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열었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
■ 김천호사장 회견서 엇갈린 진술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이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관련, 바그다드에서와 많은 부분에서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어 감사원 조사가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사장은 1일 서울 대치동 예스컴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오후2시43분께 삼청동 감사원으로 출두, 5시간 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감사원은 이날은 주로 김 사장의 진술을 청취했으며, 앞으로 3~4회 추가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에게 쏟아지는 주된 의혹은 피랍사실을 한국대사관에 알리지 않은 이유와 미군의 사전인지여부, 협상과정, 피랍시점에 대한 번복 등이다.
김 사장은 김씨 피랍이후 6월1일, 7일, 10일,11일 등 네 차례나 대사관에 갔으나 피랍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었다. 그는 이에 대해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해 대사관에 알리지 않았고, 대사관 방문은 대사관저의 별관 신축공사 등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사장의 대사관 방문은 모두 김씨의 행방을 찾고 있던 시기였는데 과연 단순히 업무 때문이었는지 의문이다.
김 사장은 현지에서 처음 피랍사실을 미군에 알렸다고 말했다가 가나무역의 원청업체인 AAFES에만 전달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하지만 이날은 미군에 알린 게 아니다.
AAFES의 민간인 군속에게 직원이 실종됐는데 알아봐 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며 더욱 발을 뺐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서 김 사장이 피랍사실을 미군에게서 통보 받았다고 했다가 최종 진술에서 번복했다고 밝혔었다.
협상과정도 미스테리다. 김 사장은 김씨의 행방을 찾다가 6월10일께 무장세력에 억류된 사실을 알았고, 현지직원과 이라크 변호사를 보내 석방교섭을 벌였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자회견에서는 팔루자의 여러 무장세력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에 도움을 청했다면서도 협상 단체와 내용, 조건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피랍시점에 대한 진술 번복에 대해서도 김 사장은 당시 상황이 워낙 혼돈스러워 처음 대사관에 말한 뒤 다시 생각해 한번 바꾸었을 분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처음 피랍시점을 6월17일이라고 했다가 15일, 다시 5월31일로 말을 바꾸었었다. 이외에도 피랍과 추가파병의 연관성, 피랍단체와 살해단체의 동일여부 등 각종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김 사장이 진술을 자주 번복해 진상 규명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곤혹스러워 했다.■다음은 김천호 가나무역사장측이 배포한 보도자료 전문
현재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한 답변
1. 미군 당국에 통보여부
8월 10일경, 본사 매니저 장계민씨가 개인적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미군 거래업체인 AAFES 소속 군무원 매니저 Jim에게 김선일씨 실종사실에 관한 소식을 알아봐 줄 수 있는지에 대하여 문의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Jim은 그 문제는 우리가 확인하기 힘들다는 답변을 하였다는 보고를 위 장계민씨를 통하여 들었음. 그 이외에 미군 당국에 김선일씨 실종과 관련하여 어떠한 문의나 협조 요청한 사실이 없음.
2. 대사관과 한국 정부측에 통보 여부
대사관에 4차례 방문하였으나 피납사실에 대해서는 통보한 사실이 없으며 팔루자 지역 모포지원 문제와 영사관 신축건에 관한 논의를 하였음. 애초 2번 방문시에는 김선일씨가 어떠한 상황에 처하였는지 불분명하여 통보할 수 없었으며, 이후 방문시에는 피랍사실을 안 이후였는데, 당시 무장단체와 접촉한 변호사로부터 알리지 않는 것이 신변 보호에 더 이롭다는 말을 들었고, 곧 풀어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기에 믿고 기다렸음.
3. 몸값 요구 사실 여부
무장단체로부터 몸값등 어떠한 형태의 요구조건을 듣지 못했음.
4. 피랍시점에 관한 진술 변경이유
알자지라 방송에 김선일씨납치 비디오가 공개되었고, 대사관으로부터 비디오공개 통보를 받은 후, 큰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경황이 없는 중에 ‘17일 피랍되었다’고 잘못 진술하였음. 하지만, ‘15일에 피랍되었다고 언급한 사실은 없음. 피살 다음날, 김선일씨의 모든 행방과 관련된 상황을 일지로 작성하여 대사관에 제출.
5. 협상경위
▲6월4일~10일 = 어떻게 실종된 것인지 몰라서 이라크 직원들을 지시해 거의 매일 팔루자쪽을 수색하고 다른 이라크인 직원들과 한국인들은 바그다드를 위주로 수색했다.
▲10일~14일 = 이라크인 직원 2명이 무장세력 사무실로 가서 무장세력의 일원으로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김선일씨로 추정되는 사람이 있다고만 확인해 줬다. 얼굴을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보여주지 않은 채 `안전하다’고만 이야기를 해 회사에서는무장세력이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확인을 할 수 없었고 회사 고문변호사를 통해 무장세력 간부와 접촉을시도했으며 변호사가 무장세력 간부와 14일까지 계속 연락을 시도한 결과 15~16일께만나기로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15일~16일 = 변호사가 무장세력(무자헤딘)의 고위간부를 만났는데 그 무장세력은 김씨를 납치한 조직과 관련된 조직이긴 하지만 직접 지휘하에 있는 조직이 아니라고 했다. 변호사가 (김씨를) 직접 납치한 조직으로 사람을 보내 풀어달라고 요청해 달라고 부탁하자 그 무장세력 간부는 기다리면 연락을 줄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말을 들었다.
