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는 수학이 아니다. 1 더하기 1이 반드시 2가 되지는 않는다. 잘되면 3이나 4가 되기도 하고 안될 때는 0이나 마이너스 얼마가 되기도 한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나 몸값의 합계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굳이 경기를 하는 것은 뻔한 정답의 확인절차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거의다 다른팀에 가면 간판타자가 될 수 있고 주전선수들은 물론 후보선수들까지 연봉 수백만달러의 ‘귀하신 몸’들로 꽉 들어찬 뉴욕 양키스도 10차례 싸우면 대충 서너번은 고개를 떨군다. 선수단 전체 연봉총액이 3루수 알렉스 로드리게스(2,500만달러)와 투수 케빈 브라운(1,500만달러) 2명의 연봉을 합친 정도에 지나지 않는 미네소타 트윈스에도 질질 끌려가거나 무릎을 꿇는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잘해봤자 16강’이라던 터키와 한국이 3, 4위를 차지하고 ‘못먹어도 4강’이라던 아르헨티나·프랑스가 조별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한 것 또한 스포츠의 의외성 차원을 넘어 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이벤트였다.
누구나 아는 얘기를 꺼낸 이유는 다름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한인체육회(이하 SF체육회) 때문이다. 회장과 이사진 사이의 골깊은 불신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SF체육회가 현 집행부의 임기만료(6월30일)를 불과 20여일 앞둔 지금까지 새 집행부 구성을 위한 통과의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나서는 후보도 없고 선거관리위원회 인선마저 지지부진하다. 오는 20일을 전후해 총회를 열어 막힌 것은 뚫고 얽힌 것은 풀겠다는 말들이 들려오지만 그게 과연 대타협의 마당이 될지 또다른 불협화음의 경연장이 될지 선뜻 짚혀지지 않는다. 시간적 제약 때문에 설령 타협의 실마리가 풀린다 해도 일정기간 집행부 공백사태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 지경이 된 원인을 따지기에 앞서 갈등 양측의 면면을 보면 SF체육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은 이유를 선뜻 종잡을 수 없다.
우선 나기봉 회장은 일에 대한 열정과 수완이 그만이다. 한번 잘해 보려고 내 비즈니스(태권도장) 망쳐가면서 애를 썼다는 그의 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이사들조차 고개를 끄덕인다. 한국에서 사인회다 뭐다 이런저런 모임에 한두시간 얼굴만 내밀어도 몇백만원, 일이천만원쯤은 거뜬히 손에 쥐는 월드컵 4강 주역 김태영(수비수)과 이운재(골키퍼)가 지난해 초 ‘거의 공짜로’ 베이지역을 찾아 몇날몇밤 한인들과 어울리게 한 것은 하나의 예증이다.
최원 샌프란시스코 한인축구협회장 등 이사진의 순수성과 의지 또한 흠잡을 구석이 없다. 이들은 거둘 때는 요란하지만 쓰고 나면 잠잠해지기 일쑤인 몇몇 한인단체들의 공금운용 관행을 SF체육회만이라도 깨야 한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또 어느 단체든 회장이 기분내키는 대로 좌우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지는 SF체육회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열정 뜨겁고 수완 좋은 회장, 재정 투명성·민주적 운영을 추구하는 이사진, 이쯤 되면 SF체육회는 그 시너지 효과를 한껏 발휘하며 한인단체 운영의 모범사례가 돼야 한다. 그런데 아니다. 정 반대다. 상호불신 때문이다. 이사진은 회장이 한두가지 큰일(김·이 두 선수 초청 등)을 방패막삼아 많은 작은 잘못(영수증 처리 미흡 등)을 은폐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회장은 이사진의 문제제기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개인적 감정에서 혹은 회장자리를 노려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응수한다.
’잘 치러진 행사의 잘못된 마무리’로 불거진 양측의 불신은 타협을 위한 6개월가량 여유를 거의 소진하고 집행부 공백사태까지 눈앞에 두게 됐다. 기싸움 자존심싸움은 그동안 지칠만큼 했다. 상대방의 흠이나 불순한 의도 또한 들출만큼 들췄다. 이제 한번쯤 상대방이 잘한일에 눈을 돌려볼 때도 됐다. 회장도 이사들도 스포츠인들답게 SF체육회가 서로 떠받쳐주지는 못할망정 되레 끄집어내리는 마이너스 팀웍 때문에 맨날 지는 게임을 하는 단체가 아닌지 냉정하게 되돌아보기 바란다. 정말이지 이제는 손을 맞잡아도 시간이 빠듯하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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