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국 <경제학 박사, 전 서강대 경상대학장>
1953년 이후 한미관계는 흔히 ‘혈맹’관계로 표현돼 왔다. 북한의 남침으로 미군은 5만4,000명의 장병이 생명을 바쳤다. 한국은 그 후 미국으로부터 생존을 보호받았고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미국의 도움을 받아 달성했다.
그러나 한미관계는 반미주의자들의 변조된 개념으로 그릇된 영향을 받아왔다. 그러한 변조는 무지의 소치도 있겠으나 대부분 반미주의자들의 목적에 부합하는 조작으로 판명되었다. 그러한 변조는 크게 나누어 두 갈래로 요약된다. 첫째는 한반도는 미국에 커다란 내재적 전략적 가치가 있다, 둘째는 한국 분단은 미국에 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 합동참모본부(Joint Chief of Staff)는 광범위한 조사 결과 한반도는 미국에 대해 ‘근소한 작전상 가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결론은 미 국무부, 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트루만 대통령에 의해 합의된 바 있다. 이러한 전략적 개념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이익은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에 의해 충분히 보장할 수 있고 일본, 기타 태평양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해군, 공군 병력으로 한국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는 개념에 입각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1949년 6월30일을 미군 철수 최종의 날로 정했다. 그 당시 북한의 남침 가능성이 컸으며 한국민의 철군 반대 청원이 빗발치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국에서 완전 철수를 단행한 것이다. 이런 전략적 개념 하에 에치슨 라인이 나온 것이다.
다음 날조된 개념은 미국이 한반도 분단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1945년까지는 미국은 소련의 참전 없이 일본 본토 상륙작전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투하된 뒤로 일본의 저항은 궤멸되고 말았다. 8월 6일 소련은 얄타회담에서 약속한 대로 대 일본 선전포고를 하였고 8월 10일 일본의 정전제의를 묵살하고 한국 침공을 계속하여 머지않아 한반도를 석권할 수 있는 기세였다.
미국은 8월 12일 후 밀물같이 내려오는 소련군의 진격을 어느 선에서 막을 수 있도록 분계선으로 38선을 제안하게 되었다. 이어 소련군 당국은 38선 이북, 미군은 38선 이남의 일본군 무장해제를 맡도록 하자는 제안을 포함한 제너럴 오더를 기안하여 소련에 보냈다. 당시 한국에 올 수 있는 미군은 오키나와에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스탈린으로부터 제너럴 오더에 대한 회답은 38선 문제는 가부간 언급이 없었다. 이로 인해 38선은 양국의 일본군 무장해제선으로 낙착됐다. 38선에 의한 한국의 분단은 시초에 이렇게 이뤄졌다. 그 후 모스크바 공동선언에 의해 설정된 미소공동위원회에서 소련의 계속된 보이콧으로 38선은 한국 분단의 선으로 고정되었다.
이번 미군 감축의 직접적 동기는 이라크 파병인 듯 싶다. 이전에 한국군의 월남 파병 때의 경우와 비슷한 환경이다. 존슨 대통령은 미군 2개 사단을 월남에 이동시키려 할 때 한국군의 월남 파견을 요구하여 왔다. 결과적으로 미군과 한국군을 맞바꿈 하는 격이 되었다.
주한 미군 3,600명이 이라크에 차출된다고 보도되고 있다. 이미 한미간에 논의된 1만 명 감축 계획이 앞당겨지지 않나 우려된다.
그리고 주한 미군이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된다고 보도됐다. 지금까지 미군은 서울에 접근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에 배치되어 왔다. 따라서 북한군은 미군을 공격하지 않고는 서울에 접근할 수 없었다. 미국이 북한의 남침을 다시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의의 표식이 되어왔다. 한강 이남의 재배치는 서울의 안보가 그만큼 약해지는 것이다.
한국은 1954년 이후 오늘날까지 한미방위조약 덕택으로 평화를 즐길 수 있었다. 미국은 1950년 12월 중국인민군의 참전 후 군사정세가 허용하는 대로 곧 한국에서 철군할 것을 계획했었다. 이에 대응하여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군을 UN 사령부에서 철수할 지 모른다고 암시하고 휴전협정이 체결되면 한국군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암시했다. 반공포로를 석방하여 그 결의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휴전협정을 존중하지만 휴전협정에 조인국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결의를 표시했다. 이렇게 하여 얻은 한미방위조약이다.
지금 한국은 어떤가. 북한은 더 이상 주적이 아니다, 안보조약은 철폐되어야 한다 등등 떠들썩하다. 어쩌자는 건가. 이런 행동은 완쾌된 환자가 자기를 치료해준 의사에게 목발을 집어던지는 배은망덕의 행위에 비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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