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 - 넷째날.
7:30AM - 기상. 8:30AM - 아저씨와 작별하고 올바니를 떠남. 루트 5를 따라 UTICA에 최대한 가까이 간다. 알바니에서 루트 5 웨스트는 꽤 평평하다. 주위 차들 때문에 덩달아 빨리 달리게 된다. 따로 자전거 도로가 없어 정신 차리고 타야 한다. ‘5S’로 가는 길에 나오는 CANALWAY TRAIL을 이용하자. 아름다운 숲속을 달리게 된다.
#. 돈과 조쉬. 로테르담
12시가 못 된 시각, 로테르담의 KIWANIS 공원에서 물을 쓸 수 있었다. 자전거를 멈추고 짐만 되던 음식들을 요리했다. 다 먹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떠나려는데 저기서 나처럼 잔뜩 짐을 싣고 달리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커플이 있다. 조쉬(Josh)와 돈(Don), 그들은 커네티컷에서 100일을 잡고 시애틀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하루 44마일(68.4km)씩 달리며... 사
실 처음에 ‘여자의 다리로?’하며 놀랬다.
그런데 아까 도로 공사하던 여자도, 어제 높은 언덕 마굿간서 일하는 여자도 보았다. 여기 여자들은 여자라서 안되는 게 어딨냐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사는 것 같다. 방향이 맞아 셋이 한 줄로 이어져 나란히 달리는데 비가 한 두방울 떨어지더니 조금씩 무거워진다.
이윽고 번개와 천둥도 지지 않고 등장한다. 비닐 봉지로 신발과 가방을 쌌다. 비옷이 없어 그대로 달리는데 속까지 젖었을 땐 꽤 추웠다. 선택의 순간이다. 다음 마을까지 멈출 것 같지 않은 비에 아랑곳 않고 갈 것인가 아니면 잠깐 비를 피해 쉴 것인가? 우선 조쉬와 돈과 작별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비가 좀 그치면 다시 달리기로 했다.
#2. 아들과 딸이 한국에서.... CANAJOHARIE. 해는 저물어 간다. 마을과 마을의 거리가 멀고 마을이라 봐야 별로 없다. 이제 날은 어두워져 라이트를 켰다. 결국 도착한 곳은 CANAJOHARIE! 9:00PM 이곳은 지금까지 마을들과 좀 다르다. 여태껏 사람들이 거리에 별로 없는 조용한 분위기에 젊은이들도 그야말로 순진한 복장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쉽게 말해 양아치 동네 밤 냄새가 물씬 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가는 곳마다 미소와 격려를 받은 나와 자전거는 전에 없던 자동차가 내는 비웃음을 여기 저기서 들어야 했다. 록 앤 롤!! 하고 소리 치고 빵빵거리는 것부터 몰래 내 옆으로 다가와 갑자기 크게 경적을 울려, 달리고 있는 나를 깜짝 놀래키는 인간까지. 하여튼 한 번씩은 다 시끄럽게 군다.
근처에 호텔이 하나 있다고는 하는데 거길 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자......이제 이 푯말을 시험할 때가 되었다.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 두고 보시라! 24 Marathons in 12 Days , Boston to Toronto’ 라고 쓴 노트북 모니터 만한 푯말을 꺼냈다. 한적한 곳에 지나가는 50대의 아저씨에게 물었다. 내 소개를 먼저 하고 침낭이 있으니 마룻바닥이라도 내어 주면 고맙겠다고...... 결국 거절에 거절을 지나 다섯번째 시도는 넉넉해 보이는 배를 가진 아저씨. 몇 번의 대화가 오가고 배선공인 그는 내가 한국사람이란 말에 자기가 한국 아들 딸과 같이 산다며 반가워했다. 곧 아저씨의 차에 내 차를 실었다.
아저씨의 집, Gloversville 10:00PM 딸의 이름은 HOLLY, 19살 알바니 어느 대학에서 약사가 되는 꿈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방학이라 집에 왔다.아들은 MARK, 16살,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풋볼을 특히 좋아하고 운동이라면 다 좋아한다. 팔뚝도 무척 굵다. 이메일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 둘이 잘 자라는 모습이면 충분히 행복하기에 다른 자식은 없다.
다 잠자리에 들고 MARK와 나만 남았다. 그는 한국말 하는 한국인(?)을 보더니 반가웠는지 계속 말을 건다. 신발이 다 젖었는데 자기 것을 주겠다며 여러 개 가지고 오고 ‘티셔츠는 넉넉해?’ 하면서 또 하나 주고 양말은? 돈은? 또 뭐가 필요하지? 하며 묻는다.
참, 맛있는 아이스크림이랑 과일도 계속 내줬다. 갑자기 자기 방으로 올라가더니 한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막대에 달린 태극기를 가져 와 내게 주며 SHOW THAT WHERE YOU COME FROM! 처음에 네가 가지라고 사양 하니 자기는 더 큰 게 있고 방벽에 붙여 놨다고 한다.
마크는 무슨 일을 할지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아빠가 하는 일을 돕거나 아빠 친구가 하는 일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 그는 말한다. 여기는 너무 좁아. 할게 없어. 나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해. 난 파티가 좋아. 여기서 살 생각은 없어. 난 더 큰 곳으로 갈꺼라고.
애디론댁 마운틴(뉴욕주 웬만한 도시 보다 큰 산)입구에 위치한 Gloversville에 사는 마크... 내가 본 그 친구는 캠핑 전문가, 사냥꾼, 스노우 모빌과 자동차 수리공 등등... 마크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니 또 말한다. 음.... 그래도 여기 경치는 정말 좋아. 스노우 모빌 타는 것처럼 재밌는 것도 없지 사실...... 공기도 좋고 해뜨는 것도 맨날 보고.....친구랑 산으로 텐트치고 야영하는 것도 좋아....그래. 난 이곳을 사랑해..... 마크! 너는 아름다운 곳에서 자랐고 살고 있어! 어딜 가든 그곳에서 자연과 함께 하던 호흡을 기억하라고. 모두 좋은 꿈 꾸길..... (12:30AM).
총거리 : 110km 총 지출 : 11.75불
<글. 정재헌. 보스턴 버클리 음대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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