관인 신베트는 지난주 아리엘 샤론 총리의 목숨을 노리는 극우세력의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25일에는 샤론 총리의 점령지 철수에 반대하는 10만여명이 가자지구 정착촌에서 예루살렘까지 90km 구간에 걸쳐 인간띠 잇기 운동에 나섰다.
차히 하네그비 공안장관은 이스라엘 극우세력이 예루살렘 구시가의 이슬람 성소인 알-아크사 사원의 폭파를 시도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극우세력은 중동평화 과정을 완전히 폐기시키고 샤론 총리의 정착촌 철수계획도 무산시키려는 의도에서 극단적 테러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안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 `예루살렘 성소(聖所) 테러공격’ 시나리오 = 하네그비 장관은 24일 밤 채널-2 TV 방송 회견에서 극우 유대인들이 이슬람 3대 성지인 알-하람 알-샤리프에 폭탄공격을 기도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하아레츠 등 이스라엘 주요 신문들은 25일 다른 보안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 신베트와 경찰이 유대교 광신도들의 이슬람 성지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람 알-샤리프는 알-아크사 사원과 바위돔 사원이 있는 단지를 지칭한다. 이곳의 알-아크사 사원은 사우디 아라비아 메카와 메디나에 있는 양대 사원에 이어 이슬람의 3번째 중요한 성소다.
이곳은 또한 솔로몬의 신전이 있었던 곳으로 믿어지는 유대교의 최고 성지로서, 템플 마운트(성전산.聖殿山)라고도 불린다. 2000년 9월 당시 리쿠드 당수였던 샤론이 아랍인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이곳을 방문한 데 항의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유혈시위가 제2차 인티파다를 촉발했다.
현지 신문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안당국은 두 가지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첫째는 유대교 광신도나 극단주의자들이 폭탄을 실은 무인 항공기나 경비행기를 무슬림의 합동예배 시간에 맞춰 이곳에 추락시킬 가능성이고, 또 하나 하람 알-샤리프에서 저명한 이슬람 지도자를 암살할 가능성이다.
이곳은 유대교나 이슬람 교도 모두에게 워낙 중요하고 민감한 곳이어서 테러공격을 받을 경우 역내 전체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하네그비 장관은 극단주의자들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중동평화 과정을 파멸시키기 위해 강력한 폭발물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위협의 수위도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들이 테러공격을 기도하고 있다는 구체적 정보는 없다고 덧붙였다.
범아랍 위성 TV 알-자지라는 알-아크사 사원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제3의 성전’을 건축하려는 극우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내에 상당수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메시아 사상을 갖고있는 유대인들은 알-아크사 사원을 파괴하고 성전을 지을 경우 메시아의 재림이 앞당겨질 것으로 믿고 있다.
◇ 아랍권 성소 테러기도 강력 경고 =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도자들은 알-아크사 사원이 공격을 받을 경우 전세계에 `예측할 수 없는 결과’와 `끔찍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의 이슬람운동 부대표인 카말 카티브의 말을 인용, 알-아크사 사원 공격은 `최후의 금지선’이라며 유대계 극단주의자들이 도발할 경우 어떻게 그 불을 끌지는 알라(神)만 알 것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직자 아크리마 사브리는 이스라엘 보안당국의 테러 경고는 알-아크사 사원의 안전을 우려해서가 아니라 성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구실이라고 비난했다.
요르단 정부 대변인 아스마 호드르도 예루살렘 성지의 안전과 보호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에 있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리들도 전세계 무슬림들에게 이스라엘의 경고를 액면 그대로 믿지 말라고 촉구하고, 그러나 유대교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가능성은 전례없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 정착촌 철수정책 반발 확산 = 샤론 총리의 가자지구 철수계획에 반대하는 정착촌 주민 등 10만 여명이 가자지구에서 예루살렘까지 인간띠 잇기 운동에 나섰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정착촌 지지자들이 가자지구의 구시 카티프 정착촌에서 동예루살렘 `통곡의 벽’까지 90km 구간을 `살아있는 띠’로 연결한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샤론 총리의 일방적 점령지 철수에 반대하는 많은 정치인들이 참가의사를 밝혔다. 샤론 총리의 집권 리쿠드당 중앙위원회 위원 400명이 참가를 약속했고, 리쿠드와 민족종교당, 국민연합 등 우파 정당 소속 의원 3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베트의 아비 디히터 국장은 20일 열린 크네세트(의회) 외교ㆍ국방위원회에서 정착촌 철수 정책에 반대하는 극우 유대인 150-200명이 샤론 총리 암살을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샤론 총리는 내년 말까지 가자지구 21개 정착촌과 요르단강 서안 4개 정착촌에서 군대와 정착민을 철수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에 반대하는 극우계 민족종교당 소속 각료들이 연정에 탈퇴했다. 샤론 총리는 중도좌파계 노동당과 연정 재구성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실반 샬롬 외무장관이 노동당과의 연정구성에 공개 반대하고 나서면서 중도우파 연정에 심각한 내홍(內訌) 조짐이 일고 있다.
bar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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