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스스로 목표 세우고 최선 다하도록 격려해야
2학기를 거의 한달 남겨놓고 A의 어머님이 찾아오셨다. 지난 학기엔 자녀에게 미처 신경 쓸 시간도 없이 지나가 버렸다며 이번 학기는 남은 기간에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데 자녀가 열심을 내지 않는다며 걱정을 하셨다.
자녀와 매일 부딪히며 컴퓨터 하는 것까지 시간을 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옆에 붙어 앉아서 이제나 책을 읽을까, 저제나 SAT 단어라도 외울까 싶어 속만 태우다 못해, 한소리 하면 오히려 화만 내니 그렇다고 방학중에 그냥 놀릴 수도 없고 내가 대신 자녀에게 방학 스케줄에 대해 이야기 해주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자녀에 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거린다. 사실은 어제 밤 자녀와 논쟁이 있었고, 너무나 당연히 말대꾸하는 A를 보고 도대체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더군다나 자녀 스스로 엄마와 가정상담을 받아보자고 했다며 어머니는 그의 말대로 뭐가 잘못되었는지 나와 같이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축 늘어진 힘없는 엄마의 어깨와는 달리 당당하게 들어서는 A는 꾸벅 인사를 한 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술술 풀어놨다. 평소에 조용하고 말이 없던 A에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까지 상세하게 기억하며 자기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고 오히려 엄마에게 되물었다.
A는 학교생활은 점점 힘들어져 가고 대학을 가긴 가야겠고 공부는 해야겠는데 도무지 하기는 싫고 엄마는 벌써 여름방학 스케줄을 줄줄이 꿰고 이번에 좋은 성적을 내면 A를 한국에 보내주겠다며 이것저것 조건을 제시하는 통에 가슴이 답답한 모양이었다.
“학교 공부가 힘들지?” 하는 나의 말 한마디에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한참을 그렇게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응어리를 털어 내며 제법 철든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학교생활이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고 자녀가 학교생활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지도 못하고 주변에서 맴도는 것이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자신감과 자긍심의 결여에서 오는 것임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나는 A가 방학중에 뭘 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어머니는 이번 학기의 성적을 보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보충하고 그렇지 않으면 11학년 준비를 좀 더 하는 게 어떠냐고 하셨다. 그것이 어머니의 절박한 바람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A는 목소리의 톤을 올려가며 자기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방학엔 어떤 조건도 없이 그냥 운동이나 하면서 푹 쉬고 싶다고 했다. 이담에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야 할건지 그리고 대학에 가서는 어떤 공부를 할건지 생각이 많다는 것이었다.
A와 이야기하는 중에 나는 그가 이미 스스로 방학 계획을 다 짰으며 그의 계획대로 밀고 나갈 것임을, 그리고 그것을 어머니가 이해해 주길 간절히 바라며 A 역시 내가 어머니를 설득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나는 A 스스로가 방학 계획을 짠 것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해 주었다. 단지 엄마와 미리 솔직하게 그의 계획을 상의하지 못한 것만 빼고. 그리고 자기의 주장을 엄마와 나에게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도 칭찬을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자신의 계획을 자신 있고 당당하게 엄마와 상의하여 서로의 이견을 좁혀 나가라고 조언을 했다.
인생에 있어 성공이란 자신의 성공을 다른 사람의 그것과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것이 아닌 내 스스로가 세워 놓은 목표에 얼마만큼 노력했는지, 그리고 그 목표에 얼마만큼 근접했는지 그것이 우리 자녀들이 이루어야 할 성공임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A가 계획한 여름방학이 본인 스스로가 결정하고 노력하며 그 목표에 이르도록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내린 결정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면 여름방학은 자기 자신을 훈련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A의 야무진 계획이 잘 이루어져서 개학 후의 알통이 울룩불룩하고 몸짱이 된 그의 밝고 건강한 모습을 기대해 본다.
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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