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이 불여일견’이라든지 하나의 그림이 천 마디 말과 같은 가치가 있다는 중국속담은 그른 얘기가 아니다.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 스카르노가 냉장고는(즉 냉장고가 상징하는 풍요한 삶에 대한 동경이) 후진국 가난에 찌든 국민들에게 욕구불만 폭발성 혁명의 도화선이 된다 식의 말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의 말일 것이다.
지난 주 CBS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공개된 이라크 포로들에 대한 미군 남녀병사들의 끔찍한 잔혹 행위 장면을 담은 사진들은 이라크만이 아니라 아랍권 나라들은 물론 전세계적인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담 후세인이 자기 정적들을 고문하고 죽이던 바로 그 감옥에서 이라크에 소위 민주주의를 심어주려 들어왔다는 미군들이 저지른 만행의 아이러니도 아이러니려니와 앞으로 미국의 입지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4월초부터 있은 팔루자 시의 폭동사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미군 쪽이 100명 이상의 사망자들을 보게된 반면 이라크인 들의 피해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어 이라크 각지에서의 미군에 대한 수류탄 공격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6월에 ‘주권’을 이라크 임시정부에 넘겨준다는 계획마저 갖가지 차질을 빚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진행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판에 포로 학대의 사진들은 불난 곳에 휘발유를 뿌리는 격이 됐다.
모슬렘 교의 교리에 따라 한 남자가 4명의 여자들을 거느리고 살 수 있는 것만 보아도 전통적 모슬렘 사회는 철저히 남성우월주의다. 참정권이나 교육을 받을 권리에 있어서 여자들이 원천적으로 차별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사우디 아라비아 같은 곳에서는 여자들은 운전도 할 수 없고 남자들과 동행하지 않으면 음식점 등 바깥출입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런 문화권에서 여자들 앞에서 발가벗긴다는 게 얼마나 굴욕적인 학대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더구나 발가벗긴 열 몇 명을 피라미드식으로 쌓아올리고 미군 남녀 병사들이 희희낙락하는 장면은 소위 엽기적이다. 특히 린다 잉글랜드라고 알려진 21세의 미군 여병사는 손으로 발가벗은 이라크 포로의 성기를 가리키는 장면에 더해 이번 주에 공개된 한 사진에서는 발가벗은 이라크인의 목에 개사슬을 맨 채로 바닥에서 질질 끄는 것 같은 광경이라서 그와 그 동료들의 정신상태를 의심받게 만든다.
물론 극소수의 군인들이 저지른 만행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작년 말에 동료들의 만행에 의분을 느낀 어떤 하사관이 상부에 보고를 했다는 사실이다. 국방부는 몇 달 동안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같은 끔찍한 사진들을 포함해서 그 사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하 양원의 관련 의원들에게만 안 알렸을 뿐 아니라 대통령에게도 보고를 안 했다는 보도이고 보면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부시의 개인적인 힐책을 받았다는 게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개인적인 책망 정도가 아니라 그를 해임시켜야 된다는 주장이 민주당 쪽에서 제기되고 있다.
군 내부의 조사서에는 CIA 아니면 CIA의 용역회사들이 보낸 첩보요원들이 포로들의 조사 심문에 효과적인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잔혹행위를 하도록 종용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모양이다. 또 그 악명 높은 감옥의 총책임자로 있던 미 헌병 여자 준장도 자기는 아무 것도 몰랐다면서 발뺌을 하고 있는 TV 인터뷰도 있었다. 아랍문화권에서 여자를 형무소 소장으로 임명했었다는 자체도 그 문화를 모독하려는 발상이 아니라면 그 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온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좌우간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은 포로 학대 상황에 대한 사과를 했지만 부시 자신은 아랍 TV와의 방송에서 그같은 작태를 가증스런 행위니까 관련자들을 법절차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정죄하면서도 사과란 말은 입에 담지 않아 그 방송이 아랍계의 민심 달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부시는 다음날 요르단 왕과의 회담에서는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미 케네디 상원의원은 이라크를 부시의 베트남이라고 선언한 바 있지만 정말로 이라크 전쟁은 전쟁의 정당한 명분이 없는 불필요했던, 아니면 사담은 없앴지만 이라크 장래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결과를 낳을 전쟁으로 끝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런데 14만 대군을 투입한 이라크에서의 조기 퇴거조차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서 부시는 골머리께나 앓고 있을 것이다. 부시가 사과하고 럼즈펠드를 해고시킨다 하더라도 이라크의 침공에 따른, 그리고 끔찍한 성고문 장면의 사진들의 후유증이 쉽사리 가실 것 같지 않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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