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뉴욕지사 주필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있겠지만 한인사회의 초창기에는 영주권 때문에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많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생이별한 채 10년이 넘도록 고국 땅을 밟아보지 못하는가 하면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상의 약점 때문에 착취와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는 이민 문제로 인한 개인적 신분이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에 큰 제약이 된다.
이민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신규 이민에 대해 문호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고, 이민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신규 이민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이민 논쟁이 금년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다시 가열되고 있다.
이민 문제는 공화당의 부시대통령이 먼저 꺼냈다. 히스패닉계의 표밭을 의식한 그는 불법체류자들에게 한시적으로 합법 체류와 노동을 허용하는 이민개혁안을 제의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불법체류자들에게 영주권 취득을 대폭 허용하는 이민법 개정을 들고 나왔다.
지난 4일 연방의회에 공식 상정된 민주당의 이민법 개정 내용은 미국에 불체자로 5년 이상 체류하고 이 기간 중 2년 이상 일을 한 경우 영주권 취득을 가능케 하고 있고, 최근 불체자가 된 경우에도 같은 혜택을 주도록 하고 있다. 또 불법체류자의 재입국 금지 조항을 폐지하고 영주권자의 배우자와 미혼자녀의 영주권 신청을 문호 제한 없이 즉각 처리하는 내용 등 혁신적 개혁안을 포함하고 있다.
건국 전부터 이주민에 의해 이루어진 미국은 건국 후 체계적인 이민으로 인구를 증가시켜 왔다. 특히 1820년부터 1930년에 이르는 기간에는 전세계 이민자의 60%가 미국 이민이었는데 미국은 이와 같은 신규이민자의 값싼 노동력으로 자본주의 경제를 발전시켜 세계 최대의 부국이 되었다.
그 후 미국에서는 1968년 새 이민법의 시행으로 제 2의 이민 전성시대를 맞이하여 1980년대에 피크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민에 편승하여 불법체류자가 양산되어 사회문제화 함에 따라 1986년 불법체류자 사면조치와 함께 불법체류자 단속이 강화되어 불체자를 고용하는 고용주에 대한 처벌조항이 생겼다. 그 후 이민문제는 강화되는 추세로 9.11테러 이후 더욱 악화된 상태이다.
이민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는 신규이민자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여 국내 물가를 안정시키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고 본다.
특히 신규이민자와 불법체류자들은 안정된 계층이 회피하는 저임금의 힘든 노동을 감당하기 때문에 미국사회와 경제를 정상적으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민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신규이민자와 불법체류자들이 미국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아가 실업문제를 유발하고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민 반대론자들의 이같은 주장은 이민이 주는 혜택에 비해 볼 때 설득력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세계화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큰 요인은 미국 제조업의 사양으로 인한 수입증대, 미국기업의 탈미국화, 미국회사의 아웃소싱 등이다.
이 경우 미국의 일자리만 빼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번 돈을 미국에서 소비하지도 않고 미국에 세금을 한 푼 내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민자들이 대체하는 일자리는 이에 비해 많지도 않지만 그들이 번 돈을 미국내에서 소비하고 소득에 대한 세금도 어김없이 내게 된다.
이민의 나라인 미국에서는 앞으로도 이민문제가 끊임없는 국가적,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민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이 설정되지 않고 우왕좌왕하게 된다면 국가적인 손해일 뿐 아니라 이민자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게 될 것이다. 이민문제에 대한 근본 해결책이 서야 하는데 원칙적으로 국가가 책정한 이민 한도 안에서 미국에 해가 되지 않고 미국에 기여하는 사람의 이민을 허용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민주당의 개정안은 참으로 바람직한 내용이다. 선거의 해인 올해 이러한 이민법 개정안이 꼭 달성되도록 밀어 부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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