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리아이들…어떻게 기를까
논술과 Critical Thinking 27
(쓰기의 과정)
몇 주일 전 이 지면에 소개한 대니를 기억하실 것이다. 그는 논술 시험에서 0점을 받았는데 글을 못 쓰는 학생이 아니었다 우리 클리닉에서 시간을 넉넉히 주고 써보라고 했더니 글을 너무나 잘 쓰는 학생이었다. 학교에서 Writing도 항상 A를 받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니 에게는 과연 무슨 문제 가 있었나? 대니는 한인 학생이기는 하지만 한국말은 거의 못 하는 미국에서 태어난 학생이다.
다시 말 하면 영어가 ESL이 아닌 학생이었다. 대니 의 가장 큰 문제는 쓰기의 계획을 못 세운 것이었다.
글은 무슨 글이건 간에 반드시 계획을 세운 후에 써야 한다. (이 계획이란 outline, table of contents를 만드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계획은 무엇을 어떻게 세우나? 가장 중요한 5 가지를 우선 생각하고 글을 써야겠다.
1. 쓰는 일 (Writing Task)
대니의 경우는 제일 먼저 알아해야 했던 것이 자기가:
a. 시간의 제한을 받는다는 조건이었다.
특히 SAT는 숙제나 학교시험같이 make-up이 없는 시험임을 명심했어야 했다. 이런 경우에는 신경이 쓰여서 생각이 더 안 나는 학생도 많다.
그러나 자신이 이런데 속한다고 생각하는 하는 학생일수록 매일 pre-writing 과 free writing을 많이 하여야 한다.(몇 주일 전부터 이것에 관하여 자세히 썼으니 참조하시고 pre-writing 과 free writing이 습관화되는 생활을 시키시기 바란다) 특별히 불안해 하지않는 학생에게도 이런 습관은 대단히 필요하다.
하루에 약 10분 정도이니 그렇게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많이 쓰는 것보다는 습관 적으로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b. 어떤 종류의 글을 써야 하나를 정해야 한다.
글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알리는 글(inform), 분석하는 글(analyze), 남을 설득하는 것이 목적인 글(persuade), 흥미 위주의 글(entertain)……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것은 시험이나 숙제인 경우에는 그 제목만 읽어도 금방 알 수가 있다. 만일 제목을 안 준 경우에는 보통 읽은 것에서 recording을 많이 해 둔 제목을 선택함이 현명하다. (어떻게 recording 하며, 무엇을 recording 해야 하는 것은 이 지면에 과거에 자세히 썼다. 참조하시기 바란다)
2.‘내가 선택한 제목이 숙제라면 선생님의 요구 상황을 만족시켜 드릴 수 있나?’
만일 그렇다고 생각되어도 이때 덮어놓고 써서는 안 된다. 고 학년일수록 아무리 제목이 간단해도 여러 방면으로 퍼져 나 갈 수 가 있다.
이 글의 포커스(focus)는 무엇인가? 이 포커스에서도 가장 중요한 중점(Main Idea)이 무엇인가? 등을 생각한다.
3. 이 글의 독자는 누구인가?
학생들이 글을 쓸 때는 말 할 필요도 없이 독자는 선생님이고 선생님이 이 글을 읽는 목적은 점수를 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가 오래 전 대학 1학년 작문(Freshman Composition)을 가르칠 때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려 한다.
한 학생이 글을 썼는데 담배 광고 회사에 보내는 내용이었다. (그 글이 지금 내 손에 있으면 학생의 허가 하에 이 지면에 정말 내고 싶다.) “Cigarette tastes like a cigarette should.”라는 광고를 한 Winston 담배 회사에 쓴 글이다. 여기서 명심 할 것은 비록 작문 숙제로 교수인 내게 제출한 것이지만 사실 그 글의 독자는 윈스턴 담배회사의 광고 부장이었다. 메시지는 간단하였다.
이 광고의 영어가 틀렸다는 것이다. “Cigarette tastes like a cigarette should.”라는 글은 ‘like’는 전치사이기 때문에 다음에는 그냥 명사가 와야지 “…cigarette should.” 라는 문장이 와서는 안 된다는 글이었다.
물론 말 자체도 맞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그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 학생이 그 광고의 잘못을 대단히 흥미롭게 지적했다는 것이다. 문법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담배를 팔면 그 담배의 매출이 얼마 없을 것이고, 문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윈스턴 담배를 너무 피워서 혹시 생각이 몽롱 해 지지나 않았는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5페이지나 되는 글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면서 읽은 기억이 난다.
그 학생은 그때 교수인 필자의 권유에 못이겨 실제로 그 글을 윈스턴 회사에 제출했는데 상당한 보상금을 회사로부터 탔을 뿐 아니라 윈스턴 담배회사는 그 이후로 그 광고를 안 내게 되었다. (그 학생은 현재 워싱턴주에서 영어 교수로 재직중인데 한때는 윈스턴 회사에서 직장을 제공한 적 도 있었다.)
4. 글을 쓰는 사람 자신(여기서는 학생을 말 함)은 누구인가? (Self)
학생들은 흔히 글 쓰는 사람은 자기 자신, 즉 학생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아니다. 소설 속에서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나는 금년 여섯 살 난 처녀애입니다. 내 이름은 박옥희고요. 우리 집 식구라고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어머니와 나, 이렇게 단 두 식구뿐이랍니다. 아차 큰일났군, 외삼촌을 빼놓을 뻔했으니.
지금 중학교에 다니는 외삼촌은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다니는지 집에는 끼니때 외에는 별로 붙어 있지를 않으니까요, 깜박 잊어버리기도 예사지요, 무얼.
우리 어머니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둘도 없이 곱게 생긴 우리 어머니는, 금년 나이 스물 네살인데 과부랍니다. 과부가 무엇인지 나는 잘 몰라도, 하여튼 동네 사람들이 나더러 ‘과부 딸’이라고들 부르니까, 우리 어머니가 과부인줄 알지요…”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 중에서)
이런 글들이 우리 주위에는 허다하다. 영어에서는 명작 George Orwell 의 Animal Farm 이 여기에 속한다.
5. 언어의 사용 과 형태 (Language, and Form)
글 쓰는 사람이 과연 이 제목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는 형태(form)를 말하며, 어떤 언어를 사용 할 것인가는 언어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마크 트웨인의 ‘헉클베리 핀’이다. 지면상 예를 들 수 없어 유감이나 저자가 그런 언어를 쓰지 않았다면 그 작품은 명작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니의 경우는 이 위의 5 가지의 계획이 없이 무작정 무엇을 쓸까 생각 하다가 시간을 다 뺐긴 것이다. 글을 많이 써 습관이 되면 이 5가지의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전정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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