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게 학교앞 장사의 가장 큰 장점이죠.” 남가주 양대 명문대학인 UCLA와 USC. 캠퍼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들 학교 학생들의 향학열도 뜨겁지만 학교 주변 식당의 업주들이 벌이는 경쟁도 그에 못지 않게 후끈하다.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남가주답게 학교 앞 식당 메뉴도 비빔밥, 우동, 깐풍새우, 라자냐, 샌드위치, 타코, 스파게티, 스테이크 등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하지만 저렴한 값, 감칠나는 맛, 가족 같은 서비스로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식당은 정해져 있기 마련. 학생들의 입에 회자되는 학교 앞 유명 식당 중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곳도 적지 않다. 학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인 업주들을 통해 학교 앞 식당 장사의 장단점을 알아보고, 학생들을 상대로 비즈니스 잘 하는 법을 들어본다.
USC 유니버시티 빌리지 내 멕시칸 식당 ‘판초스’의 한규호(왼쪽)·선숙씨 부부가 풋불 선수들 이야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위). 일본말로 ‘철판’이라는 뜻인 UCLA 앞의 유명 한식패스트푸드점 ‘꾸시’의 야외 테라스에서 여학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USC‘유니버시티 빌리지’내 푸드코트
우동·비빔밥·타코 등 메뉴 다양
렌트 싸고 학생몰려 매상 ‘쑥쑥’
USC 학생들이 점심과 저녁을 가장 많이 해결하는 ‘유니버시티 빌리지’ 내 푸드코트. 캠퍼스와 가깝고 비교적 가격도 저렴해 하루종일 학생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는 세계 각국의 전통 음식점 13곳이 입주해 있는데 이 중 다섯 곳을 한인이 운영한다.
한식당 ‘남산’, 몽고바비큐 전문점 ‘몽골리안 프레시’, 일식당 ‘맛나’, 멕시칸 식당 ‘판초스’, 그리고 간이 카페.
가장 잘 되는 곳을 집어내기 어려울 정도로 다섯 곳 모두 손님들로 넘쳐난다. 업주들은 한결같이 “학교 앞 장사에 대 만족”이라고 말한다.
▲저렴한 렌트와 많은 고정 손님
이들이 만족하는 이유는 우선 돈이 되기 때문이다. 렌트비는 한인타운의 1/3 수준에 불과하고, 손님이 하루종일 끊이지 않으니 금고에 돈이 안 쌓일 리 없다. 몽골리안 프레시의 찰리 조 사장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각 식당의 월 순수익이 5,000∼1만 달러는 될 것”이라고 귀뜸했다.
완벽한 안전과 짧은 영업시간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학교에서 건물을 직접 관리해 업주가 안전에 신경 쓸 필요가 없고, 학생들이 주고객이기 때문에 오전10시에 문을 열고 밤9시 이전에 모든 정리가 끝난다.
엘몬테에서 같은 이름의 식당을 2년 반 동안 운영한 판초스의 한규호 사장은 “돈벌이는 괜찮았지만 안전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유니버시티 빌리지에 온 뒤로 걱정이 싹 가셨다”고 말했다.
▲가족 같은 학생들
학교 앞 비즈니스의 가장 큰 매력은 손님인 학생들에게 있다. 만나의 우유진 사장은 “손님인 학생들이 대부분 동생 같아 재미있게 지낸다”며 “이전에 다른 곳에서 식당을 운영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친밀감이 좋다”고 만족해했다. 우씨는 하지만 “몇몇 한국 학생들은 공짜를 너무 좋아해 곤란할 때도 있다”고 애로점도 토로했다.
몇 년 동안 매일 만나다 보니 정이 많이 들어 가족같이 지내는 단골 손님도 있다. 찰리 조 사장은 “USC 한인 학생들은 다들 순진하고 착하다. 명절 때 집에 데려가 같이 음식을 나누는 학생들도 몇 된다”고 알려줬다. 조씨는 “공부 끝내고 한국에 돌아간 뒤 ‘고맙다’며 선물을 보내줄 때는 정말 흐뭇하다”고 덧붙였다.
판초스에는 유난히 풋볼 선수 단골이 많다. 한씨는 “지난해 하이즈만 트로피 수상자인 카슨 파머와 마이클 윌리엄스 등 USC 풋볼 스타들이 자주 찾는다”며 “음료수 하나 거저 줘도 팔짝 뛰며 좋아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고 말했다. 다”고 말했다.
한씨의 부인 선숙씨는 “매일 선남선녀들을 대하다 보니 마음이 절로 젊어진다”며 활짝 웃었다.
UCLA 꾸시(Gushi)
몇년동안 정든 단골 ‘수두룩’
졸업할 때는 인사하러 오기도
지난 1999년 문을 연 꾸시는 UCLA 교내신문인 ‘데일리 부루인’에 소개됐을 정도로 유명하다. 타민족의 입맛에 맞춘 퓨전 한식을 취급하는 이 식당은 저렴한 가격과 풍부한 양, 뛰어난 맛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호텔리어 출신인 탐 신 사장은 “집에서 먹는 것처럼 만들려는 작은 노력이 학생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전해서 좋다
꾸시는 오전10시에 문 열어 밤 11시30분에 닫는다. 도서관에서 늦게 공부하고 나오는 학생들이 밤참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바로 옆의 또 다른 유명 한인 식당인 샌드위치 전문점 ‘롤인’은 새벽3시까지 문을 연다.
인적이 드문 한 밤중에도 영업하는 것은 안전이 보장되기 때문. 꾸시의 사브리나 매니저는 “늦은 시간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은 모두 학생, 교직원, 연구원, 의사들이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수익은 얼마나 될까? 신 사장은 “정확한 수치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지만, 복잡한 한인타운에 들어갈 마음이 전혀 없고, 조만간 꾸시를 체인점화 할 계획이라고 밝혀 비즈니스가 괜찮음을 짐작케 했다.
▲타민족 학생들의 정
대부분의 한식당은 한국손님이 매상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꾸시는 타민족 손님이 85% 정도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음식문화에 있어서도 기성 세대보다 열려있기 때문이다.
신씨는 “매운 음식을 잘 먹는 인도와 동아시아 학생들은 물로 백인 학생들도 육개장과 쫄면을 맛있게 먹고 라면을 맵게 끓여달라고 주문할 정도로 UCLA에서는 한국음식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방학 때 자기 나라에 다녀오면서 작은 선물을 사오고, 졸업할 때는 ‘고맙다’고 인사하며 떠난다”며 UCLA 학생들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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