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씨 일가로 수사확대 속속 윤곽… 괴자금 373억으로
처남 이창석씨 등 친인척 소환 압박
검찰의 전두환 전 대통령 은닉 비자금 수사가 전씨 일가로 확대되고 있다. 전씨 부인 이순자씨를 전격 소환 조사한 대검 중수부는 12일 처남 이창석씨도 소환키로 하는 등 친인척 약 10명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조사 중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전씨 관련 괴자금은 373억원으로 늘어나 경우에 따라서는 전씨 소환과 사법처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누구까지 조사하나
검찰은 전씨가 은닉 비자금을 분산 관리한 친인척 중에서도 5공 시절 ‘끗발’을 날렸던 처가쪽을 더 주목하고 있다. 장인 이규동(사망)씨는 구속된 2남 재용씨의 괴자금 167억원과 이순자씨의 130억원을 관리ㆍ증식해주는 등 은닉 비자금의 핵심고리로 확인되고 있다.
검찰은 1982년 이철희ㆍ장영자씨 어음사기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던 처삼촌 이규광씨도 전씨와 연결돼 있는 단서를 최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석씨의 경우 2002년 8월 자신의 계좌에 입금한 10억원의 채권 매입자금과 별도 관리해온 30억원대 채권이 전씨의 은닉자금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씨는 금융실명제 직후 전씨의 비자금을 자신 명의로 차명 전환해주는 등 은닉자금 관리에 개입한 의혹을 받아 왔다.
필리핀에서 사채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생 전경환씨에 대해 검찰은 아직 구체적인 수사단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환씨는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해 10월 돌연 출국한데다 최근 160억원어치의 명의신탁 재산이 있다고 주변에 밝힌 사실이 드러났다.
시공사를 운영하는 장남 재국씨는 150억원대 이상의 건물과 토지를, 3남 재만씨도 용산구 한남프라자 등 드러난 재산만 100억원을 넘어 출처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추징과 사법처리는
전씨는 97년 뇌물죄로 2,205억원이 추징됐지만 현재까지 333억여원만 납부한 상태다. 검찰은 재용씨의 167억원, 이순자씨가 관리한 130억원을 포함한 206억원 등 373억원을 추가로 찾아냈다.
이 가운데 재용씨 돈에 포함된 전씨 비자금 73억5,000만원, 현재까지 20여억원만 비자금으로 확인됐으나 이씨가 추징금으로 대납하겠다고 밝힌 206억원 등 최소 280억여원은 더 추징할 예정이다. 향후 수사에서 친인척들의 재산에 비자금이 은닉된 사실이 드러나면 추징액은 훨씬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전씨를 제외한 친인척에 대한 형사처벌은 최소한에 그칠 전망이다. 검찰은 부인 이씨의 경우 자금을 세탁관리한 것이 자금세탁방지법 시행(2001년 11월27일) 이전에 이뤄져 처벌이 어렵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전씨는 지난해 6월 금융자산이 예금 29만원 뿐이라고 밝힌 재산명시 신고가 허위로 드러나면 민사집행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이순자씨 어디까지나 이돈은 내돈
檢서 울먹이며 패물 판 돈 부동산으로 불린 것 주장
“내놓으라니 내놓겠지만 정말 이 돈은 40년간 키워온 알토란 같은 내 재산이에요.”
11일 대검 중수부 조사실에서 4시간30분 동안 조사를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는 눈물까지 흘리며 힘들었던 신혼생활과 재산증식 과정을 진술했다. 하지만 자신이 관리한 130억원은 전씨 비자금이 아니라며 “이 돈의 시작은 결혼 패물”이라고 주장했다.
1958년 초급장교였던 전씨와 결혼한 이씨는 당시 장군이던 부친 이규동(사망)씨 집에서 10년 동안 친정살이를 하며 패물을 팔아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
서울 이태원 일대 땅을 매매해 2배를 남기고 다시 다른 땅을 사 10배를 튀겨 판 결과, 83년 재산신고 때 재산이 40억원으로 늘어났다. 한 때 ‘강남의 빨간바지’로 불린 이씨의 수완이 유감없이 발휘된 셈이다.
이씨는 이 돈을 영부인 시절에는 전씨 비자금을 관리하던 청와대 김모 비서관에게, 전씨 퇴직 후에는 부친 이규동씨에게 맡겨 3배 이상 증식시켰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 돈중 20억원 가량이 전씨의 비자금인 점을 들이밀며 전씨의 미납 추징금 대납을 설득, 이씨로부터 ‘눈물의 대납’ 승인을 받아냈다.
이씨는 “130억원 가운데 102억원은 본인이, 28억원은 타인이 보관중이지만 언제든 제출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이 돈은 내 돈”이라고 강조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전씨 처가쪽에 유입된 76억원에도 비자금이 섞인 의혹을 제기하며 이씨, 이씨와 함께 소환된 친인척 등을 상대로 추가 대납을 설득했다. 그 결과 전씨 처가측 인사들은 논의 끝에 ‘수사가 계속될 경우 재산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 전부 내놓겠다는 입장을 검찰에 알렸다.
이에 따라 전씨 추징금은 이씨가 대납키로 한 206억원, 전재용씨가 관리한 167억원에 포함된 비자금 73억5,000만원 등 279억5,000만원이 추가 납부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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