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A치대 박노희 학장은 우수한 교수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학장이 먼저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고 강조했다.<김영수 기자>
“학장은 발로 뛰는 비즈니스맨”
98년 취임후 재정독립 등 학교 발전플랜가동
연구비 4배·기부금 10배 늘고 우수교수 스카웃
이젠 커리큘럼 개혁 등 교육의 질 향상 주력
미국에서 한인 최초로 치과대학장에 오른 UCLA치대 박노희 학장(58)에게는 학장(Dean) 외 CEO라는 직함이 하나 더 붙는다. ‘학장이 웬 CEO’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비즈니스 마인드 없으면 수행하기 힘든 자리”가 미 대학의 학장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UCLA 치대의 학생, 교수와 교직원 등 1,600여명이나 되는 식솔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취임 7년차인 박 학장은 학교 재정을 건실하게 끌어올리며 “경영 능력도 뛰어난 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형적인 백인 남성 위주’의 보수성 강한 미 대학사회에서 동양인, 그것도 한인1세로 수장에 오른 박 학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 우수한 교수 유치에 총력
박 학장이 미국에 온 것은 31세로 비교적 늦은 나이. 서울대 치대에서 박사를 마친 뒤 75년 도미, 조지아 의대와 하버드 치대에서 각각 약리학과 치과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하버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박 학장은 84년 UCLA 치대에 둥지를 틀었다.
UCLA에 온 이후 그는 탁월한 연구 업적을 쌓았고 98년 마침내 학장에 취임했다. 그의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쁨에 도취하기에는 그에게 맡겨진 책무가 너무 무거웠다.
“UCLA에 처음 부임한 후 큰 ‘충격’을 받았어요. 주립대들이 보통 그렇지만 분위기는 루즈(loose)하고 스태프들도 해이하고…. 적당히 지내는 모습이 눈에 확 띄더군요.”
이 같은 문제점을 잘 알던 그는 취임 후 “학교를 바꿔보겠다”고 독한 마음을 먹었다. 우선 5개년에 걸친 발전전략 플랜을 발표했다. 이 플랜을 통해 교육적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주정부에 재정의 상당 부분을 의지해야하는 주립대의 경우 예산이 깎이다 보면 교육의 질은 저하되고 우수한 교수나 학생 확보도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재정적으로 독립되어야 한다는 것이 학교 발전의 1차 목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부금과 연구기금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였죠.” 그는 기부금와 연구기금 유치와 함께 ‘1급 교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우수한 교수가 있으면 우수한 학생이 입학하게 되고 기부금이나 연구기금은 자연스럽게 따라 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몇 년 전에는 하바드 대학교에서 잘 나가던 명교수를 ‘거액’을 주고 스카웃 했다. 박 학장의 예상대로 그 교수는 지난 2년간 1,200만달러나 되는 연구자금을 끌어들이는 등 학교 재정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
‘학장은 비즈니스맨이다.’ 박 학장의 말이다. 학문적 업적만으로는 학장의 소임을 다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제 시간에 집에 들어가는 일이 거의 없다. 시간 날 때마다 UCLA 동문 혹은 기업인들을 만나 학교의 발전 플랜을 열심히 소개하기 때문이다. 그가 이렇게 뛰는 이유는 물론 기부금이나 연구기금을 따내기 위해서다.
“기업에서 CEO가 적자를 내면 큰일이죠. 학교에서 학장 역할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상에만 앉아있으면 아무런 성과도 거둘 수 없습니다.”
그의 노력은 어느 정도 결실을 맺고 있다. 연구비는 지난 6년 새 4배가 뛰었고 기부금은 10배나 치솟았다.
하지만 당초 학교 측은 박 학장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교수로는 ‘톱 사이언티스트’ 였지만 경영 능력에 대해서는 검증이 안됐기 때문이다. 학교의 우려는 기우가 돼버렸다. UCLA 총장조차 “치대가 모델 학교”라고 칭찬할 정도로 재정은 튼실해졌기 때문이다.
■ 개혁하는 학교
그는 올해부터 2008학년도까지 2차 학교 발전 플랜을 추진중이다. 이전의 플랜이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었다면 2차는 교육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다.
그가 역점을 두는 것 중 하나는 ‘커리큘럼의 개혁’이다. 커리큘럼은 교육의 근간이지만 UCLA 치대의 경우 개교 40년이 지나도록 그대로인 데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또 취임후 UCLA치대 역사상 처음으로 석좌교수직 3개를 신설했다. 의사란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인만큼 학교가 이에 걸 맞는 ‘스트럭처’ 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5개의 석좌교수직을 더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 한인커뮤니티에 큰 관심
“아시안들의 경우 인색하다기 보다 학교에 기부금을 내는 문화 자체가 없어요. 그런데도 불구 한인들이 낸 기부금은 전체의 10%나 돼요.” 그는 특히 자신이 학장이 된 이후 한인기업가들의 기부가 늘어난 것에 대해 큰 감사를 표했다.
박 학장은 한인 커뮤니티에 부쩍 관심을 갖고 있다. 얼마 전 나라은행(행장 벤자민 홍)과 공동으로 시행하고 있는 커뮤니티 검진 프로그램에도 그의 생각이 반영됐다.
일종의 ‘산학협동’인 이 프로그램은 1년에 3차례 정도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무료 검진을 실시하고, 은행 측은 UCLA 치대 졸업생들이 빈촌에서 병원 개업시 저리 융자를 해준다. 또 환자들의 진료비도 최고 5,000달러에 한해 페이먼트를 분할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성과가 기대이상”이라는 그는 “앞으로도 한인 기업들과 협조,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제공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게 “꿈을 갖고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했다. 꿈이 있는 사람, 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패션’(passion)과 ‘확실한 비전’을 갖고 있다면 못 이룰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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