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3개에 좌석 2개 GPS 리시버 장착
위치 감지 자동 설명 피셔먼스 워프 출발
12마일 코스 가이드
샌프란시스코에서 관광이라면 케이블카 만큼 역사도 깊고 차이나타운 유령 관광부터 1955년형 불자동차 타기까지 종류도 다양한데, 최신 관광 가이드로 ‘말하는 노란 카트’가 등장했다.
스페인에서 온 관광객 알베르트와 제니 페러가 ‘고카’를 타고 프레지디오를 지나고 있다.
길모퉁이를 돌면 여자 목소리로 “경치를 보세요. 여기가 오션 비치입니다. 남쪽으로 3마일쯤 내려가 포트 펀스톤 언덕에서 끝나죠. 바닷가로 내려 가고 싶으면 저 아래 주차장으로 가세요”라고 말하는 바퀴가 3개, 좌석은 2개 달린 개솔린으로 움직이는 이 카트 ‘고카(GoCar)’는 네덜란드의 트리거 테크닉스사 제품이다.
미니 쿠퍼 같은 귀여운 모양에 무게 386파운드인 이 카트는 뒤에 GPS 리시버와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관광지 105곳에 관한 설명을 저장한 컴퓨터 데이터베이스가 들어 있다. 카트가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있는 곳 중의 하나를 지나가는 것을 GPS가 감지하면 그와 관련된 스토리가 스테레오로 흘러 나오며, 가끔은 방향도 가르쳐준다. 대시보드 아래에 장착한 2개의 스피커에서 “이스트 비치로 가시려면 입구에서 우회전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계속 곧장 가시고요. (잠시 쉬었다가) 사실은 이스트비치에서 베이와 금문교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드리고 싶지만요”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가이드 없이 관광객들이 스스로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곳을 찾아 다니며 배울 수 있게 해주는 이 똘똘한 장치를 빌려주는 ‘고카 렌털스’를 창설한 네이선 위드링턴(31)과 알라스테어 클레멘츠(34)는 영국인. 영국에서 기술인력 알선을 하던 위드링턴은 1998년에 세계일주 여행시 샌프란시스코에 들렀다가 반해서 주저앉아 이곳 금융계에서 일하다 이 도시의 60억달러 규모 관광 시장으로 뛰어 들었다. 이미 카트 렌털 업체는 서너개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과 차별화한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테크놀러지를 가미하기로 하고 카트 제조사를 물색, 자신들의 필요에 가장 부합하는 디자인인 트리거사의 카트 8대를 대당 6,000달러에 수입했다. 친구의 아내를 시켜 녹음을 하고, 프로그래머를 기용해 GPS와 오디오 시스템을 결합시킬 소프트웨어를 짰다.
처음에 2대로 시작한지 8주만에 7대로 늘어난 ‘고카’는 이 도시의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역인 피셔먼스 워프에서 출발한다. 이 말하는 카트가 가이드하는 관광은 경치와 안전 때문에 주로 샌프란시스코의 공원들을 도는 12마일 코스로 정했는데 이제까지 600여명이 이용했다. 21세 이상의 운전면허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대여료는 첫 1시간 40달러, 이후는 시간당 20달러씩이다. 아직 손님은 다친 사람이 없지만 타는 사람에게 헬멧과 좌석벨트 착용을 요구하는 ‘고카’에 대한 반응은 좋다. 경쟁 회사들도 그 융통성을 칭찬하고 있으며, 순찰하는 경찰들에게서도 반대하는 말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몇가지 개선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장소에서 너무 빨리 떠날 경우 GPS로 위치및 방향 파악이 됐더라도 미리 녹음된 관광 안내를 덮어 쓸 수가 없어 계속 독백이 이어지는가 하면, 가이드에 없는 코스로 접어들 경우 50 큐빅센티미터 밖에 안되는 엔진으로는 샌프란시스코의 언덕길을 오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오죽하면 가이드에 있는 코스중 하나로 경사가 심하지 않은 길인 포트 포인트에서 프레지디오로 언덕길을 다 올라오면 스피커에서 “휴, 내가 여길 올라오지 못할줄 알았죠, 그렇죠?”라는 소리가 흘러 나온다.
모터를 달긴 했지만 안내 장치에 위치 정보를 통합시킨 것이 처음은 아니라 기술을 특허 등록하려 하고 있는 ‘고카’와의 제휴를 고려하고 있는 곳이 교육적 체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의 과학박물관 ‘익스플로러토리엄’. 카트가 시내의 모든 공공미술을 보여주는등 샌프란시스코를 누비는 움직이는 교실을 만들어 학습환경을 확충할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든 비전을 이야기하는 파이오니어들도 그 때문에 사람이 하는 진짜 관광 가이드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테크놀러지가 관광의 다음 세대를 열지는 몰라도 기계가 사람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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