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김병현이 선발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김병현이 지난 10일 대 클리블랜드 전에서 4회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 2연속 경기에서 난타 당하는 수모 끝에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됐다.
김병현는 5일 클리블랜드전에서도 5실점을 당하며 감독을 실망시킨 데 이어 10일 경기마저 팀을 패전으로 이끌며 선발 테스트에서 완전히 낙제를 먹었다.
김병현은 현재 마이너리그로 강등, 트레이드만 기다리고있다는 소문이다. D벡스 시절부터 선발을 꿈꾸어왔던 김병현으로서는 참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보스턴의 프랑코나 감독은 김병현이 10일 경기를 지켜본뒤 김병현이 지나치게 선발을 의식,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고 공의 위력보다는 피칭 방향을 실패 이유로 들었다. 1-2회를 던지는 불펜 시절과는 달리, 지나치게 어깨를 아끼는 투구가 김병현에게 역효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사실 10일 경기로만 보면 김병현이 그처럼 처참한 투구를 한 것은 아니었다. 선발 투수라면 누구나 시도하는 맞춰 잡기 작전이 먹혀 들어가지 않았을 뿐이다. 선발의 다부진 꿈을 안고있는 김병현은 4-5회 투구로 끝나는 것 보다는 6-7회까지 버틸 수 있는 지구력을 선보이는 것이 그만 참담한 결과를 불러오고 말았다. 시즌 첫 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깔끔한 피칭을 보였던 김병현으로서는 6-7회까지 버틸 수 있는 지구력을 선보여 선발을 확고히 굳히자는 계산을 머리에 넣지 않았을리없다.
그러나 맞춰 잡는 야구가 가장 어려운 야구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매덕스 같은 자로 잰 제구력과 체인지업이 없이는 맞춰잡는 야구는 가장 위험한 야구다. 과거 릭 러셸 등이 맞춰잡는 야구의 달인으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바 있으나 이는 특수한 경우였다. 공 한 개 차이의 위치, 시속 1-2마일 차이로 갈리는 타구의 속성을 마스터하기 전에는 함부로 쓸 수 없는 것이 맞춰잡는 투구 전법이다.
김병현 처럼 마구잡이로 변하는 스피드, 투구 로케이션으로는 마이너리그에서도 통할까 말까다. 물론 김병현은 이번 한번 실수로 마이너로 강등 될 만큼 최악의 투구를 보인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투수라면 누구난 한번씩 거쳐가는 슬럼프, 선발 진입의 수순이었을 뿐이다. 다만 실수가 용납될 만큼 김병현이 그렇게 구단 차원에서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
김병현은 작년 손가락 욕설제스쳐로 문제를 일으킨 이후 이번 선발 테스트에서 조차 감독의 신뢰를 잃어 사실상 보스턴에서 설 자리가 없어졌다. 최악의 경우 마이너리그에서 잔류하다 선수생활이 끝장날 수 있으며 트레이드 아니면 불펜 진입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김병현이 만약 선발에 대한 환상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 김병현의 앞날은 훨씬 험난하다. 불펜과 선발의 차이는 능력 차이라기보다는 특성의 차이이다. 정통파보다는 스피드가 현저히 떨어지는 언더드로우로 7-8회까지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에 불과하다. 98마일의 강속구투구라도 후반에 난타 당하는 것이 야구의 생리이고 보면 김병현은 하루속히 선발의 꿈을 버리고 불펜 적응에 전념하는 것이 선수생명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물론 김병현은 아직 선발에 대한 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제구력과 노련미만 보충하면 선발로도 버틸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그 어느 팀도 김병현의 불확실한 선발 가능성을 믿고 김병현에게 무작정 공을 맡길 팀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의미에서 김병현의 이번 마이너리그 강등은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된느 수순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오클랜드 A’s가 10일 보스턴의 경기를 지켜보며 김병현 트레이드를 추진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트레이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A’s가 김병현을 퇴짜놓은 것은 김병현의 악투보다는 재정 문제가 앞섰을 가능성이 크다. 올데 갈데 없는 김병현을 헐값으로 사들인다면 몰라도 A’s가 연봉 5백불 출혈을 감수하면서 김병현을 끌어들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작년 손가락 욕설 제스쳐등 김병현의 고집과 자존심을 그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는 보스턴은 선발에서 죽 쑨 김병현을 불펜으로 옮겨놓고 마음고생을 스스로 자초할리 만무하다. 일단 마이너리그로 강등 시켜놓고 트레이드 카드를 내세워 다시 불펜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 물론 김병현은 현재 선발과 마무리직 모두 실패 감독의 신뢰를 잃고 있는 중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무리 자존심이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김병현이라 하드라도 설자리가 없어졌다. 불펜에서 팀에 충성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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