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00만이 죽어 나갔다고 했다. 희생자들은 딩카족으로 불리는 기독교도다. 북아프리카의 오지에서 벌어진 이 사태에 과거의 종주국 유럽은 침묵했다. 20여년간 지속되어 온 학살극은 이렇게 곧 잊혀졌다. 아니, 당초 관심조차 끌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 지역이 또 다시 ‘킬링필드’로 떠오르고 있다. 수단 남부의 다루푸르 지역이다. 기독교가 아니다. 이번에는 회교도다. 그들이 무참히 학살되고 있는 것이다. 피부가 다르기 때문이다.
광란의 학살극, 그 전위에 나선 게 ‘잔자위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아랍 회교 민병대다. 한 마을을 불시에 덮친다. 집은 불타고 남자들은 모두 살해된다. 여자들은 집단 성폭행을 당한다.
남는 것은 공포와 폐허뿐이다. 내 건 이유는 반란 진압이다. 이를 빌미로 그러나 조직적 인종청소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벌써 수만 명이 살해됐다. 검은 피부의 아프리카 부족민들은 외딴 지역으로 계속 내몰린다. 난민이 속출한다. 100여만이다.
회교 형제들이 학살되고 있다. 아랍 회교권은 그렇지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폴 존슨. 김선일. 미국과 한국의 무고한 민간인이 참수되는 처참한 광경을 담은 비디오만 계속해 방영되는 가운데 서방에 대한 증오만 되새김질하고 있을 뿐이다.
블랙 아프리카도 딴전이다. 유럽은 마치 천재지변이라도 발생한 양 유감을 표시하는 정도에 그쳤다. 살육극은 1년 이상 자행돼 왔지만. 결국 미국이 개입했다. 콜린 파월이 수단을 방문한 것이다.
효과는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랍 민병대의 학살행위를 사실상 방조해온 수단의 알바시르 군사정권이 아랍 민병대 무장해제 등 사태수습을 마지못해 약속한 것이다.
북아프리카의 외진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청소의 참극. 이 사태는 그러면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여전히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다. 이 시대에 미국의 파워가 미치지 않는 곳, 그 곳은 만인이 만인을 대적해 싸우는 홉스의 세계다. 신보수파의 논리였던가. 그 주장이 일면 타당하다는 걸 말해주는 건 아닐까.
그 말은 또 이렇게도 들리는 것 같다. 파워의 전환, 국가와 국가간에 이루어지든, 지역간에 이루어지든, 그것은 평화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포린 어페어지에 실린 한 거대담론의 요지다. 주목하는 곳은 아시아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의 급부상은 세계적 차원에서 파워의 변화를 가져오고 그 과정에서 대만, 한반도, 카시미르는 대규모 충돌의 발화점이 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여러 논거가 제시된다. 전환기에 아시아 지역에서 대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은 그렇지만 주로 아시아 각국에 팽배한 민족주의에 근거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도 바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안보 환경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한국이다. 중국에 환호한다. 북한을 위협세력으로 보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을 싫어한다. 이런 새 세대를 대변하는 정권 출범과 함께 미국은 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에 이제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거다.
동시에 일본의 역할이 강조된다. 중국의 부상에, 북한의 핵 개발에 위협을 느낀다. 때문에 미국과의 동맹을 더 강화하고 나선다. 미국은 미국대로 아시아 전략의 주요 축으로 일본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미·일 동맹은 더 공고해진다는 진단이다. 거기에는 가치관의 공유도 한몫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다.
미국이 일방주의를 포기했을 때 어떤 상황이 올까. 파워 전환의 시대를 맞아 던져지는 또 다른 질문이다. 다극체제에 의한 평화. 그 보다는 암흑시대가 온다는 거다. 가까운 장래에 미국을 대체할 세력이 대두할 가능성은 없다는 데에서 출발한 전망이다.
이 경우에도 한반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둡다. 핵무기 등 대량 살상무기의 범람, 거기다가 날로 팽배하는 민족주의가 상황을 상당히 어렵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고구려는 중국 지방정부의 일부였다.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다.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정리된 느낌이다. 독도는 다케시마다. 일본 영토란 말이다. 이건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한 ‘영토 싸움’이 벌어졌다. 동시에 터진 고구려사 문제, 독도 문제 대응 수위 조절을 놓고 한국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다.
왜 급작스런 영토 분쟁인가. ‘미국이라는 파워’가 물러나는 타이밍과는 관계가 없는 것일까. 결코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옥 세 철<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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