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내부장식과 눈부신 보석은 오토만제국의 유산
“터키가면 뭐가 볼게 있습니까”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분들에게 서슴지 않고 권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스탄불에 있는 토카피와 델마바체 궁전이다. 특히 토카피 궁전에 전시된 수많은 보석과 집기들은 관광객의 넋을 빼놓는다. 유명한 단검 ‘토카피’도 이곳에 걸려 있다. 이 금장도는 원래 술탄 마흐무트 1세가 페르시아의 왕 나디르에게 선물하기 위해 오트만 최고 수예공에게 만들도록 지시한 것인데 사절단이 선물을 갖고 도착하기 직전 나디르 왕이 갑자기 죽어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온 국보다. 순금으로 만들어진 칼집에 다이아몬드가 수놓아져 있고 그 위에 에메랄드 3개가 박혀 있으며 가운데 그려진 꽃바구니는 단검과 이미지가 상반되는 데도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토카피라는 영화도 나온 적이 있다.
화려함의 극치이룬 왕궁 돌마바체 내부. 오토만제국 600년간 술탄이 거주하는 왕궁은 토카피와 돌마바체궁이었으며 특히 돌마바체 건설에는 막대한 국고가 소비되었다.
관광객들을 위해 연주하는 예니사리 군악대. 예니사리는 오트만제국군의 하나회 같은 조직으로 술탄도 이들을 두려워 했다. <자료사진>
왕궁 초병. 옛날 여자들만 있는 하렘궁의 초병은 강제로 거세당했었다.
87카라트짜리 다이아몬드. 나폴레옹 어머니가 소유하고 있던 것으로 오트만 왕족이 사들였다. 토카피 왕궁소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물 토카피 단검. 에메랄드와 금으로 장식된 이 단검을 주제로한 영화까지 생겨났을 정도.
술탄의 여인들이 거주했던 하렘궁의 여성전용 아파트. 4백개의 방에 각국에서 차출한 3백여명의 카리예들이 살았었다.
하렘궁 여인들의 생활을 묘사한 그림. 러시아의 코카사스지방 미녀들이 가장 인기가 있었으며 흑인 여성들이 이들의 하녀였었다.
그 다음 관광객들의 시선을 모으는 것이 ‘스푼 메이커’라는 이름을 가진 86캐럿짜리 다이아몬드다. 주먹 크기의 다이아몬드에 49개의 엄지손톱 만한 푸른 다이아들이 둘러싼 디자인인데 그 정교한 세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다이아몬드는 18세기말 ‘피고’라는 프랑스 영관장교가 인도의 귀족으로부터 사들인 것을 나폴레옹의 어머니가 다시 매입했다. 그 후 나폴레옹이 유배당하자 그녀는 아들 석방 교섭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 보석을 오트만 왕족 알리 파사에게 팔았으나 후일 알리 파사가 반역 음모죄로 전재산을 몰수당해 국고에 환수된 것이라고 한다. 한가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전시관에 여성용 보석 장식이 하나도 없는 점이다. 술탄의 왕비들이 갖고 있던 반지나 목걸이라도 있을 법한데 눈에 띄지를 않는다.
토카피 궁전은 비잔틴 제국을 멸망(1453년)시키고 이스탄불을 점령한 술탄 메흐메트 2세가 지은 것으로 새 왕궁 돌마바체가 마련되기까지 역대 술탄들은 이곳에서 집무했다.
돌마바체 궁전은 술탄 압둘메시트가 1839년 건축한 것으로 이 때는 오트만 제국이 기울어져 가고 있었으며 국고 낭비가 심해 궁전 건축을 둘러싸고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돌마바체의 계단 난간 받침대는 모두 크리스탈로 되어 있고 술탄의 접견실, 침실, 목욕탕의 사치스러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토카피와 돌마바체 궁전에서 또 하나 관심을 끄는 것은 술탄의 여자들이 거주하는 하렘궁의 존재다. 토카피의 하렘에는 300여명의 미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이들을 카리예라고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카리예들의 명칭이 술탄과 가까이 하거나 아들과 딸을 낳는 데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술탄을 가까이 모시는 카리예들을 이크발이라 부르는데 12명이다. 이들이 임신하면 하세키로 불려지고 이 하세키 중에 제일 먼저 아들을 낳는 여인이 ‘하세키 술탄’이라는 칭호를 얻는다. 러시아 코카사스 지방의 여성들이 미모로 이름나 있기 때문에 하렘궁에 들어오는 카리예들 중에는 러시아 여자들이 많았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오트만의 세종대왕으로 존경받는 술탄 술레이만의 애첩 록사라네다. 록사라네는 황태자를 죽이고 자기 아들을 술탄 계승자로 만드는 등 갖은 악명을 떨쳐 지금도 터키에서는 남편을 조종해 일을 저지르는 성격의 여성을 ‘록사라네’라고 부른다. 하렘궁에서 근무하는 남자들은 전부 거세당한 환관들이었다.
이슬람은 왜 일부다처를 허용하게 되었는가. 끊임없는 전쟁에서 남자들이 죽어 나갔기 때문에 남편 잃은 여자들을 나라에서 먹여 살릴 수가 없었고 또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남아를 계속 생산해 내야 했다. 그리고 술탄의 경우는 반란음모에 시달려 자기 가문의 영속을 위해서도 씨를 많이 뿌려야만 했다. 일부다처제는 전쟁이 낳은 부산물이었다.
이철 주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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