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이란 소속 공동체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
가주 학생들의 작문 실력이 전국 평균에 미달되고 고교 12학년 작문 실력조차 기초 수준에 못 미치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소식이다. 이것은 가주가 타주에 비해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있고 다양한 인구 분포인 이유도 있지만 미 공립학교 작문 교육의 현실과 공립학교 교사들의 질적 문제를 포함해서 공립학교 작문 교육이 보완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생 개인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각 개인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미국 교육의 장점이 어느 한 분야에만 치우치지 않는 포괄적 입학사정 정책에 의해 미국의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데 이들의 중요한 잣대는 이러한 교육의 기본적인 것에 충실해야 함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2005년부터 그동안 SAT II에만 국한되었던 작문이 SAT I에 추가됨에 따라 우리 한인 부모님들의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이젠 8학년 부모님들까지 SAT 작문시험 걱정을 하니 뭐라고 위로를 해야할 지, 설명을 해야할 지 난감하다. 남달리 자녀 교육에 열심인 한인 부모님들에게 자녀 교육에 있어 어떻게 타인종과 조화를 이루자고 해야할 지 고민이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해서도 UC인 경우 대학 입학 전에 ‘서브젝트 A 요건’(Subject A Requirement)이라는 작문 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 시험의 목적은 학생이 앞으로 UC에서 기초 과목을 수강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독해력이나 작문 실력이 갖춰졌는지 확인하는 시험이다.
이 작문 시험은 SAT II 영어 작문에서 680점 이상이거나 AP 영어 시험 성적이 5점 만점에서 3점 이상이면 이 시험에 면제가 된다. 그러나 이 시험에 불합격하더라도 학기 시작 전 대학 영작문 과목을 수강해서 C학점 이상을 받으면 된다. 미국 교육이 이렇게 학생들에게 구제할 방법을 주면서 학생 스스로가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현실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신입생의 경우 70% 정도가 입학 전에 이 요건을 충족함에도 불구하고 대학 졸업률은 3분의1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하니 미국교육이 허술하게 생각되다 가도 이런 빈틈없는 정책을 보면 이해가 가고, 대학을 들어가기만 하면 보장되는 한국의 교육 현실이 고학력 실업자로 인해 실패한 교육 정책으로 간주되어 지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설령, 학교 성적과 SAT 점수 잘 받아서 명문 대학에 들어간다 해도 대학 입학 전에 혹은 재학중 또 다른 형태로 학생이 학교 수업 받기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때문에 들어가서도 맘놓고 놀 수만은 없다. 작문은 교육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논리적이며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글로 옮기는 일은 대학원이나 박사 과정 또는 연구 분야 등 깊은 학문으로 들어 갈수록 필수 불가결한 일인데 새삼 작문의 중요성을 논한다는 것이 왜 하필 SAT 개정과 맞물려서 일까 하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주 정부의 예산 삭감과 경기 침체로 인해 대학 강의수가 줄어들고 학생 정원이 줄어드니 이젠 학교가 지원자들을 입맛대로 골라야 할 처지가 되었고 어쨌든 글쓰기에 대한 부모님들의 관심은 이래저래 더 높아질 듯 하다.
글을 쓸 아이디어가 없다고, 뭘 어떻게 써야할 지 모르겠다고 힘들어하는 자녀를 보면서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 무기력해진 부모 자신을 발견하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보자. 좋은 글이란 우리가 속해있는 가정, 학교, 사회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한다. 관심이란 결국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우리 주변에 얼마만큼 자신의 삶을 연관시킬 수 있는 지, 이웃에 대한 자신의 애정 표현이다. 부모님들이 이웃과 사회에 쏟은 관심과 사랑이 내 자녀에겐 이미 특별한 경험이며 자녀가 이웃과 사회에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자녀들이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해 생기는 관심과 사랑이 그들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될 거라고 기대해 보자. 하찮아 보이고 대수롭지 않은 그들만의 고민 거리이며 이야기 거리가 가장 자연스럽고 ‘그들다운’ 글쓰기의 소재란 것도 이해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지고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넓혀 가는 힘든 과정이 궁극적인 교육의 한 면이란 것도 이해하길 기대하면서.
지경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