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도 거르지 않던 아침산책이 흐지부지 되기 시작한 것은 여행 때문이었다. 여행지에서 아침 산책은 어렵다. 주위에 경관이 좋은 산책로가 있어도 그림의 떡이다. 기실 호텔에서는 잠만 자고 이른 아침부터 이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그런대로 또 못할 이유들이 생긴다. 노독을 풀어야 하고 밀린 일을 해야 하고 시차도 줄여야하는 등 생활시계가 정상이 되는데 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른 운동을 할만큼 부지런하지 못해 제일 손쉬운 산책을 택했는데 그나마도 이런저런 이유로 못하는 날이 더 많다는 것은 분명히 정신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 아침산책을 포기하면 비디오를 밤늦게까지 볼 수 있다는 유혹이 생긴다. 새벽이 다 되도록 비디오를 보고 늦잠을 자다보면 아침밥 한 끼 걸러서 체중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엉터리 계산도 해본다. 그러나 그게 다 틀린 답이라는 걸 안다. 두 끼 사이에 이것저것 주워 먹다 보면 세끼보다 더 먹게 된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요즈음 고국과 일본에서는 ‘사이쇼 히로시’가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그가 누누이 역설하는 것은 야행성 인간이 성공한 예는 역사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침 형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모든 생활변화의 근본이라는 것이다. 그가 의사로서 많은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평범한 진리이다. 발견이랄 것도 없다. 우리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다 보면 음치도 알고 있는 노래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바로 그걸 지키자는 얘기이다. 인간의 수명과 각성을 맡고 있는 것은 자율신경이다. 자율신경에는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는 교감신경과 몸을 쉬게 만드는 부교감신경이 있는데 우리의 뇌 속에는 이를 조절하는 부분이 있어 몸의 컨디션과 주위의 상황에 따라 각성에서 잠으로, 잠에서 각성으로 가는 리듬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밤이 되면 휴식의 의무를 가진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져서 졸리게 되고 아침이 되면 활동의 의무를 가진 교감신경의 기능이 활발해져서 움직이고 싶어지는데 이것이 인간의 자연적인 생리라고 한다. 인류가 지구 위에 출현한 이래 밤이 되면 자고 아침이 되면 일어나 활동하면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이 리듬을 어기고는 건강할 수도 성공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가장 좋은 수면시간은 11시에서 5시 사이이다. 우리가 잠이 들면 체온이 내려가는데 밤이면 체온이 저절로 내려가므로 잠들기 알맞게 되고 체온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는 시간이 아침 5시이므로 이 생체리듬에 시간을 맞추고 생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이를 실행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하루에 4시간을 버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인체의 호르몬 중에는 자지 않으면 분비되지 않는 것과 수면과 관계없이 안정된 리듬으로 분비되는 것이 있다. 부신수질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과 피질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코이드는 새벽부터 점점 분비량이 늘어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에 최고점에 달한다. 이 두 가지는 상호작용을 해서 정신과 육체의 활동을 활발하게 만든다. 그래서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에 두뇌가 가장 선명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아침 식사 전 7시에 중역회의를 했던 아사노 그룹의 창업자 ‘아사노 소이지로’, 새벽 5시에 중역회의를 열었던 세이부 그룹의 ‘쓰르미 야스시로’ 등의 성공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오나노부나가’는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 가장 빠른 말을 타고 40리를 달리면서 가는 길에 전략을 짜고 오는 길에 결단을 내리곤 했었다. 노부나가가 4시에 말을 탈 수 있도록 그의 시중을 들던 기노시타 도우기치로(훗날의 도요도미 히데요시)는 그보다 이른 3시에 일어나 말 준비를 하고 노부나가의 신발을 가슴에 품어 따뜻하게 데우곤 했다. 도요도미 히데요시는 훗날 천하를 통일했다. <아침잠은 인생에서 가장 큰 지출이다> 카네기의 말이다. <아침은 입에 황금을 물고 있다> 이태리의 격언이다. 그러나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 대부분에게는 이런 설교가 필요할 것 같지 않다. 모두들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들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게 하나 있다. 시간이다. 그런데 우리는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할 수가 없다. 많은 것들 중에서 하나만 택해야 한다. 같은 시간에 비디오도 보고 산책도 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될 날 곧 오게 될지도 모르긴 하지만. 한 가지를 택할 때 반드시 다른 것은 버려야 한다. 이때 선택을 잘못 함으로서 생기는 손실을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라고 한다. 돈만이 경제가 아니다. 시간을 쓰는 것도 경제다. 이렇게 시간의 평등성과 제한성에서 기회비용을 너무 많이 지불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야 할 것 같다. 또 한 가지 절실한 것, 그건 시간은 절대 늘어나는 법 없이 줄기만 한다는 것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 번 보자. 그리고 깊은 숨을 쉬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금 길이 보이는 것 같지 않은가.
(시인/화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