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카냐다 도서관에서 열린 무료 콘서트에서 LA오페라단의 최주희씨가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해설있는 생무대, 만남 자체가 행운
한인가수가 부른 한국가곡 감동 흠뻑
모든 예술은 값을 매길 수가 없다. “Art is priceless”라는 명제는 그래서 참이다. 값을 매길 수가 없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뜻.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예술이 무료라는 이름으로 다가올때 자본주의의 가장 큰 가치에 사로잡히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당신은 복되다. 지난겨울 스위스를 여행할 때는 유난히 무료 콘서트와 자주 조우했다. 루체른의 한 성당에서 펼쳐진 브라스밴드의 콘서트는 감동의 물결이었다. 취리히의 반호프스트라세 거리에서 펼쳐진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도 보기 좋았다. 스위스뿐 아니다. 잘만 찾으면 유럽 전역에서는 스칼라나 코벤트가든의 오프닝 나잇 공연보다 괜찮은 무료 음악회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무료 도서관 연주회를 찾아 음악을 감상하는 김수영씨(오른쪽)와 이웃들.
모든 예술은 값을 매길 수가 없다. “Art is priceless”라는 명제는 그래서 참이다. 값을 매길 수가 없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뜻.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예술이 무료라는 이름으로 다가올때 자본주의의 가장 큰 가치에 사로잡히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당신은 복되다.
지난겨울 스위스를 여행할 때는 유난히 무료 콘서트와 자주 조우했다. 루체른의 한 성당에서 펼쳐진 브라스밴드의 콘서트는 감동의 물결이었다. 취리히의 반호프스트라세 거리에서 펼쳐진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도 보기 좋았다. 스위스뿐 아니다.
잘만 찾으면 유럽 전역에서는 스칼라나 코벤트가든의 오프닝 나잇 공연보다 괜찮은 무료 음악회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어디 유럽뿐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LA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주초 라 카냐다의 도서관에서는
LA오페라가 주최한 커뮤니티 무료 콘서트가 열렸다. 인근 마을 사람들은 물론 이런 정보에 빠꿈이인 오페라 마니아들이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찾아와 100명 정원의 도서관 강당은 입추의 여지도 없이 꽉 들어찼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왔다가 이날 특별 음악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김수영(57, 주부)씨도 친구들과 함께 객석에 앉아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들을 한껏 귀에 들여놓았다.
이날 공연에는 LA 오페라의 레지덴셜 아티스트인 한인 소프라노 최주희 씨와 바리톤 그레고리오 곤잘레스가 함께 무대를 꾸며 줬다. 오케스트라 대신 반주를 맡은 피아니스트 대니엘 팰터스. 음악 감독이기도 한 그는 성악가들이 부를 아리아와 듀엣에 대한 설명을 일일이 곁들여 일반인들의 음악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쥬세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가운데 나오는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이중창, ‘리비아모’로 시작된 공연은 샤를르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파우스트의 아리아가 이어짐에 따라 열기를 더해갔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죠바니에 나오는 듀엣(La ci darem la mano)을 부르는 두 성악가는 마치 실제 오페라 공연의 돈 죠바니가 젤리나를 유혹하는 것처럼 좋은 연기를 더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 나오는‘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 아마 여러분들도 좋아하는 곡일 거예요. 멜로디는 아주 아름답고 서정적이지만 가사 내용은 거의 공갈 협박입니다. 잔니 스키키의 딸 라우레타가 리누치오와 결혼을 앞두고 아버지에게 결혼반지를 살 돈을 대 달라고 읍소를 합니다. 만약 결혼 준비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면 아르노 강 위의 폰테 베끼오에서 뛰어내리겠다는, 천하의 불효녀가 부르는 노래죠.” 새로운 노래를 시작하기 전마다 대니엘 팰터스는 피아노에서 일어나 음악의 배경을 소개하느라 바쁘다. 조수미, 신영옥 등 한국 소프라노들도 콘서트 때마다 자주 부르는 ‘오 미오 바비노 카로’는 몇 번을 들어도 여전히 아름답다.
