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한인 가정에서 최근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가운데 ‘꽃보다 아름다워’가 있다. 이 드라마는 이중생활을 하는 아버지를 둔 자식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평범한 한 가정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이다. 이 드라마가 우리의 안방에서 크게 관심을 모은 것은 극중 가족들이 겪는 희로애락의 감동적인 스토리가 요즘 우리 가정에서는 쉽게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1남2녀의 삼 형제가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고비 고비를 그린 것으로 내용은 온 가족이 함께 울고 함께 웃는 가운데 우애와 정을 다지며 어머니에 대한 뜨거운 사랑, 그리고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눈물겨운 사랑들로 점철돼 있다. 또한 딸과 같은 젊은 나이의 여자와 딴 살림을 차린 남편을 보고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살아가면서도 오히려 자신
의 남편과 가정을 빼앗은 여자에게 신장까지 떼어주며 사랑을 베푸는 바보스런 여자.
그런 어머니가 오로지 자식들만 바라보고 아픔을 참아내며 살아오다 결국 치매에 걸린다. 이런 어머니를 자식들이 이해하고 사랑으로 정성껏 보살피는 그야말로 요즘 여성상과 부모 자녀 사이에 보기 힘든 꽃과 같이 아름다운 내용의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예전의 한국에서 우리가 자랄 때 부모와 함께 자식들이 더불어 살며 형제간에 서로 우애를 나누며 지내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가정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특히 먹고 살기가 바쁘고 힘든 이민가정에서는 더 더욱 그렇다.
가족이라 하여도 같은 시각에 서로 만나 밥 한번 같이 먹기가 힘들다. 어쩌다 함께 먹게 되더라도 부랴 부랴 먹기 바쁘고 대화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드는 게 고작이다. 가정이란 의미는 분명 삶의 보금자리이자 쉼터이다. 그러나 지금의 가정은 거의 밥만 먹고 잠이나 자는 곳으로 돼버렸다.
더군다나 집안의 기둥인 부모가 대부분 일을 하기 때문에 예전의 가정처럼 아내가 집에서 살림을 해가며 남편과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그런 곳이 아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뛰어야 하기 때문에 가정이란 의미는 점점 우리 주변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래서 시인 이상국씨는 자신의 시집에 ‘가정은 아직도 따뜻하다’ 라는 제목을 붙였던가. 오늘날 얼마나 가정이 따뜻하지 않으면 그런 시집이 나올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 뿐인가. 기계 문명의 발달로 가족의 생활은 점점 더 개인적이 되면서 가족간에 더욱 무관심해지고 소홀해 지고 있다. 가족이 다 집에 있더라
도 한 사람은 컴퓨터에, 한 사람은 TV 앞에, 또 한 사람은 비디오를 보는 등 기계의 노예가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가족간에 대화가 줄어들고 사이가 점점 멀어지면서 자연히 ‘너는 너‘ ‘나는 나’의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가정에 어느 날 문제가 생길 경우 과연 상대방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는 그런 아량과 관용을 기대할 수 있을까. 또 큰 위기가 닥쳐올 때 이를 뛰어넘을 힘을 과연 기대할 수 있을 런 지.
어려운 이민생활이지만 그래도 가족간에 정이 넘치는 가정이 없지 않다. 뉴저지에는 삼 형제가 한 지붕아래서 어머니를 모시고 오손도손 화목하게 사는 집이 있다. 생각키에는 이해관계도 서로 틀리고 성격이나 생각도 달라 문제도 많겠는데 이들은 서로 서로 양보하면서 도울 게 있으면 서로 도우면서 사이좋게 살고 있다.
집안 일을 할 때도 서로 분담, 한 사람은 쓰레기를 버리면, 한 사람은 텃밭 가꾸고, 한 사람은 또 다른 일을 맡아 한다. 이들은 아무리 바빠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저녁만은 같이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며 피곤했던 하루를 마감한다.
그 바람에 이들의 생활은 경제적인 손실도 줄이고 이민생활에서 겪는 불편함과 어려움 같은 것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 교육이나 보육문제도 항상 집안에 어머니와 어른들이 있어 걱정을 하지 않는다. 요즘같은 세상에 보기 드문 가정이다.
진정한 가정은 평소 가족이 서로 시간을 같이 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대화 속에 사랑과 정을 나눌 때 가능하다.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주위에도 이런 드라마와 같은 꽃보다 아름다운 가정들이 많이 생겨나 한인사회가 보다 더 밝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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