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선<본보편집위원>
스탠포드에 다니는 한인학생이 아버지를 차로 치어 죽게 한 사건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사건이 전에도 있어 왔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은 우리를 또한 절망케 한다.
자녀교육을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인사회이고 보면 충격이 매우 클 것이다. 어쩌다 우리의 자녀들이 저렇게 극단적으로 인생을 절망하고 포기하게 되었을까. 부유한 가정환경과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들 중에 자살과 살인이 적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굉장히 복잡 미묘할 것 같은 의문이지만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경우 원인제공자로 부모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대개의 부모들은 반발할 것이다. 자식 잘되도록 공부 열심히 시킨 것도 죄냐. 미국에 와서 온갖 고생을 다해서 자식들을 뒷바라지한 것이 뭐가 잘못이냐.
그래 틀리지 않는 말이다. 자식 잘못되라고 공부시키는 부모는 없다. 자녀교육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는 것도 마다 않는 한국 부모들은 분명 존경받을 만 하다.
문제는 자식교육의 구체적인 실천방법이다. 한국부모들이 자식교육에서 잘못 끼운 첫 단추는 교육을 자녀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부모기준으로 판단해서 강요하는 것이다. 자녀들은 부모가 낳았지만 결코 부모와 같을 수 없다. 성격도, 적성도, 능력도, 성장 환경도 다르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하지 않고 부모가 정한 기대치에 맞춰 ‘하면 된다’고 강요한다. 학원을 보내고 튜터를 붙이고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려서부터 자녀들이 자기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능력을 길러주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자기가 무엇을, 왜 하는지도 모른 채 안 하면 혼나니까 부모가 하라는 대로만 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것이다.
또 실패를 무서워한다. 아이들은 실패를 통해 배우는 법이거늘 우리네 부모들은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닦달한다. 그러다 보니 항상 성공만 해야 하고 그 달콤한 맛만 보게된다. 시키는 데로 학교성적 잘 받고 SAT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명문대에 갈 수는 있다.
그 때부터 문제는 시작된다. 모든 것을 다해주던 부모가 갑자기 사라진 새 환경에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경쟁해야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명문대학은 전쟁을 치르듯 공부하는 환경이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변화된 힘든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부모의 강요에 의해 선택한 전공에 적성이 안 맞아 갈등을 겪으면 완전히 자신감을 잃고 낙오하게 된다고 한다.
문제는 자녀들 스스로 그런 상황을 받아드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부모가 ‘하면 된다’고 해서 해 왔는데 ‘해도 안 된다’는 것을 처음 경험하고서는 곧장 자신에 대한 혐오감에 빠지게 된다. 자신에 대한 혐오감은 자신을 그렇게 만든 부모에 대한 증오로 연결된다. 그래서 마약, 섹스 등 부모가 싫어하는 행동만 골라 하게 된다고 한다.
많은 부모들은 이 상황에서 그런 자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동안 말잘 듣고 공부 잘해 명문대에 들어간 아이가 타락의 길로 가고 있다고만 생각한다. 자연 대화보다는 심한 꾸지람이 빈발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에 대한 자녀들을 대응은 자살이나 심하면 부모를 살해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녀들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도 이만큼 성공한 부모 입장에서 보면 분명 자녀들이 한심할 것이다. 또 비슷한 상황에서도 어려움을 잘 극복해 성공하는 경우와 비교도 될 것이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지만 부모와 자녀는 다르다. 아는 집 아이들과도 더욱 차이가 난다. 다행히 자녀들이 부모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그릇을 가지고 태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자식이 부모보다 나을 수도 있지만 못할 수도 있다. 이웃집 아이들보다 나을 수도 있지만 못할 수도 있다. 그 점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자녀교육에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
어쩌면 자식을 가장 모르는 것이 부모일 수 있다. 그건 자식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과 기대 때문일 것이다.
진정으로 자식들을 성공시키고 싶다면 오늘 당장 자녀교육에 전반에 대해 심각하게 되돌아보라고 권한다. 그 작업은 먼저 자녀들의 성격과 적성 및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혼자 어려우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파악되면 그 아이에 맞는 인생목표와 교육방법을 찾으면 될 것이다. 그것 역시 부모의 일방적인 강요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자녀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까지가 부모의 역할이다.
시간이 걸리고 안 서러워도 그렇게 해야 강한 자녀들을 만들 수 있다. 그래야 살아가면서 겪게될 숱한 어려움에 결코 좌절 않는 자녀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선대의 별다른 도움 없이도 부모들이 이만큼 살 수 있는 것은 숱한 어려움을 혼자 극복하며 키워온 경쟁력 때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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