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공격성 꾸지람 말아야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담이다. 하루는 어머니가 쪽지 편지를 써주셨는데 맨 마지막 구절에 만금같은 승엽이, 천금같은 혜선이라고 마무리하셨다. 열 살도 되지 않았지만 천보다는 만이라는 숫자가 더 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왜 오빠는 만이고 나는 천이냐고 항의했다.
그후로 어머니는 글을 쓰실 때 잊지 않고 만금과 천금에 각각 밑줄을 긋고 두 단어를 화살표로 연결해 놓아 만금이 천금으로, 천금이 만금으로 되게끔 하셨고 어린 나는 속으로 그럼 그렇지 하며 흐뭇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부모는 비교할 의도가 아니었는데 자녀 쪽에서 당돌하게(?) 혹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사실 자녀를 형제간 혹은 친구간에 크고 작게 비교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부모상담에서 많은 부모님들이 솔직히 자녀끼리의 장단점이 자꾸 저절로 비교가 되는 데 어떻게 하냐고 말씀하신다. 너무 흔해 부모님들은 본의 아니게 자녀를 비교하면서 보다 효과적인 표현 방법을 찾아보지 않게 되거나 자녀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게 된다.
한국 속담 중 형 만한 아우 없다는 말이 있다. 듬직한 맏이에 대한 기대감의 표현일 것이지만 학부모 상담원의 눈에는 불공평한 선입견이 있는 속담으로 보인다. 아우는 아무리 노력해도 형에 못 미친다는 단정적인 의미인지 아니면 맏이는 동생보다 사려도 깊고 행동도 당연히 의젓해야 한다는 부모의 기대감을 뜻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형제간일지라도 각자의 개성이나 성격이 뚜렷이 다르며 부모로서는 각 자녀의 장점과 단점이 쉽사리 눈에 띄게 마련이다. 하지만 자녀를 자꾸 형제끼리 혹은 친구끼리 비교하며 나무라는 것은 삼가야 한다.
왜 너는 이 모양이냐, 형 하는 것 반만 닮아도 좋겠다, 형이면 형답게 굴어야지 혹은 동생 보기 창피하지도 않니 등의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너무 답답하고 속 상하기 때문에 홧김에 하는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듣는 자녀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심한 인신 공격은 없다. 무엇을 반만 닮으라는 것인지 너무 애매한 표현이다. 이 모양이라는 뜻은 무엇인지 또한 형답게 군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인지 알기 어렵다.
자녀에게 못마땅한 행동이 있어서 부모님 눈에는 자꾸 다른 아이와 비교가 될 때 무엇이 비교 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고 자녀에게만 국한시켜 구체적으로 못마땅한 행동을 지적해 주셨으면 한다.
가령, 요즘 10대 자녀가 옷차림이 불량해 보이고 귀가 시간이 늦어진다면 대부분 옷차림이 그게 뭐냐. 학생이 어찌 그렇게 입어. 갱처럼 보이지! 너 요새 어울리는 애들 다 내 눈에는 못마땅해! 누구누구는 방학인데도 매일 공부한다는데 너는 하는 짓 보면 참 답답하다고 야단 치실 경우, 자녀의 못마땅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신 표현은 없다.
그보다는 인신공격성 잔소리 및 친구들과 비교하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들리게 될 수 있다. 자녀의 친구들을 들먹일수록 핵심에서 멀어지기 쉽고 부모님이 바라는 행동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설명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녀를 다른 사람과 비교해 버리면, 부모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사항은 흐려지고 인신 공격식의 비난이나 넋두리 표현이 되기 쉽다. 또한 잦은 비교는 자녀의 자긍심을 저해하게 된다. 무엇이 그릇된 행동인지 정확히 지적하지 않고 두루뭉실하게 너는 누구누구보다 열등하다라는 식의 비교는 행동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녀의 행동 개선은 자녀 스스로 동기와 하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모님이 강제로 시키셔도 자녀의 행동 변화는 결국 자기 스스로 행해야 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부모님이 자녀를 남과 비교를 하여 너는 남보다 못하다. 틀려먹었다 라고 인신공격을 하시면 결국 자녀 스스로의 내적 동기가 줄어들 것이다. 자녀가 자신에 대해 장점을 보다 많이 볼 수 있게 되면, 그리고 내적으로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보다 커질 수 있게 되면 자긍심도 강화되고 행동 개선도 보다 용이하게 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님의 인신공격성 비교는 사라져야 될 것이다.
신혜선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