최주희 씨와 그레고리오 곤잘레스는 실제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에서 공연이 있을 때마다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는 성악가들. 화려한 조명과 의상으로 무장하지 않은 그들의 노랫소리는 화장기 없이 투명한 여인의 피부처럼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이날 공연에서 한인 소프라노 최주희 씨는 김동진의 한국 가곡 ‘내 마음’을 한국어로 불렀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외국 가곡의 멜로디가 가슴에 와 닿았던지 옆 자리에 앉은 이 지역 주민 데비 카메론(53, 주부)은 귓속말로 노래 제목을 가르쳐 달라고 속삭인다. 레퍼토리에는 우리 귀에도 익숙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곡들도 포함됐었다.
휴식 시간 없이 한 시간 남짓 된 콘서트에서는 보통 음악회에서는 대할 수 없는 오페라의 역사와 작품에 대한 소개, 의상, 가발, 메이크업, 소품, 세트 디자인 등 오페라 프로덕션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만약 레퍼토리 가운데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아리아가 있었더라면 신화와 역사, 문학과 철학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오갔을 터이다.
콘서트가 끝난 후에는 간단한 다과와 함께 리셉션도 마련돼 아티스트들을 직접 만나며 음악과 인생에 대한 향기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남가주 곳곳에서는 각양각색의 무료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돈이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세상에 내려진 귀한 선물, 이를 기쁘게 받아 들고 즐기는 것은 바로 당신의 몫이다.
LA 오페라
올 시즌 교육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하나로 “커뮤니티 도서관 무료 콘서트 시리즈”를 개최한다. 앞으로의 음악회 일정은 다음과 같다
▲6월 15일(화) 오후 7시30분. 소프라노 섀나 블레이크 힐, 바리톤 그레고리오 곤잘레스. Redondo Beach Library. 주소 303 N. Pacific Coast Hwy. Redondo Beach, CA 9027. 전화 (310) 318-0676
▲6월 17일(목) 오후 7시. 메조 소프라노 신디아 잰슨, 바리톤 그레고리오 곤잘레스. Cerritos Library Skyline Room. 주소 18025 Bloomfield Ave. Cerritos, CA 90703. 전화 (562) 916-1340
▲6월 22일(화) 오후 6시30분. 소프라노 제시카 리베라, 바리톤 그레고리오 곤잘레스. Studio City Library. 주소 12511 Moorpark St. 전화 (818) 755-7874
▲6월 23일(수) 오후 7시. 위와 동일. Pasadena Central Library Donald R. Wright Auditorium. 주소 285 E. Walnut St. Pasadena, CA 91101. 전화 (626) 744-4052
▲6월 26일(토) 오후 2시. 위와 동일. Santa Monica Community & Cultural Services Senior Center. 주소 1450 Ocean Ave. Santa Monica, CA 90401. 전화 (310) 458-8600
▲6월 29일(화) 오후 6시30분. 위와 동일. Porter Ranch Branch Library. 주소 11371 Tampa Ave. 전화 (818) 360-3297
▲보다 자세한 사항은 웹 사이트, www.losngelesopera.com을 참조하면 된다.
패사디나 팝스 오케스트라 무료 패밀리 콘서트
6월 19일(토) 오후 3시. 맥아더 공원. 한인 꿈나무 바이올리니스트 로라 하 양과 라틴 재즈 밴드 빌 컨리프, 테너 브루스 에크스튜트, 80명으로 구성된 옥시덴탈 코럴이 모두 한 자리에 출연해 패사디나 팝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재즈, 라틴 음악, 브로드웨이 뮤지컬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로라 하 양은 펠릭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공연에는 로컬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밴드부 100여 명이 팝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애국가를 합창하면서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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