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저축 맡겨라’유혹 넘어가면 자칫 ‘쪽박’
조기은퇴하라고 인센티브까지 제시
고정수입 끊기고 투자금마저 날리기도
수수료만 챙기는 파렴치… 최근 피해 늘어
노먼 허프는 이스트 오하이오 개스 회사에서 지난 30년간 중장비 근로자로 일하며 대부분 회사 주식으로 은퇴구좌에 38만6,000달러를 적립했다. 2000년 4월, 회사 주식을 되파는 조기은퇴 패키지를 제안할 때도 아직 연봉 4만달러짜리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불안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때쯤 오하이오주 돌튼 인근 브룩사이드 컨트리 클럽에서 은퇴세미나가 열렸다. 같은 회사에서 곧 은퇴할 사람 50여명이 초청된 이 세미나는 프루덴셜 시큐리티즈 지사의 부사장이자 브로커인 마이클 도빈스가 주최한 것으로 그는 회사측 제안을 받아들여 그 돈으로 자기가 찍어주는 주식에 투자하면 평생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은근히 부추켰다. 허프가 적립한 돈 정도면 몇년 안에 백만장자가 된다고 했다.
오늘 허프는 백만장자는커녕 도빈스를 만났을 때보다 못한 형편이다. 허프 내외가 최소한 원금은 건져야 한다고 신신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빈스가 기술, 건강및 금융서비스 회사 주식에 투자한 결과 2003년 4월에 이미 65%를 까먹었다. 결국 10만달러까지 잔고가 내려가자 허프는 하는 수 없이 동네 잼 공장 경비원으로 취직해 과거에 받던 시간당 20달러에 훨씬 못미치는 6달러75센트에 일하고 있다.
1년전 도빈스와 프루덴셜을 상대로 조정신청을 한 결과 허프는 지난달 전국증권거래인협회 조정위원회로부터 피고측은 그가 잃어버린 약 22만5,000달러에 변호사 비용 7만4,000달러를 물어주라는 판결을 받았다. 또 도빈스에게는 허프에게 판 노텔 네트웍스, 월드캄, 아메리카 온라인, 시스코 시스템스 주식까지 도로 사들이라 했다. 이에 대해 작년에 와코비아 시큐리티즈로 합병된 프루덴셜 파이낸셜은 그와 같은 조정 결과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허프의 경우엔 일이 잘 마무리됐지만 은퇴를 앞두고 그와 같은 경우를 당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변호사들은 말하고 있다. 자산도 늘이고 수수료도 챙기려는 목적으로 은퇴를 앞둔 이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스탁브로커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이 계속 일을 하는 한 직장을 통해 적립한 은퇴예금에 손을 댈 수 없으므로 브로커들은 근로자들이 회사측의 조기은퇴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인센티브를 제시한다. 허프처럼 브로커의 말만 믿고 주식으로 일확천금할 꿈에 들떴다가는 평생 저축한 돈뿐 아니라 매달 고정 수입마저 잃어버리는 것이다.
언제 은퇴하고, 은퇴자금으로 무얼 할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으로, 그에 따라 남은 삶의 질이 정해진다. 따라서 가장 금전적으로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그때 가장 매력적인 먹잇감도 되는 것이다.
프루덴셜 시큐리티즈를 상대로 허프를 변호한 제이콥 자만스키는 도빈스에게 투자해 230만달러를 잃어버린 다른 이스트 오하이오 개스회사 전 직원 부부 20명의 케이스도 맡고 있다. 자만스키에 따르면 디트로이드 디젤, 미드웨스트베이코, 프리토-레이, 러버메이드등 미드웨스트 지역에서 영업하는 대기업중 최소한 8개회사 은퇴직원들이 월스트릿의 대회사들로부터 허프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모두 중개회사에 연간 최소한 1%의 수수료를 납부하는 투자 구좌를 열었다가 당한 일이다. 증권업계 최대 자율규제기관인 NASD는 최근 회원들에게 수수료를 부과하는 구좌를 고객에게 열게 하는 것은 업계 규정 위반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수수료 기반 구좌는 중개인이 커미션을 챙기려고 거래 건수를 늘릴 유혹을 제거하여 주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유리한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거래를 자주 하지 않는 투자자의 경우 매년 구좌 관리 수수료가 공제되어 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또 브로커가 기존 구좌 관리보다는 신규 구좌 창출에만 나설 위험도 크다.
자만스키는 “파렴치한 중개인으로부터 투자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교육의 현실적 필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케이스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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