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선교사입니다. 모든 돈은 죽는 날까지 조금씩 나누어 갚아드리겠습니다. 제가 다 못 갚으면 저의 아들이 계속하여 갚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소셜 워커는 이렇게 대답했다. “선교사 자녀인 인이의 병원 비용은 전액 미국정부가 지원합니다.
인이는 선교사 자녀를 위해 세워진 케냐의 한 기숙학교 학생이다.
인이가 부모를 따라 처음 아프리카로 간 것은 8년 전, 초등학교 1학년 때다. 그는 영어와 한국말, 스와힐리어를 쓴다. 키가 훌쩍 큰 인이는 공부도 잘하고 축구도 잘 한다. 그 얼굴의 웃음은 무공해다.
그런 인이가 지난해 초 학교로부터 집에 실려왔다. 하루 종일 토하며 어지러운 증세가 계속된다고 했다. 학교 병원의 의사인 미국인 선교사들이 검진을 해보았지만 별다른 원인을 찾을 수가 없으니 다른 큰 병원을 찾아보라고 했다.
인이네 집은 나이로비에서 두 세시간 떨어진 험한 지역에 있다. 전기 시설이 없고 물도 나오지 않는다.
어쩌다 한 번 씩 비가 오면 빗물을 받아두었다가 쓴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세상의 자랑과 명예 대신, 그곳까지 찾아와 자기네와 똑같이 빈민촌의 양철 지붕, 움막집의 삶을 선택한 인이네 가정을 사랑하며 복음을 받아들인다.
인이는 항생제를 먹으며 계속 누워서 토했고 몸은 무섭게 야위어 갔으며 마침내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선교사 아빠는 큰 병원에 아들을 데려가지 않는다.
그 병원은 회교도들이 운영하기 때문이다. 지난번 케냐 선교길에 만난 아빠, 이원철 선교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하나님이 인이를 돌보시는데 어찌 이슬람권 선교사인 제가 아들을 고치겠다고 그들을 찾아가겠습니까? 하나님께서는 이미 인이를 고쳐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시점에서 보면 벌써 고쳐졌으니 우리는 그저 감사하며 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 믿음이라는 말씀 그대로의 모습이다.
다음달, 인이는 미국으로 이송되어 왔다. 175 센티 키에 몸무게 35킬로. 죽음 직전의 인이는 UC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고 ‘뇌종양’ 검사 결과가 나왔다.
당장 머리에 튜브를 꽂아 물을 빼는 것으로 수술이 시작되었다.
반복되는 수많은 검사와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이 선교사는 병원 사무실을 찾아갔다. 엄청난 병원비용을 당장 어찌할 것인가.
“저는 선교사입니다. 모든 돈은 죽는 날까지 조금씩 나누어 갚아드리겠습니다. 제가 다 못 갚으면 저의 아들이 계속하여 갚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소셜 워커는 이렇게 대답했다. “선교사 자녀인 인이의 병원 비용은 전액 미국정부가 지원합니다.
앞으로 미국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얼굴 한번 보기 힘들게 바쁜 최고참 담당 의사는 날마다 인이의 병실을 찾았다. “지금은 돌아가신 나의 아버님도 아프리카 의료선교사였습니다. 인이를 치료하는 것은 나의 기쁨입니다.” 여호와 이레!
이 선교사는 주민 99%가 회교권인 모얄레 지역에 크리스천 스쿨을 세우는 사역을 위해 1월에 먼저 케냐로 돌아갔다. 그는 이곳 LA의 교인들에게 이렇게 인사했다. “인이를 하나님의 손과 여러분의 기도에 맡기고 저는 떠납니다. 저에게는 동역자가 생겼으므로 힘들지 않습니다. 병상에 누운 인이가 어제 선교사가 되기로 서원했습니다.”
인이는 지난 6개월에 걸친 방사선 치료와 키모테라피 과정을 잘 견디어 냈다. 최근 MRI 검사에서, 처음에 있었던 2센티 크기의 혹 3개의 흔적이 마침내 말끔히 없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이는 앞으로 남은 두 세 번의 검사가 끝나는 대로 하루 빨리 부모님과 여동생, 친구들이 있는 케냐로 돌아갈 날을 기다린다.
치과의 김범수씨는…
“이 세상에서 선교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다”는 김범수씨의 칼럼 ‘선교하는 삶’이 오늘부터 종교면에 격주로 게재됩니다.
치과의사 김범수씨는 오랫동안 드러내지 않고 불우이웃 돕기를 해오다가 7년전부터 의료선교에 헌신, ‘시간의 십일조’를 실천하고 있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인입니다.
지난 6년동안 두달에 한번씩 멕시코 티화나와 테까테의 교도소에서 폴 서 목사를 도와 선교하고 있으며, 지난 2년간은 한달에 한번씩 LA미션에서 노숙자들을 위한 치과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 아프리카 케냐 등지에서 의료선교를 펼쳐왔으며 올 여름에는 파라과이로 단기선교를 떠날 예정입니다.
따뜻한 마음과 뜨거운 감동이 전해지는 김범수씨의 선교이야기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기대와 격려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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