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의 죽음을 계기로 알츠하이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450만명의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으며 매년 10만명이 이 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내가 누군지 나도 몰라요”
65세후 주로 발병…뇌세포 파괴돼 뇌기능 상실
길 못찾고 시간 개념없고 아내·자식도 몰라봐
발병원인 안밝혀져 치료법 없어… 예방이 최선
지난 10여 년 동안 알츠하이머병에 시달려온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5일 마침내 폐렴 등 합병증으로 고독한 투병생활을 마감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94년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 있음을 공개한 이후 일반인들 사이에도 널리 알려진 난치병이다. 노인성 치매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고 뇌 조직이 쪼그라들면서 뇌 기능을 상실하는 병이다.
미 전역에 걸쳐 약 450만 명의 환자가 있으며 해마다 10만 여명이 이 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노령인구의 증가와 수명연장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증가추세인데 오는 2010년 510만 명에서 2040년에는 1,000만 명이 훨씬 넘어설 것이라는 추산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찬반논쟁이 가열되는 등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과 증상, 치료 그리고 예방법을 알아본다.
#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기억 못해요
알츠하이머병은 대부분 65세 이후에 발병한다. 처음에는 가벼운 기억력 감퇴로 시작한다. 잘 알던 길도 찾지 못하거나 친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조금 전에 했던 이야기를 처음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초기 증상이다. 좀 더 진행되면 물건 이름을 대지 못하고 논리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언어장애가 나타난다. 증상이 악화하면 시간 및 공간에 대한 판단능력도 사라져 계절과 날짜에 대한 개념이 없어지고 화장실과 방을 구분하지 못해 아무 데나 대소변을 본다.
나중에는 먹고 마시는 것에서 걷는 것에 이르기까지 생존에 필요한 기본 능력마저 사라져 24시간 전적으로 남에게 의존해 생명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증세들은 통상 7∼10년 넘게 점진적으로 진행되다가 결국 환자는 심신 상실상태에서 폐렴 등 각종 합병증세로 사망하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라는 이상 단백질이 뇌신경 세포에 달라붙어 점차 커지면서 뇌신경세포간의 연결을 끊어버리거나 아예 뇌세포를 죽여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떤 경로로 알츠하이머병이 생기는지 발병원인에 대해선 아직까지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의 여러 연구를 통해 인간 유전자의 특정한 요인이 발병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뿐이다.
1996년에 실시된 미라지 프로젝트 연구 조사에 의하면 부모 모두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경우 자손이 80세까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은 54%로, 부모 중 한쪽이 환자일 때의 1.5배 부모가 정상일 경우 보다 5배나 위험도가 높다고 한다. 또한 최근 분자 유전학적 연구에 의하면 염색체 21번, 14번, 1번의 돌연변이가 원인이 된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자손은 거의 100%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선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각종 독성 유해물질, 섭취하는 음식물, 감염 여부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 최선은 예방이고 차선은 조기진단
발병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현재로선 병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병을 완치시키는 치료법이 없다. 신경과 전문의들은 “일단 60세 이상에서 기억력 감퇴 등 이상증세가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거나 전문가 진단을 받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최근 들어 치매의 전 단계(가벼운 인지장애)에 대한 연구가 뜨거운 주제로 떠오르는데 이 단계에서 환자를 발견해 치료해야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이미 치매가 분명해진 다음에는 너무 늦어버리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생리가 일부 밝혀지면서 아리셉트, 엑셀론 등 초기 단계의 인지기능 장애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약물도 개발돼 있는 만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알츠하이머병을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보고가 있지만 에스트로겐의 장기복용은 유방암 발생위험을 높일 수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2년 이상 꾸준히 사용한 경우 알츠하이머병의 발생을 50% 감소 시켰다는 연구도 있지만 이 약을 장기 복용할 경우 위궤양 등 부작용의 우려가 높다.
“은행잎 추출물이 예방에 효능이 있다” “올리브 오일이 좋다” “생선이 효과가 있다” “야채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라” “하루 적포도주 1, 2잔이 도움이 된다” 등등 치매예방을 위한 연구결과는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경과 전문의들은 “적절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는 치매예방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적극적인 태도와 기분 좋은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면서 독서,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 정신활동을 지속하고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C, 비타민E, 셀레니움 등 함유 식품을 섭취하면 뇌세포의 노화를 지연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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