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요즘 한국인들은 어딜 가나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을 본다. 풍요로운 사회에서 언제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는가 의심갈 정도로 모든 것이 풍족하다. 그러나 한국도 한 때는 전쟁 통에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야말로 풀뿌리로 목숨을 연명하고 구호물자로 살았던 초근목피의 시절이었다. 동족끼리 총을 겨누던 동족 상잔의 비극, 한국민족에게는 정말
잊기 어려운 6.25전쟁의 결과였다.
한마을에 북한군이 와서 주민을 모조리 죽이는 가 하면 남한군이 와서 피난을 안 갔다고 모조리 죽여버리는 그런 일이 이 하늘 아래 또 어디 있겠는가. 전쟁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전쟁으로 인해 멀쩡하던 마을이 초토화되고 가족은 다 뿔뿔이 헤어지고 가옥과 토지는 다 포탄으로 폐허가 됐다. 수백만명의 아까운 목숨이 죽는 너무나 비참한 전쟁이
6.25 동란이었다.
이런 비극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 일본의 히로시마 폭탄투하 사건 때는 그래도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 순식간에 다 쓸어버렸다. 그러나 6.25동란은 얘기가 다르다. 살아서 생지옥을 겪은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얼마나 비참했는지 월남전 보다 더 참혹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런 끔찍한 사건으로는 거의 전쟁을 방불케 한 것으로 지난 9.11 때의 사태도 빼놓을 수가 없다. 우리는 얼마나 이 사건이 참혹했던 가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하물며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6.25전쟁이란 얼마나 비참했겠는가를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특히 1.4후퇴 때 남쪽으로 피난오던 사람들의 고생은 얼마나 심했는지... 그들은 그 추운 날씨에 눈길을 걸어오는데 너무나 춥고 배고파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전쟁의 결과는 그만큼 참혹한 것이다.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가 인명과 물자가 다 소모돼야 하고 파괴되기 때문에 전쟁이란 언제나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므로 전쟁은 인류역
사에서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이 지구상에는 전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또 일어날 조짐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쉴새없이 서로 총을 겨누고 남한과 북한이 늘 대치상태에 있다.
현재 미국과 이라크와의 사이에 일차 대공습전이 벌어진 뒤 아직도 그 전후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이라크 무장세력과 여전히 치열한 대치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알카에다 무리가 세계 곳곳에 퍼져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또 이들의 반격이 들어올지 아무도 모른다. 때문에 미국이든, 한국이든 늘 마음을 조리고 그에 대처하기 위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
다.
어쨌거나 전쟁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전쟁은 일종의 저주이다. 생사람을 파리목숨처럼 죽이고 죽어가는 것이 전쟁이 아니고 무엇인가. 인류사에 전쟁만은 무슨 수가 나도 막아야 하고 더 이상 인간이 전쟁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지금 이라크에는 한 명의 죄 없는 한국 민간인이 억류돼 살해되기 일보직전에 놓여있다.
그는 한국군 이라크 철수를 주장하는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생명을 담보로 억류돼 있는 것이다. 이 피랍자에 대한 소식은 위성방송 알 자리라가 비디오테입을 통해 복면을 한 무장괴한들에게 둘러싸인 채 불안에 떨면서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방영, 그의 가족은 물론,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여 있다.
과연 ‘이 희생자를 살릴 수 있을까’ 한국은 이 억류된 민간인을 놓고 지금 온통 나라가 떠들썩 야단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에 군 파병과 관련, ‘계획대로 한다’고 발표하고 있는 반면, 사회 일각에서는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왜 남의 나라 전쟁 때문에 아까운 우리 젊은이 목숨을 빼앗기느냐’ ‘왜 남의 나라 전쟁에 상관하느냐’ 하며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는 무장괴한들은 ‘만일 한국이 파병을 중지하지 않을 경우 얼마전 미국군인에게 했던 것처럼 살해해 머리를 돌려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전쟁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도 이라크에는 80명정도의 한국인이 있다는데 이들의 생명도 걱정이다. 어떻게든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은 막아야 한다. 어떤 이유이든 더 이상 인류사에 전쟁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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