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맑아지고 기분 생생해지는 약
인체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규명도 안된채
심야근무·만성피로자에 커피 대용으로 ‘불티’
가벼운 메스꺼움·두통뿐 큰 부작용은 없어
그래도 장기 복용땐 신경계등 나쁜 영향 우려
24시간 영업하는 상점이나 한밤중 교대조 근무자, 대학생, 장거리 트럭 운전사, 컴퓨터 프로그래머등 밤을 밝히는 미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도우미는 하루에 1억잔 이상 팔리는 커피지만 1998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세팔론사가 ‘프로비질(Provigil)’이란 이름으로 판매하는 처방약 ‘모다피닐(Modafinil)’이 이들의 삶을 조용히 바꿔 놓기 시작하면서 아직 그 작동 원리도 밝혀내지 못한 이 약의 판매고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 약을 먹으면 몇시간은 물론 며칠이라도 정신이 맑고 생생한 기분이 유지되지만 자려고 들면 또 잘 수 있다고 사용자들은 말한다. 부작용도 약간의 두통과 가벼운 메스꺼움 정도라 사용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 그렇지 않아도 성취와 생산성에 집착하는 도가 지나쳐 일에 중독된 미국 사회의 앞날이 걱정된다는 우려 또한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의사들이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에게 그 원인을 알아보지 않고 이 약만 처방해줬다가는 중병이 간과될 수 있다고 염려와 함께 과학자들은 인체 건강을 보호하고 회복시켜주는 밤잠을 한시간이라도 줄이면 장기적으로 신경및 순환계에 나쁜 영향이 미친다고 경고하고 있다.
1970년대말 프랑스 연구진이 발견한 모다피닐은 미국 시장에는 1998년 심각한 수면 장애인 간질의 치료약으로 등장했다. 그러다 올해 초 연방식품의약국이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수면중 일시적 호흡정지및 교대 근무로 인한 수면 장애까지 사용 허가를 확대시켰다.
그러나 이 세가지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는 아주 적다. 세팔론사에 따르면 전체 처방의 90%는 피로, 우울증, 주의결핍 과잉행동장애, 다른 처방약으로 인한 졸음등 기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작년에는 미국 육상선수 6명에게서 올림픽 위원회가 금지한 이 약물이 검출됐고, 일단의 과학자들은 이 약을 비만 환자들의 식욕억제제로 실험중이며, 이 약이 코케인으로 인한 좋은 기분을 무디게 하므로 마약 중독 치료제로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 후원 연구도 나왔다.
의사들은 이 약의 안전성에 가장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기 전 프랑스에서 수년간 사용됐지만 큰 문제가 없었고, 임상 실험에서도 메스꺼움, 가벼운 두통, 불안 같은 부작용을 호소한 사람은 1%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떤 약이건 광범위하게 사용되다 보면 보다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는 법이라고 과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2003년에 모다피닐의 전세계 매출은 2억9,000만달러로 2002년의 2억700만달러보다 늘었다. 올해는 4억900만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그 90%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현재는 한달분이 120달러 정도 되기 때문에 못 먹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까운 장래에 타 제약회사들이 세팔론사의 특허에 도전, 일반약으로 판매하는데 성공하면 가격이 싸져 더 많은 사람들이 상용하게 될 것이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세팔론사는 프로비질의 대를 이어, 더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뉴비질’이란 약을 개발하는 한편, 아동들에게 가장 흔한 행동장애인 주의결핍증의 치료약으로도 허가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모다피닐을 둘러싼 모든 의문 중에서도 가장 희한한 것은 20년이 넘는 연구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이 아직 그것이 뇌에 무슨 작용을 하는지를 규명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은 이 약은 보통 자극제들과 확실히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다. 코케인이나 암페타민 같은 것들은 정신을 맑게 하면서 동시에 기분을 좋게하며 중독에 빠지게 하지만 이 약은 그런 부작용이 전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약을 자주 먹으며 계속 잠을 자지 않아 만성 수면부족이 되면 면역체계가 약화되며 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수명이 짧아진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졸음으로 인한 판단 착오로 매년 10만건 가량의 고속도로 교통사고가 나는 이 나라에서 잠이 쏟아져도 자동차를 운전하고 출근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에게는 약을 주지 않을 수가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18시간동안 계속 깨어있을 경우 실수할 확률은 혈중 알콜농도 0.05와 똑같고, 21시간동안 자지 않으면 많은 주에서 단속 기준으로 삼는 0.08에 이르기 때문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