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생 배려도 확대...2년제 대학 진학 보편화 전망
저렴한 학비.개방입학정책에 이민 1세들에도 인기
대다수 학생들이 올 가을 4년제 정규대학 진학을 앞두고 가슴 벅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한편, 또 다른 학생들은 2년제 대학 진학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2년제 대학 진학이 더 이상 4년제 대학 진학에 실패한 낙오자를 위한 차선책이라는 이미지를 점차 벗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년제 대학의 새로운 변화와 장점을 진단해본다.
누구에게나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학교를 개방했다는 의미를 담아 `피플스 칼리지(The People’s Colleges)’로 불리는 미국의 2년제 공립대학은 특히 지난 1990년대 들어 등록생 급증 현상을 보이면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미 교육위원회 정책분석센터 집계 자료에 따르면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 또는 `주니어 칼리지(Junior Colleges)’로도 불리는 2년제 대학은 지난 1989년부터 1999년까지 10년 동안 무려 14%의 등록생 증가를 보였다. 이는 동기간 미국내 모든 고등교육기관을 통틀어 평균 9%의 등록생 증가를 보인 것과 비교할 때 큰 성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24세 미만의 미혼으로 부모로부터 완전 독립되지 않은 학생 등록도 동기간 26%에서 30%로 늘어났다.
그동안 2년제 대학은 4년제 대학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또
다른 통로 역할로써만 인식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4년제 공·사립대학보다 학비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중·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대학이라는 인식도 강했다. 2년제 대학의 연간 학비는 일반 4년제 공립대학의 절반, 사립대학의 15% 수준이다.
또 미국생활이 오래되지 않은 이민자들에게는 언어적응 훈련을 갖고 보다 체계적으로 실력을 쌓아 4년제 대학 편입을 준비하는 보충 기간으로도 활용돼 왔었다.
실제로 2년제 대학은 대학진학 준비가 부족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이민 1세들에게 미국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교육제도로 손꼽힌다.
특히 커뮤니티 칼리지는 다양한 기술교육까지 병행하고 있어 순수학문 이외에도 사회진출에 앞서 사전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2년제 대학은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의 고등교육 이수를 위해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뒤 베이비붐 세대의 성장에 발맞춰 1960년대 운영시스템을 구축하게 됐고 이후 큰 성장을 이룩했다.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으로 이어진 미국내 고교 졸업생 감소로 2년제 대학의 학생 등록률도 덩달아 감소하는 등 하락세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오는 2009년에는 미국내 고교 졸업생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교육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앞으로 2년제 대학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의 등록생 급증은 2년제 대학으로 하여금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학과 과정 재검토 및 자발적인 대학 개편 움직임을 불러 일으키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낳고 있다.
2년제 대학의 수준이 점차 향상되면서 진학 결정의 배경이야 어찌됐든 예전과 달리 주저 없이 2년제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학생들도 크게 늘고 있는 분위기다.
게다가 2년제 대학을 거치면서 탄탄한 실력을 갖춰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는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까지 확대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더욱 지속될 전망이다.
한 예로 일부 뉴욕주립대학(SUNY)에서는 SUNY 산하 2년제 대학에서 편입한 학생에게는 전공과목 수강 우선 신청 특혜를 제공하는 등 편입생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4년제 대학도 대학 1, 2학년동안 실력 부진으로 중퇴한 학생들을 대신해 우수한 학생들을 보강하기 위한 정책적 차원에서 편입생 서비스 확대는 더욱 보편화될 전망이다.
반면, 2년제 대학 등록생 증가와 관련, 일부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등록생이 늘어나는 만큼 4년제 대학이 편입생을 수용할 만한 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4년제 대학의 학생 수용 능력의 한계가 결국은 걸림돌이 돼 2년제 대학의 성장저해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2년제 대학 등록생 급증으로 일부 주에서는 상당수 학생이 등록을 거부당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도 낳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커뮤니티 칼리지도 4년제 대학처럼 대입수능시험인 SAT 성적 등을 반영, 지원자를 선별해 등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개방입학정책을 고수해온 커뮤니티 칼리지가 쉽사리 입학정책을 급격히 바꾸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많은 해결과제를 남겨두고 있지만 굳이 대학진학 준비를 보충하거나 영어장애 극복을 원하는 이민자 학생, 학비 부담이 걱정되는 학생들이 아니더라도 아직 전공학과나 장래 직업선택에 대한 뚜렷한 확신이 없다면 2년제 대학 진학을 적극 권장할만하다.
별다른 목표도 없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해 비싼 학비를 지불해 가면서 방향 잃은 공부로 시간과 돈을 낭비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야할 길을 찾을 때까지 신중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훨씬 생산적인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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