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 팔지 않고 지난 23년 동안 ‘운동화 판매 외길’을 걸어온 전상철 ‘하나 스포츠’ 대표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정도를 걷는다는 것이 비즈니스 철학”이라고 밝힌다. <이승관 기자>
맨발로 달려 성공한‘운동화 인생’
81년 스왑밋 장사 시작 ‘초라한 출발’
제품 도난·소송 등 극복 ‘화려한 성장’
작년 100만켤레 판매 2,500만달러 실적
패라마운트의 ‘하나 스포츠’(Hana Sports·대표 전상철)는 운동화 도소매를 전문으로 하는 한인 중견업체. 이 회사가 지난 한 해에 판매한 네임 브랜드 및 자체 브랜드 운동화는 무려 100여만 켤레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2,500만달러였으며, 아직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연 10%대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본사가 있는 패라마운트의 5만스퀘어피트 규모 창고에는 수만 켤레의 운동화들이 주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웨어도 소량 취급하지만 하나 스포츠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운동화에 집중하고 있다. 좀 컸다 싶으면 타업종 진출을 서슴지 않는 일부 업체들과는 대조적이다. 이같은 외길 정신 덕분에 이 회사는 지금 캘리포니아의 신발취급 업체중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스왑밋에서 시작된 꿈
하나 스포츠 전상철 대표가 이민 길에 오른 것은 1980년. 이듬해인 81년 그는 선배들과 그랜드파더 클락을 수입하는 무역회사를 어바인에 차렸다. 열심히 했지만 ‘너무 사람 좋은 선배들 때문에’ 별 재미는 보지 못했다.
그러던 1981년 어느날 전 대표에게 인생의 전기가 찾아왔다. 무역회사에 몸 담고 있으면서 주말에 할 만한 비즈니스를 찾던 시절이었다.
코스타메사 페어그라운즈에서 열리는 스왑밋에 구경 나갔던 그는 눈이 번쩍 뜨이는 광경을 목격했다. 끝없이 늘어선 부스들중 유달리 한 곳에만 손님들이 북적대는 것이었다. “네임브랜드 운동화를 파는 업소였죠. 신발 라벨을 살펴보니 너무도 친숙한 ‘Made in Korea’가 붙어있더군요. 멋모르고 한국상품이면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 돈을 마련해 신발을 사러다녔으나 알고보니 딜러십이 필요한 미국 회사 제품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환경에 굴하지 않고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며 통사정 한 끝에 물건을 확보, 그 스왑밋에서 ‘운동화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장사는 잘 됐다. 열심에 운까지 보태진 결과였다. 약 1년 후에는 파운틴밸리의 한 샤핑몰에 둥지를 트는 데 성공했다. 주중에는 가게에서, 주말에는 스왑밋에서 주7일을 근무하는 날들이 이어졌지만 피곤한 줄 모르고 일했다.
83년 전 대표는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다. 파운틴밸리의 가게를 정리하고 샌디에고 인근 출라비스타로 진출한 것이다. “장사 경력이 조금 쌓이면서 재고처리 운동화가 멕시코로 많이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국경장사를 시작했죠.” 동전을 모아 와 아이들 신발을 사줄 정도로 신발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멕시칸들을 상대로 영업한 86년말까지 하나 스포츠는 급성장했다. 그곳에서 2개의 가게를 운영하면서 애나하임에도 가게 하나를 오픈할 수 있었다.
때마침 에어로빅 붐이 일어 아디다스, 컨버스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수많은 한인 및 히스패닉 소매상들이 ‘차떼기’로 물건을 사간 것도 매출을 크게 올려줬다.
■현재, 그리고 미래
그는 87년 3년간의 출라비스타 시대를 정리하고 애나하임으로 올라왔으며, 89년에는 회사를 패라마운트로 옮겼다. 그후 인근에 자체 사옥을 마련하는 등 내실을 기하면서 성장을 거듭,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 다운타운, 놀웍, 패라마운트, 다우니, 웨스트코비나, 애나하임 등 6곳에서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이름은 ‘메가 슈 팩토리’(Mega Shoe Factory). 콘크리트 바닥과 쇠로 만든 전시대를 사용해 ‘MTV 컨셉’으로 꾸민 5,000-1만스퀘어피트 대형 매장에서 브랜드, 컬러별로 720여종의 신발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주 고객은 10-20세 히스패닉 청소년들이다.
“톱 브랜드에서 재고상품까지 모두 구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브랜드 제품의 경우 대형 샤핑몰의 신발 가게보다 보통 15% 정도 싸게 팔고 있습니다.”
전 대표는 ‘고급 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에’를 모토로 LA와 오렌지카운티 외곽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올해내로 스토어를 2개 추가하는 등 단기적으로 스토어를 10개로 늘린다는 전략이다. 또한 한인 마켓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전 대표는 자체 브랜드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네임 브랜드를 판매하면서 심겨진 ‘언젠가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의 씨앗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자체 브랜드는 ‘돈바’(donba). 인도네시아어로 양(sheep)을 의미하는 중저가 브랜드로 히스패닉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전체 매출의 약2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와 미 전국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멕시코, 콰테말라 등으로 수출까지 한다.
■성장의 비결
성장에 이르는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나 전 대표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의 성공을 일궜으며, 지금은 기초를 다시 다지면서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이 신문에 나가도 되는 건 지”라며 인터뷰에 응한 그는 성장의 비결을 묻자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이라고 전제한 뒤 “크레딧을 쌓으면서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사업 한 것이 성장을 가져온 것 같다 ”고 답했다. 나이키 등 대기업과 거래하면서 한번도 대금 지불일을 어긴 적이 없었다는 그는 “줄 돈을 제 때 주는 사람이 비즈니스도 잘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에게는 식구 같은 사람들이다. 적지 않는 수의 10-15년 근속 직원들은 하나 스포츠의 든든한 버팀목. 자신과 고락을 함께 해 준 한인 및 히스패닉 직원들을 위해 그는 401(k) 등의 베니핏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업계에 종사하는 유대인, 미국인들의 도움도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 대표는 요즘도 부지런히 세일즈맨들과 만나 대화하며 트렌드를 파악하는 한편 매장을 열 만한 장소를 찾아 차를 몰고 다닌다. 현장에서 익히는 감각이야말로 비즈니스 방향을 잡는 데 가장 필요한 ‘나침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23년 한 우물만 판 그는 “비즈니스에는 제 자리 걸음이 없다. 전진 아니면 퇴보가 있을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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