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의 폭격기’ 조 루이스, ‘복싱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 ‘턱분쇄기’ 조 프레이저…
루이스 은퇴후 이름없는 4명 챔피언 양산
‘세계에서 가장 센 주먹’카리스마 실종
스피드와 기술없는 ‘덩치’들의 경연장
이 친구들 알어?
‘갈색의 폭격기’ 조 루이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 ‘복싱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 알리의 턱을 깨부순 조 프레이저, 프레이저를 상대로 ‘링위의 학살’을 자행했던 전율적인 주먹의 조지 포먼, 카버 위로 때려도 상대를 쓰러뜨렸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 이름만 들어도 복싱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세계 헤비급 복싱이 지금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레녹스 루이스가 은퇴한지 3개월. 그가 챔피언으로 있을 때도 별 볼일 없었지만 물러난 지금 헤비급 무대는 썰렁하기 짝이 없다. 걸출했던 챔피언들이 재임했던 시절의 영광은 고사하고 헤비급 복싱 자체가 말라죽기 일보 직전이다.
현재 헤비급 복싱 챔피언은 4명. 복싱 기구가 4개나 되기 때문에 챔피언이 4명 생겼을 뿐 면면을 둘러보면 복싱 골수 팬들에게조차 낯선 인물들이다.
지난달 4월10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WBO챔피언 결정전에서 라몬 블스터(30)가 고전끝에 블라디미르 클리츠코의 유리턱을 다행히 맞추는 바람에 챔피언 벨트를 둘렀고 (미래의 스타감이었던 클리츠코는 지난 13개월간 두차레나 KO 패를 당하는 바람에 미래가 끝장 났다),
일주일 뒤 뉴욕서 열린 IBF타이틀전에서는 크리스 버드(33)가 퇴물이 다 된 안드레 골로타(36)와 졸전 끝에 무승부로 타이틀을 방어함으로써 ‘라이트헤비급을 부풀린 솜방망이 헤비급 챔피언’이란 이미지를 더욱 각인 시켰다.
현 WBA 챔피언은 잔 루이즈(32). 루이즈도 같은 카드로 열린 경기에서 프레스 오켄도(31)를 11라운드 KO로 잡으며 타이틀을 방어했으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난해 라이트 헤비급 로이 존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타이틀을 뺏겨 헤비급의 체면을 완전히 구겼기 때문이다.
WBC는 비탈리 클리츠코가 챔피언. 레녹스 루이스의 마지막 경기에서 접전을 벌였던 그는 지난달 24일 코리 샌더스와의 결정전에서 8회 TKO로 뉘며 챔피언에 올랐는데 별 볼일 없는 현 헤비급 무대에서 그나마 희망을 보이는 인물이다.
그저 그런 인물들이 챔피언을 차지하고 있으니 ‘세계에서 가장 주먹이 센 사나이’란 헤비급 챔피언의 카리스마가 실종돼 버렸다. 타이틀 보유자가 있을 뿐 진정한 챔피언은 없는 것이다.
유명한 복싱 역사가 버트 슈가의 말을 빌면 현재 헤비급은 프리모 카르네라가 챔피언으로 있던 1930년대초 이후 최악의 상태다.
헤비급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을 진정한 강자가 없다는 것. 비탈리 클리츠코가 루이스의 뒤를 이을 인물로 가장 근접해 있다지만 진정한 챔피언이 되기에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전 챔피언 루이스는 “걸출한 복서가 물러난 뒤 새로운 위대한 챔피언이 나오기까지에는 복싱 역사에 비춰보면 대략 10년은 더 걸린다”고 말한다. 좋은 예로 진 터니가 1928년 은퇴한 뒤 1930년대 후반이 돼서야 조 루이스가 출현했다는 것.
근래에 들어서는 타이슨과 루이스, 이밴더 홀리필드, 리딕 보우, 조지 포먼이 90년대에 걸쳐 명승부를 펼치면서 헤비급의 영광을 되살리는가 했으나 2002년 루이스가 타이슨을 눕히면서 이 마저 막을 내렸다.
지금은 헤비급 챔피언의 이름조차 모를 정도니 헤비급 복싱은 대중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한다. 지난달 헤비급 타이틀 매치가 잇따라 열렸으나 흥행이란 말을 붙이기 어려울 정도의 무관심속에 치러졌을 뿐이었다.
헤비급 복싱이 초라한 스포츠로 전락한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운동재능이 뛰어난 ‘덩치’들이 풋볼이나 농구등 다른 인기 스포츠로 가버렸다는 것이 주된 원인이지만 헤비급 복서의 사이즈가 너무 커져버렸다는 것도 한 원인이다.
“너무 커져 버려 몸놀림에 조화가 없다”고 버트 슈가는 요즘의 헤비급을 평한다. 전성기의 조 루이스는 200 파운드였으며 무하마드 알리나 래리 홈즈는 215파운드였다. 타이슨도 가장 좋은 체중이 218파운드였고 이 당시만해도 220파운드는 큰 사이즈로 취급됐다.
하지만 지금은 날렵하다는 크리스 버드가 210파운드고, 레녹스 루이스는 244파운드로 뛸 때가 좋았다. 비탈리 클리츠코는 군살없이 매끈한 몸매지만 245파운드나 나가는 거한이며 잔 루이즈와 골로타 역시 230파운드나 나가는 거구들이다.
사이즈는 엄청 커졌지만 스피드와 기술, 파워가 조화를 이룬 헤비급 본래의 묘미를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헤비급의 앞날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수퍼 헤비급 금메달리스트 오들리 해리슨(15승무패)등 꿈나무들이 없지는 않지만 헤비급의 영광이 다시 찾기에는 많은 세월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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