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목회학박사)
한국에서 전남 지사 박태영(63)씨가 한강에 투신 자살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9일 낮 서초구 반포동 팔레스호텔에서 변호인, 전남도청 전·현직 간부 등과 식사를 하며 검찰 수사관련 대책을 논의한 박 지사. 그는 몸이 불편하다며 병원으로 가던 반포대교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겠다며 차를 멈추게 한 후 내려 곧바로 한강에 투신했다.
운전사가 경찰에 신고해 투신한지 7분만인 낮 12시55분 신속히 박 지사를 인양했으나 사망했다.박 지사는 그동안 검찰로부터 그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재직시 간부들이 인사 및 납품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금품을 챙긴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었다.
지난해 8월4일 현대아산 회장 정몽헌(55)씨가 현대계동 사옥 본관에서 투신 자살한 후 박 지사의 자살까지 5명의 저명 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정 회장 이후 두 번째 자살은 금년 2월4일 부산시장 안상영(65)씨가 부산구치소 의료사동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세 번째는 전 대우건설 사장 남상국(59)씨가 서울 한남대교 남단에서 투신했다. 네 번째는 4월1일 김인곤(76) 광주대 이사장이 교내 집무실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이들은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던 중 자신들이 쌓아 온 명예가 일시에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충동자살’한 케이스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은 그의 <자살론>에서 자살을 직접동기와 준비상태·사회학적·생물학적·심리학적·법률적 문제 등으로 분석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자살하는 사람은 직접동기와 준비상태가 있다. 직접동기는 어릴 때에는 환경적 갈등과 부모의 심한 꾸지람, 이별, 학교생활의 부적응 등이다.
성년이 된 뒤에는 시험, 취직, 이성교제 및 앞날에 대한 불안 등이다. 장년기에는 남자는 사업상의 문제, 여자는 가정불화 등이 동기가 된다. 노년기에는 여기에 신체질환 등이 가중된다. 그러나 어느 경우이든 자살은 준비상태가 발생하고 여기에 직접동기가 더해져 결행된다. 준비상태가 매우 강하게 형성되면 직접동기가 미약해도 결행되나 준비상태가 미약할 경우, 상당히 강력한 직접동기가 추가되지 않는 한 자살은 발생되지 않는다고 한다.
뒤르켕은 자살의 사회학적 측면으로 애타적(개인의 관심이나 생명의 과소평가), 이기적(사회적 규범이 개인의 행동을 규제), 아노미적(사회의 변동기 때의 가치의식 붕괴), 숙명적(과도한 억압상태) 상태 등으로 분류했다. 생물학적 측면으로는 정신병이나 이상성격, 알콜중독, 노인성치매 등을 들며 유전적으로 자살을 많이 하는 가계(家系)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학적 측면으로는 견디기 어려운 환경으로부터의 도피를 들어 그 극단적 표현을 자살로 보았다. 법률적 문제로는 15세기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교회법대전은 자살을 살인과 동일하게 다루었으나 세계적으로 자살을 형법상 범죄로 간주하고 있지 않음의 추세를 말했다.
신학교에 다닐 때 ‘죽을 권리(Right to Die)’에 관한 내용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교수는 자살을 권리로 인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안락사 문제 같은 경우에 있어 죽을 권리는 상황에 따라 인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살과 안락사는 근본부터가 다르다.
자살도 이타(利他)적 자살 같은 케이스는 국가와 민족, 나아가 평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승려나 애국지사들이 스스로 분신하거나 목숨을 끊는 경우는 있다. 또 1970년 분신자살한 전태일의 경우는 한국의 노동자들이 악조건에서 착취당하고 있음을 세상에 알린 케이스로 이타적 자살에 해당된다.
어느 경우든,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 이유가 심리적이든, 사회적이든 어떤 동기이든 마찬가지다. 합리화 될 수 없는 자살은 예방되어야 한다. 자살한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계에 의하면 신앙을 가진 사람들과 낙천적인 사람들이 자살할 확률이 가장 낮다고 한다. 믿는 곳이 있고 자살 그 자
체를 죄로 인정하며 생을 즐겁게 보기에 그럴 수 있다.
생명은 단 한 번 주어진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 있어도 자신의 생명이 이 땅과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유일(唯一)의 가치임을 인정해야 한다. 트럭 수십대의 다이아몬드보다도 자신의 생명이 더 값비싼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 가치를 인정할 때, 목숨을 끊지 않고 다른 해결의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을 애도하며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기만을 기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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