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사디나 독립기념일 축제
라이브 음악·명물요리 ‘토틀 체험’
단일 민족인 우리들은 일제 치하를 경험하지 않았어도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며, 또 행사장에서 애국가의 멜로디를 들으며 괜스레 가슴이 울렁이는 경험을 공유한다. 건국된 지 230여 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역사에다 끊임없이 전 세계로부터 귀화해온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된 미국. 과연 이곳에도 나라 사랑하는 오롯한 마음이 있기나 한 건가 미국에 발을 붙이고 살면서도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국가, 애국... 이런 단어들과는 아무 관계없이 살고 있는 줄 알았던 미국인들이 가끔씩 다른 시각으로 보여질 때가 있다. 할리웃 보울 음악회가 있을 때, 스타 스팽글드 배너 반주에 맞춰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리를 높이는 그들의 표정은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습관적으로 불렀던 우리들의 자세를 반성하게 만들 정도로 진지하다.
이들은 국제적으로 미국이란 나라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는 사건들에 대해서도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올림픽 대회의 수영 경기와 조정 토너먼트를 지켜보는 미국인들의 표정은 아이 낳으러 분만실에 들어간 아내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남편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미국인들은 그들의 나라가 여전히 세계 최강국의 위치를 지켜가길 희망한다. 7월 4일 독립기념일은 그런 미국인들의 애국심에 불을 당기는 날. 전국적으로 행해지는 독립 기념일 기념 행사와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는 할리웃 식 애국심을 부추기는 좋은 행사들이다.
7월 4일 저녁 패사디나 로즈 보울에서 열릴 독립 기념일 축제(America Festival)는 그런 이벤트들 가운데 남가주 최대 규모. 대부분의 독립 기념일 불꽃놀이 행사가 밤에만 열리는 것과는 달리 이 축제는 온 가족이 하루 온종일을 즐길 수 있게 꾸며지는 것이 특이하다. 로즈 보울 주차장 H.에 마련되는 미니 카니벌에는 다양한 게임과 탈 것이 마련된다.
로즈 보울의 도어가 열리는 것은 오후 5시. 무대에서는 스윙으로부터 힙합까지 모든 장르의 라이브 음악이 연주되며 미국 여러 도시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컬리너리 투어도 있다. 미국은 사실 맛의 기행으로 치자면 그리 내세울 것이 없는 나라. 하지만 200여 년의 세월을 지나오면서 벌써 각 지방의 명물이 생겨났다.
미국의 한 주(State) 크기에도 미치지 못할 한국이 전라도식 홍어찜, 함경도 냉면 등 지방색 강한 음식들을 갖고 있는 것에는 비교될 수 없지만 미국의 각 지방도 다양한 문화들과의 만남을 거듭하며 새로운 요리와 맛을 개발해나간다.
텍사스와 멤피스의 바비큐, 뉴올리언스의 케이전 푸드, 샌타페의 텍스멕스 푸드, 애틀랜타의 소울 푸드는 이미 매니아 층을 형성할 정도로 인기 있는 요리들. 샌프란시스코 피셔먼즈 워프를 거닐다 먹었던 클램 차우더는 원조 그대로 시큼한 사우어도우 빵 속 안에 담겨진 것을 맛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행사에는 샌프란시스코, 뉴욕, 뉴올리언스, 시카고, 마이애미, 샌타페 등 미 전국 대도시에서 온 유명한 레스토랑, 푸드 컴퍼니 등 벤더들이 총 출연해 맛깔스런 음식들을 선보인다.
또한 행사의 스폰서인 서브웨이 샌드위치의 여러 가지 샘플 아이템도 맛볼 수 있다.
대표적인 샘플 푸드로는 바비큐, 이탈리아 음식, 소시지 샌드위치, 케이전 푸드, 빵과 케이크, 옥수수, 닭튀김, 텍스 멕스 음식들을 들 수 있다. 루이지즈 트라토리아(Louise’s Trattoria), 울프 버거(Wolf Burgers), 샘즈 델리(Sam’s Deli) 등 미 전국에서 온 레스토랑 벤더들의 샘플 역시 맛볼 기회가 주어진다.
오후 5시부터 스테디엄 실내에서 시작되는 라이브 음악 연주 무대는 신나는 한 판 무대를 꾸며준다. ‘내 마음을 빼앗아 가 버린 그대(You Take my Breath Away)’를 불러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그룹 버얼린(Berlin), 리키 마틴의 노래, ‘리빙 라 비다 로카(Living La Vida Loca)’를 작곡한 것으로 유명한 이니그매틱 로사 외에도 부기 나이츠, 제이크 심슨 등 여러 뮤지션과 그룹들은 신명나는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허니문 인 베가스(Honeymoon In Vegas)에 출연한 바 있는 플라잉 스카이다이빙 이벤트 전문 회사 플라잉 엘비(Flying Elvi)의 스카이다이버 10명은 로즈 보울의 상공 위로부터 스테디엄 무대로 사뿐히 내려앉으며 인상적인 공연을 보여줄 것이다.
자동차 공중 묘기 전문 팀 크리에이티브 스포츠(Creative Sports)사가 마련하는 깜짝 쇼도 마련된다. 액션 영화에 스턴트로 자주 출연하는 이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찔한 곡예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어지는 순서는 미국 내 대도시의 풍경과 미국을 빛낸 영웅들의 모습을 함께 엮은 영상물 상영. 애국적 분위기의 음악과 함께 대형 화면에 피사되는 이미지들은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내용으로 꾸며진다.
35분으로 구성된 불꽃놀이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최고의 불꽃놀이 이벤트 디자인 회사에서 기획한 쇼를 대하는 관객들은 탄성과 함께 입을 다물지 못한다.
독립 기념일, 최대 규모의 불꽃놀이로 물들 패사디나의 하늘 아래서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나라에 대한 애국적 순간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행사 프로그램 시간: 카니발: 오전 10시-오후 8시. 로즈 보울 도어 오픈 오후 5시. 불꽃놀이 오후 9-10시.
▲티켓: 성인 20달러. 5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무료. 몇몇 서브웨이 지점에서는 50퍼센트 할인 쿠폰을 배부하고 있다. 티켓 예약은 티켓 매스터를 통하거나 로즈 보울 박스오피스(로즈 보울의 남쪽 끝, Gate A 가까이에 있다, 626. 577. 3100)에서 하면 된다.
▲주차: 차 한 대 당 15달러. 로즈 보울 주차장 B, D, F.
▲가져가지 말아야 할 물건들: 컨테이너들, 깡통, 쿨러, 알콜 음료, 담배, 풋볼, 비치볼, 프리즈비 등의 장난감, 배너, 소음을 만들어내는 것들, 호루라기, 무기, 우산, 대형 라디오, 애완동물 등.
▲가져가도 되는 것들: 쿠션, 아기 유모차, 카메라. 개별적인 불꽃놀이는 허락되지 않는다.
▲로즈 보울 주소: 1001 Rose Bowl Dr. Pasadena, CA 91103. 가는 길은 한인타운에서 Alvarado St.을 타고 북쪽으로 가다 2번N.로 가다가 134번 E.로 갈아타고 San Rafael/ Linda Vista Ave. 출구에서 내린 후 San Rafael Ave.에서 우회전, W. Colorado Bl.에서 좌회전해 Linda Vista Ave.로 계속 간다. 이어지는 Seco St.로 따라 가다가 N. Arroyo Bl.에서 좌회전하면 목적지인 로즈 보울이 나온다.
▲문의: (626) 577-3101. (818) 566-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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