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승리할까. 하이티즘(heightism)이라고 했나. 이 이론에 따르면 존 케리가 이겨야 한다. 조지 W. 부시보다 키가 4인치 정도 크니까.
역대 대통령 중 평균신장 이하의 대통령은 한 명밖에 없다. 대선 후보 중 키가 큰 후보가 이긴 경우가 훨씬 많다. 이런 사실들을 토대로 세워진 이론이다.
후보의 신장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으로, TV시대에 이 하이티즘의 적중률은 더 높아져가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 자유다. 그렇지만 상당히 권위 있는 대선 예측 포뮬러의 한 기준 요소가 바로 하이티즘이다.
예일대학의 경제학자가 개발했다는 이 포뮬러는 여러 부문에서 대선 후보들의 점수를 메긴다. 그리고 종합 점수가 높은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첫 번째,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제다. 살기 좋은 상황에서 현직이 재선에 실패한 경우는 거의 없다. 현 미국의 경제는 클린턴이 재선에 성공했을 때, 그러니까 1996년의 호황에 뒤지지 않는다. 당시 클린턴의 득표율은 54%선. 이 점에선 부시가 단연 유리하다.
두 번째는 현직 대통령의 업무수행 만족도다. 50%가 갈림길이라고 한다. 부시의 업무수행에 긍정적인 유권자는 48%선이다. 부시에게는 레드 시그널이다. 케리에게는 당연히 호재이고.
세 번째는 요소는 전시에는 지도자를 바꾸지 않는다는 불문율이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4선에 성공했다. 2차대전 중이기에 가능했다. 미국의 역사를 돌아보면 전시에 대통령을 바꾼 예가 없다. 이 점에서는 부시가 유리하다.
모두 여섯 부문에서 양 후보의 유·불리를 점치고 득표율을 예상한다. 누가 더 키가 큰가는 맨 마지막 고려사항이다. 이 방정식에 따르면 올 대선은 레이건의 압도적 재선에 필적하는 부시 압승으로 끝난다는 답이 나온다고 한다.
그렇지만 선뜻 자신하지 못하는 눈치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혼전의 양상을 보여서다. 경제가 좋은 건 확실하다.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유권층은 그 어느 때보다도 파당으로 갈려 있다. 예측을 불허하는 요소들이다. 적중률 90%에 가까운 이 포뮬러도 낡은 방식이 될 정도로 미국의 정치가 급변하고 있다는 말이다.
니콜러스 버그, 폴 존슨, 그리고 김선일. 무고한 민간인에게 잇달아 가해진 참수라는 아랍 테러리스트들의 잔혹행위는 존 케리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논객의 주장이다.
아무 저항력이 없는 민간인이다. 그들을 꿇려 앉혔다. 그리고 외친다. ‘알라후 아크바’- 하나님은 위대하다는 거다. 도대체 어떤 하나님인지 모르겠지만. 살려달라는 절규를 외면하고 목에 칼을 들이댄다. 긋는다…. 목이 떨어져 나가고, 고통 속에 죽어 간다. 태연히 비디오에 담는다. 피가 역류하는 끔찍한 광경이다.
수백 포로의 멱을 땄다. 마치 개나 돼지를 도살하듯이…. 그 광경에는 가장 강경한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들도 치를 떨었다. 80년대 알 카에다 그룹의 모습이다. 알제리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수많은 생명이 학살됐다. 희생자들은 종파만 다를 뿐 같은 무슬림 형제들이었다. 인간의 멱을 따는 행위, 존엄한 인간의 생명을 철저히 경멸하는 행위를 태연히 저질렀다.
‘인간도살 면허‘라도 받은 것 같다. 이 멘탈리티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보면 바로 해답이 나온다. 비(非)이슬람교도에게는 조금도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다. 이슬람 제국건설만이 신의 뜻이다. 와하비즘에 뿌리를 둔 교육이다. 철저히 배타적인, 죽음의 문화를 사우디의 각급 학교는 가르치고 있다.
이라크 해방뿐이 아니다. 전 세계의 이슬람화가 목적이다. 여성이 교육받기를 원하면 때리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그리고 무고한 사람들을 잡아다가 서슴없이 목을 벤다. 와하비즘에 뿌리를 둔 아랍 테러리스트들의 이 행위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악(Evil)이다. ‘혹시 악이 아닐까’도 아니다. 악이다.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아랍의 자존심, 아랍의 상처, 아랍의 분노. 이해된다. 그렇지만 어떤 명분을 내걸든 무고한 민간인을 납치해 목을 베고 비디오를 만들어 유포하는 행위, 그 행위가 보여주는 건 바로 악마성에 다름 아니다.
과거 공산주의, 나치즘. 그 체제에 내재돼 있는 전제성, 잔인성에 뒤지지 않는 악이다.
그들에 대해 그런데 케리는 말을 아껴왔다. “아, 그러니까…” “말하자면…” 등등의 접두사와 함께 ‘악’으로 규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대선 후보를 유권자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이 논객이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다.
그건 그렇고 한국인들은 이 사태에서 무엇을 보고 있을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촛불시위와 관련해 지워지지 않는 궁금증이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나.
옥 세 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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