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했던 ‘사망자의 컴퓨터 처리’ 민감한 문제 대두

죽은이의 데이터 취득
소유권등 법적문제 걸려
온라인뱅킹 일반화돼
금전관계 처리도 필수

컴퓨터 이용의 확산으로 홈 컴퓨터가 재정 기록, 세금 환불 같은 것은 물론 추억의 사진등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과거 서류 캐비닛 역할을 하게 되면서 사망자의 컴퓨터 처리 문제가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생전에 자기가 사용하던 암호 명단을 남기고 죽는 사람은 별로 없으므로 그 친지나 변호사들이 컴퓨터를 열어보기 위해 골치를 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 무엇이 들었었는지 알지도 못한채 하드 드라이브를 모두 지우고 컴퓨터를 치워 버리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죽은 사람의 개인 데이타 취득에는 법적 문제가 있다. 작은 컴퓨터 서비스 가게들은 사망확인도 안하고 컴퓨터를 뜯을 수도 있지만 큰 회사들은 유족에게 e 메일이나 데이터를 공개할 때는 최소한 사망증명은 요구한다. 그렇게 해서 일단 유족이 망자의 데이터를 손에 넣게 되면 그 소유권이 어디 있는가도 문제다. 죽은 사람이 책 한권의 원고를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한채 기계를 친구에게 주었다면 그 친구는 원고에 대한 소유권까지 주장할 수 있을까?
아직 관련 판례가 없긴 하지만 유산및 상속 분야 전문 변호사들은 컴퓨터에 저장된 것들은 주식증서나 희귀 베이스볼 카드와 같은 ‘무형’의 자산으로 어쩌면 그것이 저장되어 있는 유형의 자산인 컴퓨터보다 더 가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따라서 원고는 별도로 친구에게 증여되었어야지, 자동으로 컴퓨터를 받은 친구의 것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 일이 일어날까봐 유산집행인들은 망자의 컴퓨터 파일들까지 샅샅이 살피고, 중요한 서류는 프린트한 다음에 나머지들을 지워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의 변호사 데니스 벨처의 걱정거리는 집안 컴퓨터에 저장된 직장 관련 데이터들이다. 그 파일들이 남아 있는 컴퓨터가 이상한 손에 들어가 잘못될 경우 그 책임은 유산관리인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에게도 죽은 사람의 컴퓨터 처리는 생소한 분야다. 현재 사망자들은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연령층이 아니지만 베이비붐 세대들이 나이들면서 사정은 달라질 것이 분명한데, 어떤 사람은 컴퓨터에 전 생애를 담아 놓고도 막상 죽음을 준비할 때 그 사실은 까맣게 잊어 버린다.
유족들에게는 망자의 컴퓨터에 들어 있는 두고 두고 보고 싶은 디지털 사진이나 e 메일 메시지 이외의 것도 중요하다. 퀴큰등 개인 금전 관리 프로그램및 온라인 뱅킹, 전자 청구서 지불등 컴퓨터로 개인 금전관리를 하는 이들이 많아진 요즘, 한 사람이 죽고 난 다음 그의 금전 관계를 깨끗이 정리하려면 컴퓨터 안에 든 정보를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것이다.
메릴랜드에 있는 ‘패스워드 크래커’는 개인이나 업체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컴퓨터에 사용하는 암호를 찾아주는 일을 한다. 몇달에 한번쯤은 죽은 사람의 컴퓨터를 열어 보려는 사람들의 전화가 오는데 대부분의 파일을 열어주는데 지불되는 수수료는 40달러. 그러나 야후나 AOL e 메일 같은 외부 서버에 저장된 암호까지 풀진 못한다. AOL은 죽은 사람의 계좌를 없애거나 이전하는 일을 처리하는 전담직원을 두고 있다.

사망대비 이렇게 준비를

암호있는 파일들
명단 작성해 놓고
중요서류와 보관

변호사들은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아래와 같이 대비하라고 제안한다.

리스트 작성
컴퓨터 내의 암호가 있어야 열리는 파일 및 계좌의 명단을 작성, 보관하고, 그 명단을 유저 네임및 패스워드와 함께 친지에게 주거나, 기타 중요 서류들과 함께 따로 보관한다. 암호가 바뀌거나 새 구좌를 열 때마다 명단도 업데이트한다.
만일 하드 드라이브에 중요한 서류나 내용이 담겨 있을 경우에는 컴퓨터가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갈 경우에 대비, 누가 그것을 꺼내 볼지에 대한 분명한 지침을 남긴다.
백업
중요한 컴퓨터 파일은 자주 백업을 하고, 혹시 유족이 하드 드라이브에서 파일을 찾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서 디스크에 담아 서류와 함께 둔다.
프린트
온라인 뱅킹이나 전자 수수료 지불제를 이용하더라도 월, 혹은 분기 스테이트먼트는 인쇄해서 보관해두면 나중에 변호사나 유산관리인이 은행을 상대로 일하기에 수월하다.
별도 보관
홈 컴퓨터에 직장 관련 파일들이 저장되어 있다면 그것은 개인 파일과 별도의 암호를 주고, 그 암호는 회사의 관련 부서에 알려준다.
지우기
죽고 난 다음에는 분명히 누군가 컴퓨터 파일들을 뒤져볼 것이 분명하므로 남들이 보면 곤란한 내용의 편지나 사진 등은 미리 지운다.


<김은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