▲18일 = 접촉했던 무장세력 측에서 변호사에게 18일에 만나자고 통보해와 변호사가 오전 10시 이라크 직원 2명과 동행, 팔루자로 출발했다. 팔루자에서 무장세력측은 이라크인 직원은 사무실에서 기다리게 하고 변호사만 자신들의 차에 태워 제3의 장소로 이동했다. 그 곳에서 변호사는 무장세력 간부와 3시간정도 독대했다.
변호사에게 전해들은 대화내용은 `잘 될 것이니 풀어줄 것이다. 그러니까 기다려라. 코리아는 우리의 적이 아니니 곧 풀어주겠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내용이 실제 납치범들이 무자헤딘에게 전달한 것인지 아니면 무자헤딘의 자체 판단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19일~20일 = 변호사가 무자헤딘측과 오전에 통화를 한 결과 19일 오후 9시에전화해 줄 것을 요청해 그 시간에 변호사가 다시 전화를 했더니 무자헤딘 측에서 2시간 후에 다시 연락할 것을 요구했다.
그래서 2시간 뒤인 오후 11사에 전화를 시도했는데 통화 실패로 연결이 안돼 20일 새벽 2시까지 계속 통화를 시도했다. 변호사는 20일 오전 무자헤딘 측과 연락이안된다고 통보해 왔다.
20일 오전 11시께 변호사는 무자헤딘 측으로부터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보고했고 나는 왜 상황이 어려워졌는지 최선을 다해 알아보라고 한 뒤모술로 갔다.
▲21일 = 오전 10시 모술로 출발하기 전에 이라크인 비서에게 전화해 변호사에게 이틀 전까지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는데 어떻게 상황이 갑자기 악화됐는지 자세히물어보고 추궁하라고 지시했다.
오후 6시 변호사에게 다시 팔루자 무장세력을 찾아가 달라고 요청했지만 무자헤딘측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밤 11시 변호사는 무자헤딘과 전화 연락이 됐다고 보고하면서 잘 되어가고있다. 잘 될 것이다라고 했다. 변호사는 무자헤딘 측에서 2시간 뒤에 다시 한 번연락을 취하기로 했다고 말해 22일 오전 1시까지 기다렸지만 변호사가 무자헤딘측에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실패했다고 보고했다.
▲22일 = 오후 1시께 변호사가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파병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는 보고를 했다.
6. 모술 최욱씨의 억류설
최욱씨는 김선일씨의 사건이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고, 그 전에 여권기한이 만료되어서 새 여권을 대사관에 신청하려고 여권을 김선일씨를 통해 대사관에 전달하려고 했지만, 여권은 피랍당시 김선일씨가 소지하고 있었다. 대사관에서는 최욱씨에게 최대한 빨리 한국으로 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고 최욱씨는 모술에 억류된 것이 아니다. 욕로로의 이동이 위험해서 공군비행기로 모술에서 바그다드로 이동하려고 비행 스케쥴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본인도 한국에 전화해서 부모님께 돌아가고 싶다고 했던 말이 이렇게 과장되게 나올 줄 몰랐다는 식의 사과 이메일을 보내왔다.
7. 김선일씨와 함께 피납된 운전사와 관련된 사항
6월 3일 운수회사 사장(알리)이 김천호사장과 만나서 억류되었다는 사실을 얘기했고 김천호사장이 대사관에도 알리겠다고 했는데, 이는 전혀 사실 무근이다.
첫째, 최근 방송에 출연한 알리 라는 사람은 그 회사의 사장이 아니다. 현재 그 회사 사장(하지 마흐산)은 일주일 전 쯤에 과도정부 이양에 대한 혼란의 우려로 인해 가족을 데리고 시리아로 도피해 있다고 알고 있다.
둘째, 운송회사로부터 운전사(후세인)가 피납사실 여부 및 억류내지 석방되었다는 얘길 듣지 못했다.
셋째, 운전사가 풀려나 바그다드 시내에 있다는 A씨의 말은 전혀 맞지않다. 귀국 직전에도 운전사의 가족이 회사로 찾아와서 운전서애 대한 새소식이 없냐고 물어왔었다.
8. 종교단체 관련설
가나무역과 특정 종교단체와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음. 다만 바그다드에 진출해 있는 몇 안되는 한국인끼리는 서로 협조하며 가까이 지내고 있음.
9. 국적문제
한국 국적이며, 미국과 관련된 일체의 국적상 연관성 없음. 최근에 사업상 바빠서 한국에 자주 들어오진 않았지만, 2002년 3월 23일에 친지 방문 목적으로 입국한 기록이 있음.
10. 미국과의 연계설
전혀 사실 무근이며, 이와 관련된 최근의 몇몇 도도 문제에 대해서는 변호인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음.
/한국아이닷컴 뉴스부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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