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형 류마티즘 전문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전문의들은 관절염이 불치병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김영수 기자>
손마디·무릎·어깨·발목·허리 ‘욱신욱신’
진통·소염제는 통증 완화 효과 밖에 없어
증상 계속 심해지면 인공관절 수술 고려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성인 네 명 중 한 명이 관절염을 앓고 있다. 관절염은 신체장애를 일으키는 제1원인일 뿐만 아니라 국가 의료보험체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잡아먹는 질환이기도 하다. 미국인이 1997년 관절염이나 관련 질병치료를 위해 쓴 돈은 무려 511억 달러에 달한다. 병원에 입원하거나 관절염 때문에 일을 못해서 혹은 그로 인한 신체장애로 생긴 손실 소득만도 351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총생산액의 약 1%에 해당하는 돈이다. 더구나 베이비 부머 세대가 은퇴할 즈음에는 관절염 환자의 숫자가 더욱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CDC의 예상이다.
이는 한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관절염이란 질환이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예방을 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인체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한 류머티스 관절염은 차치한다 하더라도 노화 등으로 인한 퇴행성 관절은 80세 이상 노인의 90% 이상에서 나타난다고 할만큼 나이가 들면 누구나 앓을 수 있는 노인병의 하나라는 데 있다. 관절염 환자의 80% 이상은 퇴행성 관절염 환자다.
허남형 류마티즘 내과 전문의는 “관절염 치료에도 놓치지 않아야 할 때가 있다. 관절이 많이 망가지기 전에 병원에 와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관리를 한다면 만성통증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류머티스 관절염은 완쾌도 가능하다”며 조기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허남형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관절염의 증상과 치료, 예방법을 알아본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마디가 뻣뻣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의 노화로 인해 뼈 사이에 있는 연골(물렁뼈)이 닳거나 손상되면서 생긴다. 완충장치가 없어진 뼈가 부딪칠 때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주로 50대 이후에 발병한다. 반면 류머티스 관절염은 관절을 자기 몸의 일부가 아닌 이물질로 잘못 인식한 면역계가 관절을 덮고 있는 활액막을 공격해 생기는 염증이다. 퇴행성 관절염이 노인에게서 주로 발병하는 것과 달리 류머티스 관절염은 20∼50대에서 주로 발생한다. 전세계적으로 인구의 1∼2%가 류머티스 관절염을 가지고 있으며 남자보다 여자에게 발병할 확률이 5배 가량 높다.
증상은 아침에 일어나면 손마디가 뻣뻣한 것이 특징이다.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경직이 30분 이내에 풀리지만 류머티스 관절염은 한 시간 이상 지속된다. 증상이 오는 부위에도 차이가 있는데, 퇴행성 관절염은 엄지손가락 관절과 손가락 끝과 중간 마디의 관절에 통증이 오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은 손목이나 손가락 윗마디 관절이 붓거나 돌아가고 틀어지는 변형이 생긴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이 붓는 대신 뼈가 튀어나온다. 통증도 류머티스 관절염은 아침에 주로 많이 아프지만 퇴행성 관절염은 저녁이나 밤에 더 아프다. 통증이 심해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손가락에 이어 체중이 실리는 무릎, 엉덩이 그리고 목 허리 등의 척추 관절에 통증이 오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증상이 심해진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양손 모두에 통증이 있고 손 이외에 발목과 발가락, 무릎, 팔꿈치, 어깨 등에도 염증이 잘 생긴다. 부어 오르고 뻣뻣하고 열이 나고 아프다.
# 관절염은 불치병인가요
허남형 전문의는 한마디로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물론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한번 닳아진 연골을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선 없기 때문에 통증을 최소화하는 타이레놀계의 진통제나 염증을 억제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외에 좋은 약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치료를 통해 아직 남아있는 연골과 관절기능을 제대로 보존하고 일상생활의 건강수칙을 지킨다면 병이 생기기 전에 비해 큰 불편 없이 생활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떤 약도 듣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심해졌을 때는 인공 관절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인공 관절 수술은 근래 들어 새로운 기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모든 연령대에서 받을 수 있으며 수술 후 2∼3주가 지나면 대부분 통증이 사라지고 합병증이 없으면 7∼10일 정도 후 퇴원할 수 있다. 그러나 10∼15년 후에는 다시 해야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늦게 받는 게 좋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최근 관절의 염증을 일으키는 종양괴사 인자인 TNF의 생리활성을 억제하는 효능을 가진 약이 개발돼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완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허남형 전문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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