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자가 밝힌 미래동맹
미 정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핵심 당국자는 5일 한국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 과정과 한미동맹의 미래, 북한 핵 문제 등을 설명했다. 한미 관계에 대한 최근 한국 언론의 보도가 실제 상황과는 달라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게 간담회를 자청한 이유였다.
한미 동맹의 미래= 이 당국자는 한미동맹은 절대불변의 것이 아니라 미래의 안보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한미동맹이 한반도에만 국한하는 게 아니라 훨씬 광범위한 관계로 발전하기를 원한다”며 “우리는 한미동맹이 동북아의 안보 도전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진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그런 변화의 틀 속에서 일본이 한 팀의 일원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꺼냈다. 듣기에 따라선 동북아라는 보다 큰 안보환경에서 한ㆍ미ㆍ일을 한 데로 묶는 새로운 3각 동맹체제로의 변화가 모색되고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한미동맹 변화의 전제로 “북한의 위협이 제거돼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올 때” 의 상황이라고 못박았다. 장래의 상황 변화에 대비할 필요는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며 주한미군 주둔의 근거가 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는 보충설명도 달았다.
하지만 그가 한 설명의 밑 뿌리는 가시권에 접어든 해외주둔 미군재배치(GPR)의 계획에 닿아 있다. GPR의 핵심개념이 해외기지 상주 미군의 감축과 기동군화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발언은 주한미군의 외연을 확대시켜 동북아 기동군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미국의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표현만 달리했을 뿐 한미연합군을 동북아 원정군으로 활용하겠다고 한 찰스 캠벨 미8군 사령관의 말과 일맥상통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주한 미 2사단 차출 배경= 이 당국자가 이날 간담회에서 전하고자 한 핵심은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이 미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의 설명에는 자칫 이번 차출 결정으로 한국민들 사이에 반미감정이 악화해 향후 주한미군 재배치나 감축 논의에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 당국자는 주한미군 차출 문제에 대해 사전에 한국 정부에 통보했고 이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반응은 “국민에게 차근차근 설득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탄핵 정국 때문에 발표시기를 놓치면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처럼 비쳤다는 게 그의 설명의 요지이다. 그는 “노 대통령도, 우리도 발표할 준비가 됐으나 탄핵 때문에 그것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차에 아비자이드 이라크 주둔 사령관이 여단 병력을 요청했고 처음에는 다른 지역을 찾아봤으나 훈련과 실전 투입 능력이 필요한 부대를 고르다 보니 주한 미 2사단 2여단이 적격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이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어느 정도 (국민으로부터)비난을 받겠다. 충분한 시간이 없지만 우리는 설명할 것이다”고 말한 데 대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차출의 최종 결정이 한국 정부의 동의 아래 이뤄진 점을 강조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만일 ‘우리는 당신들이 그 여단을 데리고 가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면 우리는 아마도 다시 생각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북한 핵 문제= 그는 북한 핵 문제를 유엔에 가지고 갈 계획이 없다면서 한국정부가 지난 2월 2차 6자회담에서 제안한 방안을 “매우 합리적인 전진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핵 폐기에 합의한 뒤 포괄적 동결을 시작하고, 국제 검증이 시작 되면 일부(한국과 일본) 국가가 일시적 에너지 지원을 할 수 있고 미국은 잠정적인 안전보장을 위한 작업을 한다는 방안을 두고 하는 얘기였다. 그는 그 방안을 (북핵해결) 과정의 좋은 ‘긴급 시동걸기’(jump start)라고 표현했다.
그는 일부 미국 인사들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고 의회가 정말 화가 나 있으나 부시 대통령이 “우리가 안전보장을 준비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미 정부는 한국의 제안을 승인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다음 회담에서 북한에 더 유인책을 제안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군사적 옵션은 현재 좋은 옵션이 아니나 유인책만으로는 안되고 압력도 있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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