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에 돈을 내면 진짜 불쌍한 아이들에게 갑니까. 대부분 행정비용으로 떼먹는다는데....”
본보와 월드비전의 ‘사랑의 빚갚기-한가정 한 어린이 결연’ 캠페인을 보도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한달 30달러를 내면 가난한 어린이 1명에게 먹을 것과 옷, 교육비가 지불된다는데 그돈이 제대로 전달되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제대로 간다’이다.
월드비전은 수많은 국제구호기구 중에서 행정비를 가장 적게 떼는 단체로 이름나 있다. 한마디로 ‘짠돌이’ 단체이다. 전체 후원비용의 13%만 행정비용으로 사용되고 나머지 87%는 전액 해당 어린이에게 간다. 한달 30달러의 결연 후원금 중 3달러90센트를 제외한 26달러10센트는 결연 어린이의 후생 복지 교육비로 사용된다.
월드비전 LA 오피스는 386 시대에서나 사용될 법한 구형 컴퓨터를 사용한다. 직원 한명이 담당하는 후원자, 교회 또는 단체수가 1,000개를 넘을 정도로 업무가 과중하다. 불필요한 경비를 최소화하자는 것이 월드비전의 방침이다. 아프리카등 해외 각국에서 활동하는 월드비전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어린이들에게 돈을 직접 주지는 않는다.
음식물을 조달해주고 교복, 학용품을 사 준다. 몸이 아프면 병원 치료도 받게 해준다. 또 부모들이 가난에서 벗어 날수 있도록 염소 한쌍과 농기구, 때로는 장사 밑천을 빌려주며 자활의 기틀을 마련해 준다. 염소를 잘키워 새끼를 낳게되면 염소를 월드비전에 되돌려주고 장사로 돈을 벌면 돈도 갚게한다. 동네에 우물을 파 식수도 조달해준다.
결연 어린이의 단순 물자 구호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 어린이가 안정된 분위기에서 질병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공부할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자는 것이다. 월드비전의 구호사업을 손꼽는 것도 자활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월드비전은 세계 100여개국에서 활동하지만 중앙 집권 기구가 없다. 6·25동란 중 한국 고아와 전쟁 미망인 구호 사업으로 시작된 월드비전은 창시자 밥 피어슨 전도사의 박애정신으로 운영되지만 각국에 흩어진 지부는 개별 독립 조직이다.
미국, 영국, 일본, 대만등 선진국의 월드비전은 열심히 돈을 모아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등 후진국 월드비전에 보내준다. 빈민국 월드비전은 이돈으로 자국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랄수 있도록 구호사업에 나서는 것이다.
만일 흐지부지 돈을 사용하면 선진국 월드비전은 거래를 끊는다. 다시말해 상호 감시체제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후진국 월드비전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역 주민 구호사업에 전념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르완다,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 월드비전 구호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 각국 월드비전은 서로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며 한인 후원자 유치에 열을 올렸다.
한국은 91년부터 선진국 월드비전 대열에 동참해 후진국 월드비전 후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월드비전의 발상지치고는 후원에 인색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한국 전쟁인 6·25때 받은 외국의 원조를 아무리 갚아도 부족할 터이지만 대만과 홍콩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아프리카 우간다로 가기 위해 케냐의 나이로비 공항 대기실에서 비행기 시간을 지루하게 기다릴 때의 일이다. 월드비전 티셔츠를 입고 대합실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일행에게 아프리카 서부 월드비전 연합의 총무라고 밝힌 한 흑인 청년이 다가서며 “미국에서 온 한국인들이냐”며 반갑게 맞이했다. 그 총무는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미국 월드비전의 한국인들이 왔다는 소식이 이미 아프리카 전역에 퍼져있다”며 “서부 아프리카(케냐등은 동부 아프리카에 해당함)도 한번 와달라”고 부탁까지 해왔다.
고난과 극복의 이민 100년을 살아온 한인사회가 이제는 남을 도와주는 ‘베풂과 나눔’의 이미지를 구축할 때라는 것이 ‘한가정 한 어린이 결연’ 캠페인의 목적이다. 풍요로운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이 1인분에 20달러가 넘는 갈비와 음료수 한병만 절약해도 지구 반대편에서 굶주리는 어린이들에게 밝은 희망을 줄 수 있다. 은혜와 축복의 땅에서 사는 한인들의 따듯한 마음을 지구촌 저편 어린이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김정섭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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