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사 박병철 사장은 “신용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에 에베레스트의 오늘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신효섭 기자〉
‘가방 하나에 세계를 담은 사나이’
82년 회사 설립후 23년째 한눈 안팔고 ‘가방 외길’
중국·스리랑카서 생산 월마트 등 미 전역에 납품
에베레스트 트레이딩사의 박병철 사장은 가방하나로 세계를 공략한 기업인이다. 지난 81년부터 스왑밋 등에서 가방을 팔기 시작한 박 사장은 지난 82년 가방 도매상 에베레스트 트레이딩사를 설립했으며 84년부터 한국 등에서 가방을 수입해 팔았고 최근에는 스리랑카, 중국에 공장을 설립해 가방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가방 전문가다. 스왑밋에서 시작해 에베레스트를 미국에서 알아주는 가방의 브랜드로 성장시킨 박 사장은 신용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는 오늘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 상호명에 걸맞는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가방 하나로 세계를
“미국에 건너온 첫날부터 체면을 버렸습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일했고 신용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올해로 23년째 가방을 취급하고 있는 박병철 사장은 앞으로도 가방만 취급할 계획이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가방이 그의 오늘을 있게 했기 때문이다.
한국 외국어대 무역학과, 고대 경영대학원 졸업후 일본 미쓰이 종합상사 서울지점, 삼화무역회사 등에서 일하다 지난 81년 미국에 건너온 박 사장은 처음 두달동안 한인이 경영하는 햄버거 샵에서 허드렛일을 도왔다. 한달 600달러의 봉급으로 가족을 부양하기 벅찼던 그는 한국에서 일했던 무역회사에서 가방 재고가 많으니 팔아보라는 권유로 미국에서 가방을 팔기 시작했다. 가게도 없이 스왑밋, 주유소 빈 공간등에서 소매업소에서 파는 가방보다 마진을 훨씬 적게 보고 박리다매로 물건을 팔았다. 고객을 모으기위해 가방을 공중에다 던지면서 ‘Save Money’라고 크게 외치는 등 주위의 시선을 끄는 마케팅으로 하루종일 고객이 끊이지 않았다.
82년 3월 에베레스트 트레이딩사를 설립해 스왑밋, 소매상들에게 가방을 공급했고 84년부터 한국에서 가방을 수입하는 등 업체 규모를 키우는 와중에서도 북가주의 스왑밋을 오가며 계속 가방을 팔았다. 새벽 5시에 여는 샌호제 스왑밋의 자리를 얻기위해 LA에서 하루 종일 장사를 마치고 밤새도록 차를 몰아샌호제에 올라가 가방을 팔았다. 박 사장은 “밤새도록 5번 프리웨이를 올라가면서 졸음 운전으로 죽을 뻔한 위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위기는 기회
박 사장은 한때 한국에서 주식투자로 남부럽지 않은 부를 축적했으나 지난 79년 10.26사태 이후 투자했던 주식이 폭락해 재산을 모두 날렸다. 재산을 모두 처분해 빚을 청산하고 미국으로 건너왔으며 이때 ‘피땀 흘려 번 돈이 정말 내 돈’이라는 확고한 생각을 갖게됐다.
무더운 여름날 가방을 잃어버릴까봐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하루종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가방을 팔 때 손과 어깨로 흘러내리는 짠 소금맛의 땀을 핥으면서 이런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고 한다. 한번은 이민 초기, 주유소에서 가방장사를 하는 데 LA 날씨답지않게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오늘 장사는 끝장이라고 포기하려는 순간 가방에 물이 새지않는다는 문구를 부착한 것을 발견하고 ‘방수용 가방사라’고 목이 터져라고 외쳐 평소 맑은 날씨때보다 2배이상 많은 가방을 팔았다고 한다.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는 박사장의 몸에 밴 생활습관이 항상 어려움에 닥칠 때마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스리랑카, 중국을 합쳐 직원 1,500여명 규모의 가방 제조공장을 수년전에 지은 것도 가방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것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여겼을 때였다. 공장을 지은 후부터 품질관리, 납기일, 판매가격 등의 문제가 일시에 해결됐다. 지금은 허리에 차는 패니 백을 비롯해 스쿨 백팩, 수하물·서류가방등 150여 종류의 가방 제조가 가능해졌으며 소비자 기호에 발맞춰 다용도의 가방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현재 에베레스트 가방은 월마트, 세이본등 대형 백화점에 납품되고 있으며 미 전역의 소·도매상등을 통해서 판매되고 있다.
■비즈니스 생명은 신용
박 사장이 생명처럼 여기는 것은 바로 신용이다. 재고, 전략상의 문제로 한 업체에 다른 업체에 비해 물건을 비싸게 팔았을 때는 해당업체에 반드시 가방을 더 주든가 돈을 환불해주는 조처를 취한다. 당장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신용이 있는 기업이라는 평가로 결국은 기업성장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20년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애프터 서비스로 손상된 가방을 가져와도 무조건 다 바꿔준다. 일시적으로 손해보는 것 같지만 믿고 거래하는 고객이 많아져 더 이득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현재 남가주 해외 한인무역협회 이사장으로 봉사하고있는 박 사장은 한국산업 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차세대 무역스쿨의 산파 역할을 했다. 그는 1.5세, 2세 무역인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비즈니스의 생명은 신용’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그는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힘들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직원들에 대한 보너스도 로칼 업체로서는 상당히 큰 폭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직원들도 고객을 대하듯 정성껏 대하는 그의 경영 스타일 때문에 오랫동안 근속하는 직원들이 많다. 개인 사정으로 관뒀던 직원들도 언제라도 다시 와서 일을 하는 분위기다.
남가주 한국학원의 이사이기도 한 박 사장은 “적당한 시기에 자신의 재산가운데 상당부분을 사회로 환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확한 액수와 시기는 정하지 않았지만 커뮤니티의 이익환원으로 기업인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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