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철(롱아일랜드)
여름이 되면 모든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연상하면서 휴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상례이다. 휴가를 반드시 여름에만 가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름에 휴가를 즐기게 된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여름만 되면 미국인 친구들이 자기의 휴가 계획을 자랑삼아 말하면서 너는 언제 어디로 휴가를 가느냐고 묻곤 할 때면 여름이라고 해서 꼭 휴가를 가야만 하는가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점차 휴가의 필요성을 실제 생활에서 느끼게 되었다.
인간의 능력이란(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지극히 제한된 것이기 때문에 무제한 지속적인 것이 아니므로 적당한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조물주는 태초에 천지 만물을 창조하실 때 6일 동안 창조의 사역을 마친 후 제 7일에는 안식하는 제도를 마련하여 인간들에게 그 법칙대로 살도록 하신 것이다.
모국에서는 얼마 전부터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정하여 주 5일 근로제를 실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도 하나의 선진국으로서 갖추어야 하는 생활 패턴이라 생각하여 마음 흐뭇함을 느꼈다.
미국 장로교에서는 지교회가 담임목사를 청빙할 때 청빙서 내용 중에 연봉과 더불어 연휴가 1개월이라는 조항을 반드시 제시하도록 되어 있다.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간 일이지만 2차대전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총력을 기울여 전쟁에 몰두한 나머지 <월월화수목금금>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주말도 없고 쉬는 일도 없이 마구잡이로 국민들을 때려 몰았으나 결국 패망하고 말았다.
영국에서도 매일같이 폭격을 당하는 와중에서 다급한 나머지 주말을 없애고 노동자들로 일하게 했더니 얼마 못가서 사람들이 기진하여 쓰러지기 때문에 오히려 일의 능률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하는 수 없이 원래대로 되돌아가 주말을 쉬게 하므로써 능률을 회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로 보건대 휴가(쉬는 일)는 노는 일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 유한한 인간이기에 하루 세끼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 확보를 하는 것이다.
일을 함에 있어서도 간간이 휴식을 가짐으로써 능률이 저하되지 않도록 힘의 균형을 조정하는 것이다.주말도 없이 일년 365일 동안 계속적으로 일을 한다고 연상해 보라! 그러한 인간의 삶이란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며 실제로 그러한 삶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의 능률과 체력은 지속적인 것이 못 된다. 그리고 시간과 반비례한다.
가령, 하루중 가장 능률이 오르는 것은 오전중이다. 오후부터는 서서히 능률이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오전중이라고 해서 마냥 능률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알맞은 휴식이 그 사이에 있어야 능률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래서 <커피 브레이크>가 있는 것이다. 미국인의 합리적인 머리에서 나온 시스템이라 하겠다. 물론 오후에도 커피 브레이크가 있다.
1년을 통해서 가장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것이 여름이다. 꼭 더위 때문만은 아니다. 정초부터의 노동으로 인한 체력의 소모가 어느 한계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이런 때는 아무리 부지런을 떨고 애를 쓴다고 해도 역부족인 것이다.
그래서 공장에서 사고가 가장 많은 때도 여름철이라고 한다. 그러니 하루에도 커피 브레이크가 한두번 있듯이 1년을 통해서 특히 여름에 휴가를 가진다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일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연휴는 노사 어느 쪽에서나 절대적인 권리이자 의무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연중 무휴로 일을 한다는 것은 근면도 미덕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서, 적당히 휴식을 취하면서 살아갈 때 삶의 리듬이 원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휴식과 노는 일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휴식은 오락이 아닌 것이다. 휴식은 다음의 힘찬 도약을 위한 힘의 저축이요, 지속적인 능률을 위한 힘의 조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값있는 휴식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휴식을 놀이로 착각하여 지나친 놀이로 기울어질 것 같으면 오히려 피로가 쌓여 기진하게 될 것이며, 그런 종류의 휴식은 사회 질서를 어지럽게 할 뿐더러 다른 사람에게까지
해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의 건전한 리듬을 위하여 건전한 여름 휴가를 즐기도록 다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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