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신(보스턴 한미 노인회 부회장)
우리말에 생로병사(生老病死)라 하여 인생에서 그 누구든지 이 과정을 피하지 못한다라고 했고, 사회학자 라스렛은 좀 더 구체적으로 인생을 4단계로 구분하여, 출생부터 사회 진출 전까지를 제 1인생, 직업생활 시기를 제2인생, 퇴직 후의 건강한 생활 시기를 제3인생, 그리고 의존 생활 시기를 제4인생이라고 했다.
고국의 고향을 떠나 보스턴 지역에 둥지를 틀고 사는 제3과 제4의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노인들은 자연히 여기가 제2의 고향이 됐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질적인 두 문화권 속에서 부딪혀 가며 힘겨운 삶의 현장을 이어가는 것이 동병상련의 서러움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노인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다고 하지만 몸이 늙고 가진 것 없는 늙은이들을 제2의 인생들이 도와야 하지 않을까?
미국의 노인센터는 각 타운마다 있는데 필자가 9년째 나가는 로렌스 시니어 센타는 회원 수가 3백명이 넘지만 열심히 나오는 인원은 100명 정도이다. 넓은 홀과 사무실, 각종 오락실, 간호사실, 도서실, TV실, 기타 시설이 좋으며 유급 직원 5명과 자원 봉사자 여럿이 있다.
매일의 프로그램은 주로 노인들의 건강과 취미생활을 중심으로 라인댄스, 오일 페인팅, 조화,인형 만들기, 뜨개질, 재봉, 영어공부반, 카드놀이, 빙고 등 다양하고, 필자가 매일 아침 1시간씩 참가하는 노인운동은 TV에서도 자주 보는 노인 운동 전문가가 지도하며 참가 인원이 7,80명이나 된다.
그 밖에 요가와 수영은 매주 금요일마다 YMCA에서 무료로 제공된다.
커피와 머핀도 늘 준비되어 있고, 점심값은 2달러로 양식을 먹을 수 있다. 또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하여 집으로 배달하는 수도 꽤 많다. 기념일이나 무슨 날에는 전체 파티를 열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며, 또 버스를 대절하여 산이나 해변 구경을 하고 매월 첫 월요일에는 극장 무료 티켓을 준다.
이렇듯 노인을 위한 “박애 정신”같은 엄청난 낱말을 쓰지 않더라도 오늘을 보람있게 살아가도록 하는데, 한국 사람은 늘 나 혼자라서 한국말 상대가 없다.
꽤 많은 한국사람에게 권고와 초청을 해서 참가케 했지만 말로는 좋은 곳이라고 하면서도 며칠 나오다가는 모두가 기피하는 이유는 문화가 다르고 말이 안 통하기 때문이다. 말이야 미국 태생이 아니고서야 참으로 어려운 일이며 필자는 오랫동안 다니는 관계로 가끔 회의에도 참가를 하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이 도리어 코미디가 되어 폭소를 짓게 하는 것이 꽤 재미있기도 하다.
보스턴 지구 한인 노인회에 등록된 노인의 수는 240명인데 남자가 97명, 여자가 143명으로 동포전체의 1퍼센트도 안되지만 이 지역의 회원 수로 보면 큰 단체라고 할 수도 있다.
우리 노인회가 생긴지는 퍽 오래 됐지만, 1998년 11월에 노인대학 개강 후 활기를 띠기 시작하여 비록 격월로 여러 교회를 순회하며 수강하지만 그 때마다 80여명(총 수의 3분의1)씩 참석하고, 또 다른 80명은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스스로 늙었다고 하기에는 아직 억울한 생각이 들어 참가하지 않거나 노인회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 1/3은 제 4인생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수강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강의 주제는 주로 노인의 건강과 교양, 종교, 과학, 취미, 철학, 시사 등 다양하며 유명 대학 교수 등 훌륭한 강사의 강연은 정규 대학의 강의를 방불케 했으며 이미 노인대학 2회 졸업생 25명을 배출했다.
그간 선거 계몽, 센서스 2000 계몽, 9,11 테러 국난 돕기 모금, 페루 난민 돕기, 이민 100주년 185법안 촉구 서신(400여통) 보내기, 한국전 참전 용사비 건립모금, 이민 100주년 사업 돕기, 등에 적극 참가했음은 한인사회에는 노인들의 모범이었고, 우리 자신들에게는 기쁜 일이었다.
상기한 미국 노인회와 우리 노인회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누구나 우리 회관이 필요함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2년 전부터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우리 문화의 발전과 창달을 위하여 노인대학의 순회 수강을 정착시키고,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우리 회관을 마련하자고 그 기금을 현재까지 1만달러 정도 모금하여 적금했는데, 금년에는 안병권 씨의 특별 후원으로 5월 9일에 동강식당에서 모금의 밤을 개최했다.
노인들의 꿈과 비전이 비현실적인 무지개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늙지 않는 사람은 없으며, 그리고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이므로 제2, 제3의 인생들이 적극 나서면 무난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일이 장기화 될 때에는 지금의 노인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고 지금의 젊은이들이 늙어서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이 미국 땅도 신천지를 찾아나선 콜럼부스의 꿈의 열매이듯이,,,
미국의 훌륭한 사회 보장제도로 우리 노인들은 사실 행복하다. 덤으로 기차, 버스, 지하철, 식당 등에서 노인 우대할인에 감사하며 특히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교회와 단체들이 아름다운 행사를 하는 것은 아름다운 꿈이 있기 때문이다.
<말 타면 경마 잡고 싶다던가? 우리 노인회관을 마련하고 싶은 우리 노인들의 꿈이 잠꼬대로 끝나지 않게 도와주실 것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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