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업체로 시작, 7년 만에 연 매출 1억 달러 안팎의 제조업체를 일궈낸 ‘아메리칸 어패럴’의 샘 임 사장. 그는 “마진의 적정률은 광고나 브랜드 네임이 아닌, 노동자에게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영수 기자>
“갭·나이키와 맞붙어 보고 싶어요”
97년 창업후 회사 10배이상 키워
“직원이 돈벌어 줘”…업계 최고대우
LA 다운타운의 T셔츠·니트 탑 전문 제조업체 ‘아메리칸 어패럴’은 여러 면에서 남다르다.
우선 지난해 연 매출액이 8,300만달러였고 올해 1억4,000만달러를 목표로 하는 대형 회사 치곤 한인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97년 설립돼 비교적 신생업체인 데다, 한인과 미국인의 합작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샘 임(44) 사장은 말한다.
캐나다 출신으로 호텔 업계에 종사하던 임씨는 95년 LA로 와 봉제업체 ‘뉴튼 패션’을 시작, 지금의 동업자 도브 샤니(Dov Charney)와 함께 97년 아메리칸 어패럴을 차렸다. 당시 직원 150명의 신생업체가 1,500명의 대형 회사로 성장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7년. 최근 4년간 이 업체의 매출은 매년 갑절로 뛰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회사를 특징짓는 건 다음의 3가지다.
첫째, 편직부터 커팅, 봉제, 그리고 도·소매 등 판매라인까지 총체적 시스템을 갖춘 ‘버티칼(vertical) 매뉴팩처러’라는 점.
둘째 봉제업계서 드물게 노동법이 철저히 준수되는 ‘스웨트샵 프리’(sweatshop free) 업체라는 점. 끝으로 ‘100% Made in USA’ 그 중에서도 다운타운 LA에서 생산된다는 점이다.
■당당한 ‘스웨트샵 프리’
아메리칸 어패럴이 만드는 모든 제품에는 로고가 없다. 셔츠 목 부분에 ‘아메리칸 어패럴’과 ‘스웨트샵 프리’라는 레이블 2개가 달려 있을 뿐이다. ‘노 로고’를 고집하는 이유는 “마진의 적정률이 광고나 브랜드 네임이 아닌, 노동자에게 가야한다”는 오너의 철학 때문이다.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해도 인건비 후 생산단가가 3~4달러를 안 넘는데, 소매업소에서 19~20달러에 팔립니다. 그 돈들이 다 유통과정과 소매업소 마진, 그리고 광고와 마케팅 등 프로모션으로 빠지는 거구요. 마이클 조던 등 수퍼 스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엄청난 돈을 쓰지 않습니까. 이에 비해 중국이나 미얀마 등 해외의 봉제 종업원들은 하루 1인당 10~20달러 임금을 받습니다.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브랜드 네임 가치를 올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회사가 최우선 순위로 두는 것은 직원 대우다. 일의 양에 따라 보수를 받는 ‘피스웍’(piece work) 직원에게도 시간당 최저 8달러를 보장하고, 마사지 테라피스트를 고용해 직원들이 피로할 때 무료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간당 직원에게도 건강보험을 제공, 1,500명 직원 중 400명이 회사로부터 50%를 매칭 받고 있으며 유급 휴가도 추가할 계획이다. 또 ESL, 잡 트레이닝 등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버스표를 대량 구매해 싸게 공급하며, 점심 식권 값의 25%를 회사가 부담하는 등 의류생산·봉제업계에서 보기 드문 혜택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사람 대우’ 덕분인지 봉제 직원들은 시간당 평균 13달러의 임금에 해당하는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임 사장은 “노동집약산업인 봉제는 종업원들이 업주에게 돈 벌어주는 것”이라며 “자체생산이라 단가 스트레스가 적다는 특수조건이 받쳐주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노동법 준수는 업주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생산서 판매까지 토털 패키지 자랑
■버티칼 매뉴팩처링 시스템
아메리칸 어패럴은 토털 패키지다.
편직부터 원단 커팅, 봉제, 그리고 도·소매까지, 염색을 제외한 모든 공정을 총괄하기 때문이다. 7가와 알라미다의 7층 건물 전체가 아메리칸 어패럴을 가동하는 엔진이며, 인근의 제 2공장은 편직을 맡고 있다.
하루 생산량은 15만장. 주니어 남녀 티셔츠와 탑 전문이며 유아의류, 여성 속옷도 만든다. 유행을 많이 타지 않는 기본 아이템이 주류이나 50~70가지의 스타일, 28가지 색상, 각종 사이즈 등으로 계산하면 4,000여종에 달한다.
97년 당시 남녀 공용(유니섹스)이 대부분이던 티셔츠 라인에 ‘여성 티셔츠’라는 컨셉으로 ‘클래식 걸’ 스타일을 시도,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이 업체의 거래처는 유럽, 일본, 한국, 타이완, 캐나다 등 해외를 포함 5만 여 개에 달하며, 지난해에는 웹사이트(www. americanapparel.net)를 통한 온라인 판매 외 오프라인 소매점을 오픈해 한국에 10곳, 뉴욕에 3곳, 몬트리올에 2개가 영업 중이다.
LA는 에코팍에 소매 1호점이 있고 6월 중 3가와 로버슨에 2호점을 열 예정이다.
제품 질 따져 ‘메이드 인 USA’ 고집
■메이드 인 다운타운 LA
아메리칸 어패럴 제품은 100% 미국산, 그 중에서도 다운타운 LA다.
최근 몇 년간 기본 아이템들이 대부분 중국 등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으나 이 업체가 이처럼 미국산을 고집하는, 또 고집할 수 있는 이유는 “제품의 질과 효율성”이라고 임 사장은 말한다.
임 사장은 지난 99년부터 2002년까지 멕시코에 공장을 운영하다 철수했다. 생산성이 로컬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생산공정이 한 지붕 아래 이뤄져 퀄리티 컨트롤이 엄격하고, 직원 대우를 최우선으로 삼는 환경에서 업무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아메리칸 어패럴의 제품은 브랜드네임보다 싸고, 일반 제품보다 비싼 중상가선. 유명로고라는 이유로 같은 제품도 값이 달라지는 현실에서 임 사장의 ‘노 로고’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임 사장은 “요즘 소비자는 미국산 자체에 집착하지는 않으나 제품의 질과 가격이 맞으면서 미국산일 경우 시너지 효과가 있다”며 “내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것 하나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남과 다른 제품을 만든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나이 40대 중반에 연 매출 1억달러 안팎의 의류업체를 키워 낸 샘 임 사장.
“회사가 더 커져 갭이나 나이키 같은 유명브랜드와 어깨를 겨루고, 종업원에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싶다”는 그의 흔들림 없는 ‘노동자 사랑’은 아메리칸 어패럴의 현재와 미래를 관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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