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의 연속이다. 이라크에서 들려오는 건 온통 나쁜 뉴스밖에 없다. 개스 값도 그렇다. 도무지 내릴 기미가 없다. 오르기만 할 뿐이다. 대선 레이스가 반환 점을 돌아선 현재 부시에게는 온통 악재뿐이다.
케리 진영은 들떠 있다. 지지율에서 마침내 부시를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중간지점에서 도전자가 현직을 앞서기는 5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던가. 흥분하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부시일까, 케리일까. 케리다. 맞을지도 모른다. 현 상황으로 보면 부시가 밀리고 있는 게 분명하니까. 그렇지만 뭐가 뭔지 알 수 없다. 특이한 현상이 목격돼서다. 지지율 면에서 앞선 건 사실인데 생각보다는 케리가 뜨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다섯 달 후의 대선 결과를 내다본다는 건 시기상조의 감이 있다. 그런데도 오히려 이런 예측이 나오는 판이다. 결국은 부시가 이긴다는 거다. 무슨 판단을 근거로 했을까.
아이젠하워와 레이건. 그리고 누가 있나. 클린턴이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전후 역대 미 대통령 중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상대는 최강의 도전자란 말을 듣는 스티븐슨이다. 타고난 정치인이다. 노련하다. 달변이다. 아이젠하워는 그러나 스티븐슨의 도전을 물리치고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그의 환한 미소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슬로건이 재선을 가능케 했다는 평이다. “I like Ike”다.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따라다닌 평은 운이 좋았다는 정도였다. 할리웃 스타일의 매력에 유권자들이 홀렸다는 말도 나돌았다. 재선에 성공했을 때도 비슷한 평이었다. 나중에야 그가 지닌 강점에 사람들은 눈을 돌렸다.
근본적으로 호인이다. 항상 선의를 가지고 사람을 대한다. 진정한 의미의 젠틀맨이라는 것이다. 항상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깊은 신앙심으로 다져져 내면이 건강한 탓이다. 레이건 이야기다.
사실은 문제 투성이었다. 스캔들로 대통령직은 파산위기에까지 몰렸다. 그런 그가 재선에 성공했다. 클린턴 특유의 타고난 대중적 호소력 때문이었다는 평이다.
대선은 이슈의 싸움이다. 미국의 대선이 특히 그렇다. 누가 선거 아젠다를 몰고 가는가가 승리의 열쇠다. 그렇지만 감성의 싸움이기도 하다. 누가 더 친밀하게 어필되는가의 경쟁이다.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들은 이 감성의 싸움에서 대체로 상대를 앞섰다.
‘부시 피로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그들이 ‘케리 갈증’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한 관측통의 지적이다. 계속해 이렇게 말한다. 미국적 가치를 사랑한다. 직설적으로 말한다. 점잖다. 그리고 하나님을 경외한다. 보통 사람들이 부시를 좋아하는 이유다.
케리는 반면 뭔가 차가운 인상이다. ‘슬픈 나무’ 같다고 할까. 멀게만 느껴지고 쌀쌀한 감마저 준다. 여론조사에서 나온 반응이다. 부시가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케리의 인기가 치솟지 않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호감도란 측면에서 부시가 케리를 훨씬 앞서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나오는 전망은 이라크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 대선 승리는 결국 부시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맞는 전망일까. 그건 두고 볼일. 관심의 포인트는 그렇지만 다른 데 있다. 아이젠하워, 레이건, 그리고 부시 같은 정치인을 미국인들은 왜 좋아하는가다.
“레이건은 진정한 의미의 미국인이다. 그는 미국의 이상을 굳건히 믿었다… 링컨이 반은 자유, 반은 노예상태인 미국은 결코 생존할 수 없다고 본 것 같이 레이건은 반은 자유, 반은 공산체제 하에 신음하는 세계는 결코 번영할 수 없다고 보았다.”
한 역사학자의 지적이다. 말하자면 ‘건강한 미국, 낙천적인 미국’은 다수의 미국인이 공유하고 있는 미국관으로, 이런 아메리카를 상징하는 정치인을 좋아한다는 거다.
시대는 시대에 맞는 영웅을 가지게 마련이다. 미국의 대통령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항상 밝고, 긍정적인, 그리고 아메리카를 절대 신뢰하는 대통령을 미국민은 항상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지도자에게서 미국인들은 바로 자신을 발견한다. 또 아메리카를 바라보게 된다. 항상 따뜻하고, 항상 희망에 넘친 미국 말이다. 그리고 그 일체감이 친밀감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청와대에서 울려 펴진 노래다. 대통령은 눈시울을 붉혔다고 했다. 한 때는 금지곡이었던 운동권의 노래다. 이 노래를 들으며 감개에 젖어 있는 한국의 대통령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체감을 느끼고 있을까.
옥 세 철<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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