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과 장대를 잡아당기며 민첩한 손놀림으로 인형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인형극은 한인 청소년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컴퓨터 게임과 오락, 영화 등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은 청소년들은 인형극이 다소 지루하고 어린 꼬마나 보는 공연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장면처럼 인형이 노래 부르고 익살스런 연기도 펼치는 인형극은 취학 전 어린아이서부터 80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가족 공연이다. 센트럴 팍과 소호, 이스트 빌리지를 중심으로 유럽 극단의 인형극 공연이 활발하다. 최근에는 한인 인형 극단 ‘인형극장 아빠엄마’(Puppet Theatre Ahpa Umma New York)가 창단돼 한인 대상 강습회를 통해 인형극 알리기에 나섰다.
이 극단은 지난 3월부터 5월초 플러싱 YWCA에서 일반인을 비롯 유치원, 교회학교, 한국학교, 학원에 종사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인형극 강습회를 시작으로 정식 창단됐다.
아빠엄마 인형극장을 창단한 박동훈(미국명 코먼 박)씨와 인형극에 관심 있는 한인 7명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등학생부터 대학원생, 교회 전도사까지 단원들의 직업과 연령도 다양하다.
단원들은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극단 사무국장 설영숙씨와 인형조정법을 지도하는 무용안무가 권홍희(라과디아 커뮤니티 칼리지 재학중), 주일 학교 교사인 신유경 전도사, 촬영 미술담당 이윤주(헌터 칼리지 영화 전공), 인형조종과 음향, 음악 담당자인 이수진(NYU 졸업), 인형 조종과 무대설치를 담당한 한희승(프랜시스 루이스 고교 졸
업)씨, 인형조종과 악기연주를 맡고 있고 프랜시스 루이스 고교에 입학하는 한희준(QIS 15 졸업) 군 등이다.
한희준군은 뉴욕한국일보 특별 후원으로 뉴욕의 한인극단 ‘서든인라트먼트’(예술감독 김은희)가 지난 3월 공연한 청소년 연극 ‘우리 읍내’ 출연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인형극에 도전하고 있다.
박 연출자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 극단 현대 극장 창립 단원과 오리온 인형극장 대표를 지냈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레미제라블, 에비타, 피터팬, 오즈의 마법사 등에 출연한 바 있다. 92년 김성원, 이치우, 나문희씨와 함께 맨하탄 라마마 극장에서 이중섭의 생애를 그린 연극 ‘The Flight of Lee Chung-Sup’의 공연 후
뉴욕으로 이주했다. 현재 YWCA 인형극 강습회 강사로 있다.
박씨는 맨하탄에서 활동 중인 타민족 인형극이 예술적인 면을 강조한 성인대상 공연이라면 아빠엄마 극단은 어린이, 청소년, 노인까지 모든 연령의 한인들이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인형극의 대중화를 목표로 한 극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우리의 전통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 감각의 인형극을 보급하기 위해 인형극의 전문화와 과학화를 이뤄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빠엄마’ 극단 단원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엎드리기도 하고 기기도 하며 무거운 인형을 조작해야 하는 인형극에 흠뻑 빠져 있다.연습실이라고는 따로 없이 비좁은 아파트에서 매일 같이 땀을 뻘 뻘 흘리며 연습하고 있다.
박 연출자의 잭슨하이츠 아파트에 들어서면 의자 한 개와 책상 하나 놓으면 꽉 찰 작은 방에 장대인형, 줄인형, 손인형 등 공연에 쓰일 각종 인형들이 수북하다. 그 사이로 단원들이 장시간 인형과 씨름하고 있다. 이달 플러싱 YWCA의 인형극 ‘견우와 직녀’를 공연하기 위해 주 6일 매일 8시간씩 맹연습 중이다.
칠월칠석과 관련된 견우 직녀의 이야기를 해설과 함께 음악, 재미난 동작으로 보여줄 인형극 ‘견우와 직녀’는 뉴욕한국일보 후원으로 7월16∼31일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플러싱 YWCA 강당 무대에 오른다.
박첨지, 꼭두각시, 덜머리집, 임금님, 견우, 직녀, 사슴, 토끼, 양, 소, 오빠, 늑대, 호랑이, 까치 노란입 까마귀 등 많은 인형들이 나온다. 주요 대목은 영어 해설이 제공되고 출연 인형들은 단원들의 조정에 따라 익살스런 연기를 펼친다. 음악도 우리의 대중 가요를 삽입, 우리의 옛 이야기에 대한 청소년들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극중 인물도 영어를 유일하게 구사하는 신여성으로 나오는 덜머리집과 박첨지와 같은 인물을 등장시켜 극의 재미를 더한다.인형극 전후로 세계 각국의 인형을 맛보기로 보여주는 특별 이벤트 ‘인형과 함께 놀이’가
마련된다.
한편 극단측은 YWCA 인형극 공연과 병행해 요청시 교회를 방문, 선교를 위한 인형극장인 ‘하나님의 아이들’을 공연할 예정이다. ▲문의: 718-779-1206
견우와 직녀는 먼 옛날 하늘나라에 있었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하늘나라 임금님에게 아주 예쁜 공주가 있었는데 공주는 베를 잘 짜서 직녀라고 불렸다. 신랑감 견우는 어릴 때부터 소를 타고 놀기를 좋아해 결혼 후에도 소를 몰고 놀러 다니거나 직녀가 베를 짤 때에도 손을 잡아끌며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견우는 궁궐 안에서 소를 타고 다니다가 꽃을 짓밟고 나뭇가지를 꺾다가 임금님의 눈밖에 나 직녀와 1년에 한번, 칠월칠석날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만나게 된다는 우리의 민화를 청소년들의 구미에 맞게 현대적 감각으로 개작한 작품.
▲공연일시: 7월16∼31일, 금요일 오후 5시와 7시, 토요일 오후 2시30분과 4시30분 공연(주 4회 공연)
▲장소: 42-07 Parsons Blvd., Flushing
▲입장료: 10달러(YWCA 회원은 8달러), 20명 이상의 단체는 30% 할인
▲문의: 718-353-4553
<김진혜 기자> j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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